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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일산대교 한복판…쓰러진 남성 옆 경광봉 든 여성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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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9월 일산대교에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 남성을 한 여성이 부축한 후 경광봉을 흔들고 있다. /유튜브 '대한민국 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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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들이 쌩쌩 달리는 고속도로의 가드레일 옆, 한 남성이 땅에 주저앉아 있다. 이 남성을 부축하고 있는 건 그보다 체구가 작은 여성이다. 여성은 남성을 부축하는 동시에 한 손으로는 경광봉을 흔들고, 귀와 어깨를 밀착시켜 전화하고 있다. 위험에 빠진 시민을 구하는 ‘원더우먼’ 같은 이 여성은 대체 누구일까.

지난 14일 대한민국 경찰청 유튜브에는 ‘고속도로 1차선에서 경광봉을 흔드는 원더우먼의 정체는?’이라는 제목으로 약 2분 40초가량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지난 9월 어느 날, 일산대교의 모습이 담겼다. 한 차량이 차선을 넘나들며 비틀거린다. 예고도 없이 끼어드는 이 차량 탓에 주변 운전자들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1차선으로 차선을 변경한 후에도 해당 차량은 가드레일을 들이받을 것처럼 위험한 운전을 이어갔다. 결국 일산대교 중간에서 완전히 멈춰버린 차량, 운전자가 내렸다. 남성 운전자는 술에 취한 듯 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이 운전자가 차들이 지나다니는 2차선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이 차량을 수상하게 여긴 뒤차 운전자가 뛰쳐나왔다. 한 손에 경광봉을 든 여성은 비틀거리는 남성을 부축해 가드레일 쪽으로 데려와 안전을 확보했다. 남성은 아예 도로에 주저앉았고, 여성은 한 손으로 남성을 붙잡고 더 쓰러지지 않게 지탱했다. 이 상태로 여성은 다른 한 손으로는 경광봉을 흔들고, 어깨와 귀 사이에 휴대전화를 끼고 경찰에 신고했다.

해당 여성은 “일산에서 김포 방향 톨게이트를 지났으며 한강 A 아파트 옆을 지나고 있다”고 정확하게 위치를 알렸고, 경찰은 빠르게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경찰이 도착하자 여성은 “감사합니다”라며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여성의 정체는 경찰관이었다.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역학조사 지원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던 중이었다. 그는 평소 사고 예방을 위해 자신의 차량에 경광봉 등 안전장비를 늘 챙겨다녔다고 한다.

남성 운전자는 음주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음주측정 결과 면허 정지 수치에 해당했다. 경찰청 측은 “해당 남성은 경찰 조사 후 안전하게 보호자에게 인계됐다”며 “음주운전은 살인행위, 한 잔만 마셔도 음주운전”이라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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