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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바꿀 땐 ‘친환경차’라던 정부, 관용차는 ‘휘발유차’ 또 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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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관용차 절반 이상 ‘휘발유차’

친환경차 유도 정부 방침 무색

신규 구매 때 친환경차 의무화 위반 사례도


한겨레

기아 전기차 ‘EV 6’. 기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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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기관장과 임원진 절반 이상이 관용차로 휘발유차를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의 차량을 친환경차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정부 방침과 어긋난다. 정부는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공공기관의 차량을 신규로 구매 또는 임차할 때 100% 친환경차로 채우도록 의무화했다.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이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기관장 및 임원 관용차 이용 현황’ 자료를 보면, 차량을 제공받는 기관장 및 임원 119명 가운데 65명(54.6%)은 휘발유차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65명 중 48명은 고가에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하는 3000cc이상의 고급 세단을 관용차로 쓰고 있다. 모델별로는 제네시스 G80(27명)이 가장 많고 이어 G90(15명), 그랜저(13명), K9(4명), 제네시스 구형(3명), EQ900(2명), K7(1명) 순이었다.

정부는 지난 4월 공공기관이 차량을 구매할 때 모두 친환경차를 사고, 공공기관장의 전용차량을 전기차·수소차로 우선 구매하도록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을 개정해 5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 내년부터는 렌터카, 대기업, 버스·택시·화물 등 민간의 대규모 차량 수요자에도 친환경차 구매목표제를 적용해 신차를 구입하거나 임차할 때 일정 비율 이상을 친환경차로 채우도록 의무화할 예정이다.

이런 터에 에너지 관련 공기업을 비롯해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들조차 친환경차 전환에 소극적인 것은 관련 제도의 결함 탓으로 풀이된다. 친환경차 100% 의무 구매는 신규 구매 때만 적용될 뿐인 데다 이 또한 별도의 벌칙 조항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친환경차 의무구매제 위반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나타난 것은 이런 제도 환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지난 5월 사장 관용차로 G90을 새로 계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친환경차 100% 의무구매제) 시행일(5월 4일) 이후에 구매 또는 임차했다면 법령 위반인데, 벌칙 조항은 따로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년에 한 번 (친환경차 구매 상황을) 대외적으로 공표해 사실상의 벌칙이 되게 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공공기관 평가 때 친환경차 전환 실태를 반영하는 방안은 아직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제도화에 이르지 못했다. 산업부 쪽은 “(공공기관 평가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에 반영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으며, 앞으로 계속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의무구매제를 신규 계약에 한정한 것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의 관용차 관련 규정에 10년 정도 쓰게 하고 있으며, 중간에 친환경차로 바꾼다 해도 중고차 시장에 돌아다닐 테니 국가 전체로는 별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영배 선임기자 kimyb@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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