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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가득 은은한 잔향·화장 대신 향수… “고객을 취하게 하라” [이슈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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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집콕’에 뜨는 향기 마케팅

특급호텔들 고유 ‘시그니처 향’

선물용 구매 마니아층도 생겨

유통·패션업체들도 적극 마케팅

소비자 경험 확대 충성고객 확보

고객 후각 자극해 브랜드와 연관

무의식 속에 기억… 소비로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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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호텔 시그니엘의 향을 담은 디퓨저 제품. 롯데호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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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A씨는 요즘 ‘향멍’에 푹 빠져있다. 얼마 전 휴가를 즐겼던 호텔의 향과 같은 향의 ‘인센스 스틱’(불을 붙여 향을 피울 수 있는 제품)을 이용해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멍하니 즐기며 은은한 잔향을 즐기는 것이다.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을 때마다 마음에 드는 향을 담은 디퓨저 등의 방향제로 ‘향테리어’(향+인테리어)를 하기도 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실내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향기가 재조명받고 있다. 대면 접촉 기회가 줄어든 기업들은 향기로 브랜드의 정체성을 알리는 ‘향기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사람들의 후각을 자극해 브랜드와 연관시키며 오래 기억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고유 향기 내놓는 특급호텔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향기 마케팅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호텔 업계다. 국내 특급호텔들은 대부분 자체 제작한 고유의 ‘시그니처 향’을 갖고 있으며 최근에는 호텔 향을 담은 디퓨저 등의 제품도 출시하고 있다.

롯데호텔은 시그니엘에 자체 개발한 ‘워크 인 더 우드’(A Walk in the Woods) 향수를 사용하고 있다. 은은한 나무향과 청량한 과실향, 향긋한 꽃내음이 어우러진 향이다.

이 향은 원래 호텔 전용으로 개발됐지만 투숙객들의 구매 문의가 이어지면서 디퓨저 제품으로도 출시됐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디퓨저 판매량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디퓨저 제품은 선물용으로 대량 구매하는 마니아층도 형성되었을 정도로 꾸준한 인기가 있으며 한번 구매한 고객이 다시 찾는 재구매 의사도 높다“며 “호텔에 머무르며 느꼈던 혹은 느끼고 싶은 기분 그대로를 집에서도 만끽하길 원하는 고객들에게 크게 어필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특급호텔이 자체 향기에 공을 들이는 것은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맡을 수 있는 향을 통해 투숙객에게 오랫동안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문을 연 소피텔 앰배서더 서울은 프랑스계 럭셔리 호텔이라는 점을 살려 시그니처 향을 만들었다. 호텔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편안함과 함께 서울 속 파리의 은은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호텔의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향을 만들기 위해 유명 조향사 등과 손잡고 자체 향을 개발하기도 한다.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프랑스 출신의 조향사 알리에노르 마스네와 손잡고 장미향이 감도는 시그니처 향수를 개발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서 운영하는 더 플라자는 국내 특급호텔 최초로 시그니처 향을 개발해 호텔의 향과 직원 향수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2010년 전면 리모델링 당시 호텔의 인테리어와 외관, 유니폼, 로고를 디자인한 디자이너 귀도 치옴피가 도심 속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유칼립투스 향을 제안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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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플라자의 커피숍 ‘카페 드 마티네’에서 자체 제작한 캔들, 디퓨저, 룸스프레이 등의 향기 제품. AK플라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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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에 브랜드 정체성 담아

최근에는 소비자의 경험을 확대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고유의 향기를 도입한 오프라인 매장도 늘어나고 있다.

