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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사이, 기후변화 고리로 한국이 매개자 역할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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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에도 미국-중국 간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가 양국 갈등 및 세계 정세에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15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이 창간 20주년을 맞아 '미중 대결 시대의 한반도'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어느 누구도 직면하지 못한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전대미문의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진단했다.

안 교수는 "현 수준의 과학적 '신중한' 판단에 따르면 기후위기는 해양, 빙하, 육상 등 전방위적으로 불가역적인 티핑 포인트에 근접했다. 이 기후위기는 바이든 및 이후 30년간 미국의 모든 이슈를 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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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열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창간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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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바이든 정부가 3조 5000억 달러라는 전무후무한 예산안을 추진하는데도 민주당 내 생태사회주의자들은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반면 공화당은 재정절벽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예산 축소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이같은 비토크라시(Vetocracy, 상대 정파의 주장과 정책을 모두 거부하는 극단적인 당파정치)적 정치 구조를 수정하지 않고서는 전 지구적인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어 안 교수는 "기후 위기와 보건 이슈조차 미중 갈등에 때로는 종속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미국의 정치 상황 및 중국의 점진주의적 대응에 따라서는 기후가 강압적 외교의 수단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중국, 북한 등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후 등 재난 영역이 미중 갈등과 긴 호흡의 북한 이슈를 돌파할 새로운 중요한 조정자의 틈새로 부상했기에 더욱 중요하다"며 "외교에서도 '그린 데탕트', 생태 외교 개념 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발표를 맡은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역시 미중 양국 갈등 상황에 기후 위기 이슈가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중국은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 힘이 약해지려면 탈(脫) 석유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석유는 모두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이라며 "탄소 중립 시대의 중국의 재생에너지 문제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연관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기후 위기를 미중 양국 갈등의 수단이 아닌, 완화시킬 수 있는 공동의 목표로 삼을 수 있도록 외교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날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기후변화나 보건 안보 등의 영역에서 미국과 중국이 힘을 합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한국이 촉진자, 매개자의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역시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도 '그린 데탕트'를 강조하며 "미군이 내뿜는 탄소 배출량이 국가로 따지면 49위 정도에 해당한다고 한다. 중국도 통계는 없지만 이와 유사할 것"이라며 "세계 1, 2위의 탄소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기후 변화 과정에서 모범을 보이고 협력해야 하는데 경쟁에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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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창간 20주년 기념 세미나가 열렸다. 왼쪽부터 안병진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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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긴 하지만 헤어질 능력은 없는 미중

미국과 중국은 경제 부문에서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어느 쪽도 쉽게 상대의 손을 놓을 수 없는 구조에 놓여 있다.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서로에게 상당 부분 얽혀있고, 어느 쪽도 상대를 떠나서 독자적으로 생존‧번영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안병진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한 실존적 불안감과 트럼프의 재집권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런데 중국을 견제는 해야겠지만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 속에서 바이든 정부는 경제, 기후변화 등 여러 스펙트럼에서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미국 정부의 상황을 분석했다.

이어 그는 "미국의 자유주의 시스템은 21세기에 작동하지 않는다. 미국이 너무 분열돼있고 심지어 연방 분열 가능성도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자유주의적 보편주의가 옳은지의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내부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희옥 교수는 중국 역시 미국과 대결에 있어 "현재로서는 국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신중론과 준비론을 유지하면서도 중국 핵심이익에 대해서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중국은 스스로를 '개발도상국의 대국' 이라며 자신들이 취약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자국 국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당분간 2022년 미국의 중간선거, 중국의 20차 당 대회까지는 미·중 관계가 경향적으로 '갈등 속 협력'의 기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 진영에 기초한 냉전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고, 무기화된 상호의존(weaponised interdependence)이 작동하고 있으며, 핵보유국 사이의 '공포의 균형'도 있고, 현재는 중국이 자본주의 국제질서 바깥에서 국가이익을 추구할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미국은 현재 단일패권 체제의 쇠퇴를 부분적으로 늦출 수는 있지만, 과거의 영화를 복원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며 "미국이 중국 견제에 참여한 동맹국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없어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도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 교수는 "냉전은 이데올로기가 디커플링 된 상태였고 경제 체제도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데올로기를 예로 들면 중국 사회주의적 이데올로기를 소비할 국가가 많지 않다"며 "경제 역시 단일한 자본주의 질서 안에서 작동 중이다. 이에 중국을 고립화시켜서 중국 바깥에서 경제 체제를 만드는 것이 이론적, 물리적으로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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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열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창간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이희옥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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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미국은 신 냉전을 동원할 능력도 없고 매력적인 민주주의 모형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코로나 19 백신을 대하는 미국의 태도도 리더십을 발휘하기 보다는 소위 '각자도생'이었다"며 미국이 중국을 압도하는 글로벌 리더로 세계를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성락 전 본부장 역시 냉전시기 미국-소련의 대립과 현재 미국-중국의 상황을 비교하며 "미국과 중국 대립이 미소 냉전보다 긴 기간 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정도도 강할 것"으로 예측했다. 소련에 비해 중국은 경제적으로 훨씬 그 영향력이 크고, 이데올로기 역시 미국과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위 전 본부장은 "그런데 이 과정에서 중국이 우위에 서서 게임을 끌고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체제가 경직되고 억압적이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비교적 효율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망을 꾸려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중국은 견제망을 힘들어 할 수도 있겠지만 자체적 규모와 역량이 있어서 비등한 게임을 하게 될 것"이라며 "소련의 경우 냉전의 오랜 기간 동안 결국 내부 체제가 폭발했는데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견제망에 대해 내심 꽤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색빛의 진실 발견해야

