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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국적회복 신청한 34세 남성, 법원 “병역기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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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행정법원. 법원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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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살 때 우리나라 국적을 포기한 남성이 34살에 국적회복을 신청하자, 정부가 ‘병역기피’를 의심하며 허락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병역기피 목적이 있었다고 강하게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유환우)는 17년 만에 국적회복을 신청한 남성 ㄱ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적회복 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7일 밝혔다.

1986년 7월 미국에서 태어난 ㄱ씨는 10살 무렵인 1996년 6월께까지 주로 외국에서 살았다. 이후 경기 안양에 있는 한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ㄱ씨는 만 17살이 되던 2003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2005년 미국으로 돌아가 대학생활을 했다. 하지만 언어 문제 등으로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신질환 등을 앓자, 2009년 9월부터 한국에 머무르며 치료를 받았다. ㄱ씨는 2013년 6월까지 F-1(방문동거), G-1(기타: 질병치료 사유)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머물렀고, 그 이후로는 체류자격 만기일 전날 출국해 3일 뒤 90일 기한의 B-2(무사증 관광통과) 체류자격으로 다시 입국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한국 국적인 부모님과 함께 한국에서 살면서 경제 활동 및 학업을 계속하겠다”며 국적회복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ㄱ씨는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했던 사람이라 국적회복 불허사유에 해당한다”며 국적회복 불허 결정을 내렸다. 법무부는 ㄱ씨가 병역법상 병역준비역에 편입되는 18살이 되기 직전(17살 5개월)에 국적을 상실한 점과 2009년부터 한국에 체류하면서 정신질환 치료를 받는 등 생활근거지를 한국에 두고 있었음에도 34살에 국적회복 신청을 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이에 반발한 ㄱ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ㄱ씨가 국적 상실 당시, 병역을 기피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ㄱ씨가 미국에서 출생해 생애 대부분 시간을 미국에서 보낸 점에 비춰보면 병역기피보다 실제로 미국에서 생활하려는 뜻이 커 보이고 △현재 한국에 들어와 생활하게 된 경위가 국적 상실 당시에는 예상할 수 없었던 정신질환 치료인 점 △국적회복을 신청한 시점에 ㄱ씨 나이가 33살8개월이라 현역 입영이 가능하고 △국적회복 당시 진술서에 ‘지금이라도 병역의무에 소집돼 병역의무를 다하고자 한다’며 현역 입영 의사를 밝힌 점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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