‘플리트비체’라는 시그니처 향기를 문화센터에 활용하고 있는 롯데백화점은 최근 본점 5층 남성 해외패션관에도 이 향을 적용했다. 20~30대 고객을 겨냥한 감성 마케팅의 일환이다. 롯데백화점은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본점의 층별 재단장 일정에 맞춰 발향기기를 추가로 설치하고, 향후 지역별 거점 점포를 거쳐 전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K플라자는 전점에 입점한 커피숍 ‘카페 드 마티네’에서 자체 제작한 캔들, 디퓨저, 룸스프레이 등의 향기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커피향이 가득한 매장에서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향기공방 ‘페일블루닷’과 협업해 마티네만의 향기를 제작했다. 이 제품은 AK몰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패션업체들도 향기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무신사의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에는 주 이용 층인 10~20대 고객을 겨냥해 브랜드를 느낄 수 있는 향기를 입혔다. 숲속 물기를 머금은 파촐리와 자유분방한 아름다움을 전하는 자스민 등 숲의 에너지와 자유로움을 무신사의 브랜드향기로 표현했다는 설명이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향기를 담은 다양한 향기 제품도 나올 예정이다. 휠라코리아는 휠라를 상징하는 테니스에서 영감을 받아 우디향과 프레시향을 조합한 향을 개발해 매장에서 활용 중이다.

브랜드 자체를 향기로 구현한 제품도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니치 향수(희소성 있는 프리미엄 향수) 브랜드 ‘살롱 드 느바에’와 손잡고 ‘오 드 칠성 바이 살롱 드 느바에’를 내놨다. 칠성사이다, 트레비, 클라우드 등 롯데칠성음료의 대표적인 제품을 재해석해 사이다의 청량함, 맥주의 쌉쌀함 등을 향기에 담았다.

호텔부터 패션업체까지 다양한 기업의 향기를 만든 향기마케팅 기업 센트온의 관계자는 “예전에는 향기마케팅을 호텔, 대형쇼핑몰 등에서 많이 진행했다면 요즘에는 패션 브랜드, 영화관, 아파트 등 여러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어떤 점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고 싶어하는지와 매장의 인테리어, 음악, 조명 등을 다양하게 고려해 향기를 개발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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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가 니치 향수 브랜드 ‘살롱 드 느바에’와 손잡고 자사 음료를 향수로 재해석한 ‘오 드 칠성 바이 살롱 드 느바에’ 제품. 롯데칠성음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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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계기 향기 주목

후각은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시각, 촉각, 미각, 청각에 비해 즉각적이지는 않지만 다른 감각들과 달리 대뇌에 직접적으로 전달돼 기억에 오래 남는 특징이 있다. 많은 기업에서 고객의 후각을 자극해 브랜드와 연관시키는 향기 마케팅을 진행하는 이유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향기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집콕’ 생활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집에서 마음의 안정과 좋은 기분을 느끼기 위해 향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집안 분위기를 전환하는 인테리어의 하나로 향기를 활용하며 ‘향테리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오랫동안 실내에 은은한 향을 내는 디퓨저, 향을 피우는 인센스 스틱과 인센스 콘, 방에 즉각적인 향기를 채울 수 있는 룸스프레이 등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향 제품도 다양해졌다.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면서 화장 대신 향수로 고유의 개성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일반 향수보다 비싼 20만∼40만원대의 니치 향수는 가격 장벽에도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니치 향수를 많이 판매하는 주요 백화점에서 올해 상반기 향수 관련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60%대 상승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8월 16일부터 일주일간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에서 니치 향수를 비롯한 뷰티 브랜드 기획전을 진행한 결과 뷰티 부문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5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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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프리미엄 향수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프리미엄 향수시장 규모는 지난해 5310억원까지 성장했고 2023년에는 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적으로도 향기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영국 시장분석 업체 IAL컨설턴트는 글로벌 향기 산업 규모가 2017년 28조원에서 2022년 약 40조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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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성 있는 프리미엄 향수를 뜻하는 니치 향수들. 신세계인터내셔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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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 교수는 “공간에서 느껴지는 향기에 사람들이 주목하게 된 것은 최근에 두드러지는 현상으로, 코로나19의 영향과 함께 마음의 평정과 같은 치유적인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향기가 무의식을 자극하기 때문에 소비로 연결되는 것을 노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다만 인위적이거나 1차원적인 향기는 소비자에게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미지를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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