미국과 중국 중 어느 한쪽으로 세가 기우는 양상이 단기간 내에 벌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지만, 국지적인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존재한다.

정욱식 대표는 "남한 내 중국에 대한 두려움이 중국 혐오론과 군비 증강으로 이어질 경우 우리가 미중 갈등에 빨려들어갈 가능성이 커진다. 또 김정은은 중국의 주권과 영토 안정에 대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는데 이건 시진핑이 대만 문제를 언급할 때 항상 하는 말"이라며 남북한이 대만을 두고 벌이는 미중 양국 전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우려했다.

정 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만약 대만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한국이 자동 개입될 가능성이 있고, 이렇게 되면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안보 위기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에 그는 남북관계에 대한 접근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는 "지금까지 남북관계는 최선의 시나리오를 목표로 한 접근법이었다. 그런데 미중 경쟁 시대에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대표는 "미중 충돌 시 남북한이 여기에 연루될 수 있다는, 전면전이 될 수 있다는 위협 및 공멸 인식을 남북이 공유한다면, 남북관계를 이대로 둬서는 안된다는 절박한 인식이 살아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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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열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창간 20주년 기념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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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김정은은 최근 미중 관계를 신냉전으로 규정하고 한반도 주변 정세에 대한 관리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미국이나 남한이 아니라 전쟁이 주적이라고 표현했는데, 남북이 지금처럼 관계를 가져갈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수도 있다는 부분에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병진 교수는 현실적 접근을 주문했다. 그는 "자주 국방과 평화 프로세스 사이,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과 현실적 제안, 북한 인권 제기와 현실적‧단계적 접근, 타국의 내정 간섭과 국제적 개입 보편성 등 어려운 이슈들 속에서 회색 영역을 발견해야 한다"며 "기회주의자의 영역이 아니라 바츨라프 하벨 체코 대통령이 이야기한 '회색빛의 진실'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중국도 그렇지만 김정은 역시 기후와 관련한 재난이 고민 중 하나"라며 "한반도에는 특히 생명 공동체 구축, 그린 데탕트를 구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성락 전 본부장은 한국 고유의 정체성을 가지고 대외 관계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우리가 상황에 대처하는 밑바닥에 지난 100여 년을 거쳐 힘들여 추구하고 이룩했던 성취가 깔려 있어야 한다"며 "한국이 시장 경제와 자유 민주주의에서 성과를 거둔 예외적인 나라인데 그 점이 우리의 정체성으로서, 가치로서 대외관계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 전 본부장은 "정체성과 가치에 기반한 정책이 있어야 일관성과 일체성, 예측가능성 생겨나는데, 우리는 그동안 그렇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중 경쟁으로 드러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의 거대한 질서 재편 움직임을 들여다 봐야 한다. 한반도 평화 문제도 지역 전체 질서 재편에서 유리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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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열린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창간 20주년 기념 세미나에 토론자로 참석한 위성락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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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옥 교수는 "우리가 '미들 파워 외교'(중견국 외교) 하자고 하는데 세계적인 어젠다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선진국 외교 말고는 길이 없는 것 같다"며 한국의 위상 변화에 맞는 대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국민들의 국가 자부심도 높고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도 그렇다"며 "한국 외교가 독자성을 갖고 어젠다를 이끌어 나갈 것을 기획해볼 때가 됐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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