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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중국의 검열 도구” 中 앱스토어에서 종교 앱 대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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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중국 국기 문양이 그려진 애플 로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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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최근 중국에서 종교 관련 앱들을 자사 앱스토어에서 삭제하고 있다고 BBC 방송이 1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BBC는 “애플이 중국 당국의 요청에 따라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쿠란(이슬람 경전) 앱 중 하나인 ‘쿠란 마지드’를 중국 앱스토어에서 내렸다”면서 “당국의 요구는 이슬람교를 믿는 중국 신장 지역 위구르족에 대한 탄압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쿠란 마지드’는 세계 수백만명의 무슬림이 사용하고 있는 앱이다. 애플 측은 “우리는 각국의 법을 따르고 있고, 간혹 정부의 뜻이 우리의 입장과 다른 경우가 있다”고 했다.

다른 인기 종교 앱들도 중국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사라지고 있다. BBC방송은 “‘올리브트리’의 성경 앱도 이번 주 중국에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올리브 트리 측은 BBC에 “애플 앱스토어로부터 책이나 잡지 콘텐츠가 포함된 앱을 배포하려면 중국 당국의 허가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는 통보를 받고 앱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성경과 쿠란 등이 포함된 아마존의 오디오북 서비스 ‘오디블(Audible)’도 최근 중국 앱스토어에서 퇴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인권 단체 엠네스티의 니컬러스 베클란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지역 사무소장은 NYT에 “애플은 중국 정부가 통제하는 검열 기계의 톱니바퀴가 됐다”고 비판했다.

◇중국 앞에서 작아지는 애플

애플은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에서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중국 정부의 요구에 순응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월 애플 내부 문서와 전·현직 직원 17명, 4명의 보안전문가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애플이 중국 정부가 싫어할 만한 앱을 알아서 검열하고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별도의 앱 리뷰어들을 고용해 천안문광장, 파룬궁, 달라이 라마, 티베트 독립 등 중국이 싫어하는 주제에 대한 앱을 검사하고 삭제했다.

NYT가 앱 데이터 회사 센서타워와 함께 분석한 결과 2017년 이후 중국 애플 앱스토어에서 5만5000개의 앱이 사라졌다. 이 중 3만5000개는 게임이고, 2만개는 외국 뉴스 매체, 메시지앱 등이다.

애플은 중국 정부의 앱 삭제 요청에도 적극 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6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중국 정부의 앱 삭제 요청 가운데 91%를 수용했다. 다른 국가 정부의 삭제 요청을 수용한 비율은 40%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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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애플이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싼리툰에서 문을 연 아시아 첫 플래그십 ‘애플 스토어’ 매장. 개장 첫날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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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중국 고객들의 데이터 관리 권한도 현지 당국에 넘겼다. NYT에 따르면 애플은 2017년 중국 법에 따라 중국 아이폰 고객의 데이터를 중국과 중국 국영기업이 소유한 서버로 옮기는 데 동의했다. 또 중국 국영기업이 i클라우드를 통해 수집된 고객 데이터를 마음대로 접근하고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 내 애플 제품 이용자의 이메일과 사진, 연락처, 캘린더와 위치정보 등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애플은 “우리는 중국 또는 우리가 운영하는 모든 곳에서 사용자 또는 데이터의 보안을 훼손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2분기 중국 매출 17조원 승승장구

애플이 중국에서 검열에 적극 협조하는 이유는 중국이 애플의 세계 최대 시장 가운데 하나이고, 애플 공급망은 중국 제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년보다 5% 성장해 점유율 11%를 기록했다. 화웨이(-3%)와 비보(-22%), 오포(-26%), 샤오미(-15%) 등 현지 업체들이 역성장한 것과 대조됐다.

올해 애플의 중국 매출은 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애플은 4~6월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중화권에서 148억 달러(약 17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93억 달러) 대비 58% 증가한 수치다. 애플의 2분기 전체 매출에서 중국 매출 비중은 약 18%에 달한다. 팀쿡 애플 CEO는 “중국 도시 지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2종의 휴대폰이 모두 애플 제품”이라며 “태블릿과 컴퓨터도 신규 사용자를 유치하고 있으며 구매자의 3분의 2가 최초 사용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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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가운데)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012년 중국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에 새로 건설된 팍스콘(Foxconn) 공장의 아이폰(iPhone) 조립 라인을 둘러보며 직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LA타임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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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판매되는 아이폰의 약 90%가 중국에서 생산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업체 폭스콘의 공장이 대부분 중국에 있다. 중국에는 수십만명의 숙련 노동력이 있고 애플 생산시설 주변에는 광범위하고 복잡한 부품 및 물류·인력 생태계가 구축됐다.

◇중국 정부에 저항한 서구 기업 전멸

중국은 서구 IT기업들의 무덤으로 인식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검열·단속 요구를 따르지 않는 기업들은 어김 없이 중국 시장을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2009년 중국에서 차단됐다. 구글은 중국의 검색 결과 검열을 거부하다가 2010년 사업을 접고 철수했다. 아마존웹서비스는 외국 기업이 클라우드 시설을 운영할 수 없다는 중국 법에 따라 2017년 일부 자산을 매각했다. 메신저 앱 시그널과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도 올해 중국에서 차단 당했다.

최근에는 중국 내 유일한 서구권 소셜미디어인 ‘링크드인’이 중국에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 “마이크로스프트가 운영하는 링크드인이 올해 말까지 중국 내 서비스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검열을 실시하고 있는 중국에서 서구 인터넷기업들의 고군분투는 결국 (실패로) 끝났다”고 보도했다. 2014년 중국에 진출한 링크드인은 5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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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LinkedIn)은 마이크로소프트 산하의 전문가 네트워킹 플랫폼이다./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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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드인은 중국 철수 방침을 발표하며 “중국 경영 환경이 어려워졌고 규제 수위도 높아져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면서 “우리는 중국 회원들이 일자리와 경제적 기회를 찾도록 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자유로운 정보 교류를 보장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이어 “소셜미디어 기능이 없는 구인구직 사이트 ‘인잡스’(InJobs)를 중국에서 새로 개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SJ는 “중국 당국의 인터넷 검열 강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링크드인이 견디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3월 중국 당국은 링크드인이 정치적인 콘텐츠를 통제하지 못한다며 30일 안에 콘텐츠 규제를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로 인해 링크드인 신규 회원 가입은 금지됐고, 반중 성향 인권운동가, 교수, 언론인 등의 링크드인 계정이 차단됐다.

미중 경쟁 속에서 링크드인이 자국 눈치를 봤다는 분석도 있다. 미국 외교협회 중국 기술 전문가인 애덤 시걸은 “미 의회에서 중국 당국의 규제를 준수하는 중국 내 미국 기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링크드인이)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릭 스콧 상원의원은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링크드인 경영진에 서한을 보내 “미국 기업이 중국의 요구를 수용해 미국 언론인들에 대한 검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벌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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