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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다주택자와의 전쟁 4년…정부는 이기고있나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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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4년간의 부동산정책은 '다주택자와의 전쟁'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원흉으로 규정하고 4년 내내 세금폭탄, 대출규제 등 징벌적 규제를 퍼부었다. 주택공급은 부족하지않은데 다주택자등 투기세력이 집값을 불안하게 한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었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2017년 '8·2 부동산 대책' 직후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니면 좀 파시라"고 한 게 '다주택자 때리기'의 시작이었다. 2014년 폐지됐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를 부활시켰고,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도 인상했다. 다주택자가 1주택자가 되더라도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하기로 하는 등 다주택자 옥죄기는 계속되고 있다.

다주택자는 현 정부 내내 '적폐' '투기 세력' 취급을 받아왔다. 정부가 다주택자들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청와대 참모진이나 고위공직자 상당수가 다주택자로 드러나면서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1가구 1주택'에 맹목적으로 매달리면서 공직자을 선발할 때 능력이나 도덕성보다 '1주택'이냐를 먼저 따지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하는 정책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데 효과가 있었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않다.

정부는 지난해 7·10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발표하고 1년간 유예기간을 줄테니 집을 팔라고 압박했다. 1년후에 세금이 오르는 것에 부담을 느낀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한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엄포는 통하지않았다. 다주택자들은 중과 전 양도세도 과하다고 보고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아예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최근 1년간(2020년 7월~2021년 6월) 다주택자들의 서울 아파트 매도 건수는 직전 1년에 비해 1만1000건(37%) 가량 감소했다. 반면 증여 건수는 51.7% 증가했다. 다주택자 압박이 매물잠김과 집값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올해 6월 1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본격 시행되면서 매물 증발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

또한 민간임대사업자 역할을 하는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재산세 등 보유세 강화는 전·월세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급증한 세금부담을 세입자들에게 떠넘기는 '조세 전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정의 다주택자에 대한 적대적 인식과 고강도 규제가 오히려 주택 시장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셈이다.

다주택자를 적폐로 몰고 '1가구 1주택'을 강제하는 나라는 자유 민주주의 국가 어디에도 없다. 다주택자 때문에 집값이 올랐다는 근거를 찾기도 어렵다. 5억짜리 집 2채를 가진 사람과 50억짜리 집 1채를 가진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집이 몇채냐를 기준으로 세금을 중과하는 것은 합리적이지않다. 다주택자를 죄인으로 낙인찍고 징벌적 규제를 가하는 정책은 이제 멈춰야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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