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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 이젠 꿈도 못 꾼다"…무주택자, 당첨도 어렵지만 대출 막혀 설움이 분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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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1. 입사 10년 차인 40대 직장인 김용만씨는 지난달 1순위 청약이 마감된 단지의 홈페이지를 아침마다 접속한다. 정당계약이 마무리된 뒤 계약을 포기하거나 청약 조건이 맞지 않아 부적격자로 분류된 잔여가구에 대한 추첨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김씨는 수년째 같은 일은 반복하고 있는 아파트 분양을 접기로 마음먹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창구 차단하면서 분양을 받아도 중도금을 납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2. 맞벌이 30대 직장인 유민희씨는 최근 5년 동안 잔여가구 추첨에 30번 정도 도전해 결국 당첨됐다. 유씨는 당첨됐다는 사실에 지인들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뤘다는 소식을 전했다. 하지만 기쁨은 30분을 채 넘지 못했다. 잔금과 중도금 납부라는 공포감이 밀려와서다. 유씨 부부가 마련해야 될 돈은 현금으로 4억원에 달했다. 입주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있지만 현재 머물고 있는 전셋집을 빼지 않으면 창약‧계약‧중도금 납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결국 청약을 포기했다.

#3. 공기업에 재직 중인 박미현씨는 은행권에서 전세반환대출을 알아보다 '멘붕'에 빠졌다. 대구은행에선 금리 3%대, 원금균등으로 대출을 내주기로 했지만, 문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조건에 맞춰 기존에 갖고 있던 마이너스 통장의 한도도 반으로 줄이라고 했다. 마통 한도를 채우기 위한 몫 돈이 없는 박씨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상호금융과 보험사까지 알아보고 있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청약시장에서 현금부자와 고가점을 확보한 50‧60대에게 밀린 무주택자들이 '내 집 갖기'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까지 겹치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중도금 납부를 하지 못하는 이들과 전세 임대차 계약을 맺고 은행에 보증금 대출을 문의했다가 한도 축소 등을 이유로 승인을 거절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가계대출 조정을 위한 정부의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에 무주택자들은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 막아놓으면 실수요자 죽어야 하나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 5900명의 동의를 받은 상태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10.06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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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집 마련의 꿈' 뺏는 겹겹 규제

16일 금융권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 말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창구를 한시적으로 닫았고,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집단대출(잔금), 전세대출 한도를 모두 축소했다. 하나은행도 이달부터 일반 주담대 일부 한도를 줄이고, 전세대출 한도도 곧 축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집단 대출 장구가 막히면서 입주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인천검단 AA13-1블록 공공분양주택' 입주자모집공고에서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로 인해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함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다.

통상 분양가 9억원 이하의 아파트는 사업 주체가 중도금 집단 대출을 알선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강화로 시중 은행들이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공공분양에서도 '중도금 불가' 공지가 속속 나오고 있다.

LH는 최근 검단신도시 이 외에도 경기 화성능동 B-1, 화성봉담 A-2 신혼희망타운, 시흥 장현 A-3, 파주운정 A-17블록 등에서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할 수 있음을 안내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9억원 이하 단지는 건설사가 금융사를 통해 집단대출을 알선해주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이 커지면서 금융사들이 집단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분양 아파트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15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28.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힐스테이트 광교중앙역 퍼스트'는 사업 시행사가 "중도금대출 알선은 사업주체 및 시공사의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중도금 대출 불가를 명시했다.

내달 6일 본격적인 분양에 돌입하는 '더샵 하남에디피스'의 경우에도 청약 예정자들에게 "중도금 대출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특히 중도금을 3회 연속 미납할 경우 계약 해제 사유가 될 수 있어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은 더 큰 상황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아파트 표준 공급계약서에 따르면 중도금을 3회 이상 미납할 경우 계약 해제 사유가 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생애최초 주택구입 꿈 물거품. 집단대출 막혀 웁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수차례 청약 끝에 첫 집을 장만했는데 자금이 부족해 집단담보대출을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집단대출을 막는다는 날벼락 같은 기사를 접하고 가슴이 답답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대출규제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어렵게 청약에 당첨이 됐는데 잔금 대출의 경우 당장 현금 계획에 문제가 생기는 만큼 우려스러운 부분이 크다"며 "기존에 분양을 받고 잔금을 앞둔 사람들에게는 최소한으로 소급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24일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 영업점에 '가계대출 한시적 신규취급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11월 30일까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중단한다. 2021.08.24 yooks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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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출 조이기 전방위 확산

