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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여학생 스타킹, 男교사 성욕 유발”… 고교 교감 2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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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피해자 진술 일관성 없고, 동석자들은 기억 못해”

조선일보

청주지법 전경.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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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 폐회사 도중 여학생의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발언을 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던 충북 충주의 고등학교 교감이 항소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재판장 오창섭)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에 대한 음행강요·매개·성희롱 등) 혐의로 기소된 A(63)씨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3월 충주시 청소년수련원에서 수련회 폐회사 도중 “여학생들이 스타킹을 신는 것은 남자선생님의 성욕을 불러 일으킨다”고 발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 여학생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는 점, 함께 있었던 다른 학생들과 교사들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무죄로 판단한 이유로 들었다. 피해 여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피고인이 위와 같은 발언과 같이 말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법정에서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여학생’ ‘남자 선생님’ ‘성욕’ ‘불러일으킨다’라는 단어는 기억난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피해 학생이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시간의 경과에 따른 기억력의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발언 내용을 오해하거나 착각해 진술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다른 교사들과 학생들이 당시 발언을 기억하지 못하는 점도 무죄로 본 이유로 들었다. 당시 현장에는 여교사들과 간부학생 30~40명이 있었다. 또 2018년 말경은 이른바 해당 학교 등에서 스쿨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이뤄져 피해 조사가 이뤄졌지만 이같은 내용에 대한 진술은 나오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재판부는 “수련회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이고, 예민한 여고생들에게 충격적인 내용”이라며 “피고인이 공개적으로 발언을 했다면 다른 학생과 교사들도 발언을 기억해야 함에도 기록상 추가적인 진술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학생의 진술이 유일하다”면서 “이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해당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됐다고 볼수 없어 유죄로 인정한 원심 판결은 사실을 오인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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