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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은 5조에 자율주행 기업 인수… M&A 예고한 삼성은 저울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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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퀄컴이 사모펀드 SSW파트너스와 함께 스웨덴 자율주행 기술 개발 업체 비오니어를 45억달러(약 5조34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비오니어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개발하는 회사로, 자동차가 도로 환경이나 상황을 인지해 스스로 주행할 수 있는 기술에 특화돼 있다.

17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퀄컴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나 모뎀칩 외에도 자동차용칩을 10년 동안 공급해왔고, ADAS용칩 ‘스냅드래곤 라이드’도 만들어 왔지만 자동차 산업 내에서 두각을 나타낼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비오니어 인수는 ‘게임 체인저’급의 파괴력을 지닌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비오니어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노하우를 흡수한 퀄컴이 가장 경쟁력 있는 자율주행용 인공지능(AI) 칩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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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니어 레이더 시스템. /비오니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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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은 자동차 부품 세계 선두권에 있는 마그나인터내셜널과 비오니어 인수 경쟁을 펼쳤던 것으로 전해진다.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7월 비오니어는 마그나와 주당 31.25달러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지만, 퀄컴이 마그나보다 18% 높은 가격을 제시해 계약을 파기시켰다. 퀄컴이 비오니어에 제시한 매각 금액은 주당 37달러로, 마그나는 계약파기에 따른 보상금 약 1억1000만달러(약 1300억원)를 받는다.

퀄컴의 비오니어 인수는 경쟁 반도체 설계기업에도 큰 시사점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 분야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퀄컴이 몇 발짝은 치고 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업계는 자율주행 등 전장 분야 영역을 넓히려고 하는 삼성전자에 큰 충격을 줬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는 최근 3년 내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을 진행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은 없다.

투자업계와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인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분야를 자동차로 예상하고,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네덜란드 NXP, 스위스 ST마이크로 등을 유력 후보로 거론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반도체 공급 부족 등으로 이 반도체 회사들의 기업가치가 오르면서 인수 자체가 어려워졌다. 또 반도체 패권 싸움으로 각국 반독점심사기구의 견제도 심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와 ADAS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이 중 아이소셀 오토는 자율주행 기술의 전초격인 반도체로, 외부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삼성전자의 ADAS 기술 개발은 자회사 하만이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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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자동차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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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S용 이미지센서는 크게 뷰잉(viewing)과 센싱(sensing) 분야로 나뉜다. 뷰잉 이미지센서는 단순히 외부 상황을 찍어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 센싱 이미지센서는 찍힌 화상(畵像)을 인지하고 분석하는 역할까지 맡는데, 아이소셀 오토 4AC는 뷰잉 이미지센서다. 삼성전자는 고도의 AI 칩이 필요한 센싱 기술까지는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소셀 오토 4AC는 현대자동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신 전기차 GV60의 서라운드뷰 카메라와 후방카메라 등에 탑재된다.

삼성전자가 M&A를 노린다면 자율주행을 위한 센싱 기술을 보유한 업체나 센싱에 필요한 AI 칩을 만드는 기업이 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NXP 등과 비교해 기업가치도 아직 낮은 수준이다. 또 NXP 등은 MCU와 같은 저부가가치 반도체를 주로 만들어 굳이 비싼 가격을 주고 인수할 필요도 떨어지는 편이다. NXP의 현재 인수 가격은 80조원대로 추정되는데, 이는 비오니어 기업가치의 20배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성장성을 봤을 때 자율주행차용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업이 더 낫다는 판단을 삼성전자가 가질 수 있다”라며 “NXP 등이 거론된 초기에도 효용성 측면에서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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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자동차용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오토 4AC.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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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이미지센서 전 세계 1위 소니 역시 자율주행용 이미지센서나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파운드리 업계 1위 대만 TSMC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소니의 이미지센서 등을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이 공장에 세계 2위의 자동차 부품사인 일본 덴소 역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덴소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부품 계열사로, 또 다른 부품 계열사인 아이신(세계 5위)과 함께 자율주행용 선행연구를 위한 자회사 TRI-AD(Toyota Research Institute - Advanced Development)를 설립하기도 했다. 덴소가 개발한 ADAS 기술인 ‘도요타 어드밴스드 드라이브’의 경우 전자적제어유닛(ECU)의 성능이 기존과 비교해 2배 이상이고, 감지형 센서인 라이다(LiDAR)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탐지 거리를 실현했다. LG이노텍이 만드는 ADAS 관련 부품 모듈에도 소니의 이미지센서가 사용된다.

삼성전자 역시 자율주행 기술 혹은 AI 관련 기업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병훈 삼성전자 IR 팀장 부사장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M&A를 추진할 때는 회사의 지속 성장에 도움이 된다면 사업 영역이나 규모에 대해선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예를 들어 AI나 5G(5세대 이동통신), 전장 등을 포함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판단되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라며 “다만 타깃 노출 우려로 분야를 특정하기 어려운 점은 양해 바란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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