집단대출에 이어 전세자금 대출도 옥죄면서 신규 세입자뿐 아니라 기존 세입자들도 갱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년 전 서대문구 신축 아파트에 전세로 입주했던 함영식(61) 씨는 "시중은행에서 전세대출 연장을 해주지 않아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외국계 은행을 부랴부랴 찾아가 연장을 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실수요자들은 연말 대출 총량 규제를 피해 연 대출 증가율 한도가 리셋되는 내년 1월로 잔금 일정을 미루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총 4932가구인 서울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의 경우 10~15개에 불과한 전세 매물 대부분이 올해 11~12월 잔금 조건을 내건 상태다. 고덕동의 H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통상 10월 둘째 주부터 이듬해 1월 잔금 조건인 매물이 나오는데 해당 단지는 올 9월 입주 2년차를 맞아 나올 매물은 거의 다 나왔다. 조금 있으면 매물은 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으로 잔금일을 미뤄도 전세대출이 원활히 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내년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올해보다 더 타이트한 4%대 증가율로 막기로 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연초에는 좀 더 대출 승인이 용이하지만 지금은 내년에도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관리 및 갭 투자를 막기 위한 전세대출 규제가 오히려 실수요자들의 거주 부담을 키우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뜩이나 주택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전세대출 규제가 이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셋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해 7월 3.3㎡(평)당 1490만원에서 올해 7월 1910만원으로 28.2% 급증했다. 법 시행 전 1년 상승률이 9.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세 배나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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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공사 현장 전경. [사진=유명환 기자] 2021.09.27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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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선 청약가점 60점도 아슬아슬

공급 물량 부족은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일반 분양 물량은 1610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의 37%, 재작년 같은 기간의 25%에 불과하다. 올해 하반기 분양 예정이었던 서울 재개발·재건축 단지들도 정부 정책 개편을 기다리느라 줄줄이 분양을 연기해 물량 부족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공급물량 감소로 인해 피해는 저가점자들이 보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1~5월 전국에서 청약접수를 받은 민간분양 아파트 일반공급 물량의 가점 커트라인 평균은 32점으로 2019년 24점, 2020년 31점에 이어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60점으로 가장 높고 이어 세종 59점, 대전 50점, 인천 47점 순으로 집계됐다.

일례로 지난 6월 분양한 '래미안 원베일리'의 경우 청약 만점자(84점)가 나왔다. 당첨자 평균 청약가점도 72.9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대전 중구와 7월 인천 계양구에서 공급된 '대전 해모로 더 센트라'와 '힐스테이트 자이 계양'의 평균 가점은 각각 67.42점, 63.38점에 달했다.

그동안 청약 불모지로 여겨졌던 수도권 외곽지역에서도 70점 후반대 고점 통장이 등장했다. 지난 2월 경기 가평군 가평읍 대곡리 일원에 분양된 'e편한세상 가평 퍼스트원'의 최고 당첨가점은 77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84점 만점인 청약가점 제도에서 부양가족 5명 이상 무주택자의 만점(79점)에서 단 2점 모자란 점수다.

청약 당첨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저가점자들 사이에 나오는 '무용론'이 증가폭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상한제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로 시세 대비 저렴한 '로또 청약'이 등장하면서 청약시장도 과열됐다. 로또 청약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청약 커트라인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반적인 4인 가구는 넘볼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치솟았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물량이 적은 상황에서 청약가입자 수는 늘고 있어 청약 가점제 등 선의의 피해자 구제를 위한 제도적 보완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대학원 교수는 "정작 집을 원하는 세대는 젊은 층인 데, 청약제도가 고령층에 유리하도록 설계돼 있어 갈등 우려가 있다"면서 "청약 제도에서 연령대에 따른 쿼터제(할당 제도)를 도입해 '세대간 경쟁'에서 '세대 내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mh7536@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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