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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오징어게임 속 경마 장면, 이젠 없다" 마사회의 이미지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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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최대 흥행 드라마 ‘오징어 게임’ 초반부에선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주인공 성기훈(이정재)이 경마에 빠진 모습을 볼 수 있다. 낡은 건물의 경마 장외발매소에는 기훈과 같은 중년 남성들이 뒤엉켜 중계 화면을 바라보며 함성을 지른다. 바닥에는 경주가 끝나 찢겨 버려진 마권이 나뒹군다. 기훈은 경마장에서 소매치기를 당하고, 사채업자에게 협박까지 당하지만, 경마장 직원이나 주변 사람들 누구도 돕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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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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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는 오징어 게임에 묘사된 경마장 풍경에 대해 “제자리걸음인 이미지가 아쉽다”고 평가했다. 기훈이 탄 경마 상금은 공제되는 세금까지 정밀하게 고증됐지만(기훈은 5만원을 걸어 약 117배의 배당을 맞췄고, 22%의 세금 129만원을 공제한 상금을 받았다), 어지러운 장외발매소의 모습은 현실과 다르다는 해명이다. 마사회는 “경마 이미지 개선을 위해 전체 장외발매소를 지정 좌석·좌석 정원제로 전환했고, 장외발매소당 평균 60명의 경비·미화 직원을 배치해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사회가 ‘이미지’ 신경 쓰는 이유



마사회는 최근 이미지 관리에 한창이다. 오징어 게임 때문만은 아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것처럼 경마가 복권 등 다른 사행산업보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전임 김우남 회장이 측근 특혜 채용·폭언 등 ‘갑질’ 논란으로 해임되며 마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게다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마사회는 창립 72년 만에 첫 적자를 봤다. 16일 윤재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2월부터 중단된 경마로 마사회는 총 11조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 궁여지책으로 결국 2000억원의 긴급 대출에 나설 방침이지만, 결국 제대로 영업을 해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말 산업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마사회는 ‘온라인 경마’가 가능해야만 경마 산업이 지속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온라인 경마가 가능하려면 먼저 국회가 법을 바꿔야 한다. 그러나 경마의 부정적 이미지를 우려한 정부는 법 개정에 꾸준히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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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경마장에서 무관중 경주를 하는 모습.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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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는 현재 오프라인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외국 경마 영상을 활용한 불법 도박이 확산하고 있다. 마사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불법 경마 시장은 약 6조9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불법 경마 사이트를 적발해 폐쇄한 사례는 지난해에만 7505건으로 전년 대비 38.8% 급증했다. 이 시장을 양성화하면 말 산업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게 마사회의 설명이다.

영국·프랑스·독일·미국·일본·홍콩 등 주요 경마 시장에서는 이미 온라인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복권, 스포츠토토, 경륜·경정 등 다른 사행산업은 앞서 온라인 사업이 허용된 상태다. 마사회는 온라인 경마를 시행할 경우 마권 판매금에 붙는 레저세·지방교육세·농어촌특별세 등의 세금와 경마 이익금으로 납부하는 축산발전기금 등 공적 재원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코로나19 이후 관련 제세금과 기금 감소 추정액은 1조원을 넘는다.



정부 “국민 신뢰부터 회복해라”



마사회의 바람과는 달리,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마사회를 강하게 질책하며 온라인 경마에 반대하고 있다. 마사회와 경마의 ‘이미지’가 개선된 뒤에야 도입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온라인 경마 도입 여부는 마사회 매출 감소만 가지고 판단할 수는 없다”며 “마사회는 정부로부터 독점적으로 경마 산업을 시행하도록 권한을 받아 운영 중인 공기업으로, 경영에 추가적인 어려움이 있으면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사회는 그동안 경마 관계자의 잇따른 사망사고와 최근 전임 회장의 갑질 사건에 따른 해임, 공공기관 경영평가 부진과 조직 내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라며 비판했다. 이어 “현 상황에서는 우선 마사회가 혁신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경마를 허용하는 내용의 한국마사회법 개정안이 4건 발의돼 계류 중이다. 하지만 앞서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8월 국회에서 “마사회가 코로나19 때문에 어려워서 탈출구로 온라인 마권을 발매한다는 이런 방식으로는 국면을 돌파할 수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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