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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믿을 수 없는 中의 대북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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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對北) 제재 전문가 패널이 펴낸 271쪽짜리 중간 보고서를 읽었다. 북한이 핵·탄도미사일을 개발하자 안보리는 2017년 북한의 주된 외화 벌이 수단인 석탄, 인력 수출을 금지했다. 보고서는 제재가 제대로 이행되는지 추적한 결과물이다.

여기엔 북한 선적 화물선 고산(KoSan)호가 등장한다. 지난해 5월 29일 북한 청진항을 출발한 고산호는 6월 3일 제주도 동부 해역에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껐다. 배 위치를 실시간으로 외부에 알리는 장치다. 고산호가 다시 AIS를 켠 것은 6월 28일 중국 북부 다롄(大連)항 근처였다. 7월 1일 다롄항에서 물건을 싣고 북한으로 떠났다고 한다.

전문가 패널은 고산호가 북한산 석탄을 몰래 싣고 와서 6월 7일 상하이와 가까운 저우산(舟山) 앞바다에 도착했고, 석탄을 중국 배로 넘겼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에는 저우산 앞바다에 떠 있는 고산호의 위성사진이 첨부돼 있다.

패널이 관련 정보를 요청하자 중국 정부는 “고산호는 빈 배로 다롄항에 입항했고 쌀을 선적한 후 떠났다”고 했다. “중국 영해에서 석탄을 밀수입했다는 근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엔 제재로 기름이 부족한데 고산호가 빈 배로 중국에 왔을까? 다롄항이 목적지였다면 직선거리로 1000㎞ 떨어진 저우산 앞바다에 와서 며칠 머물 이유도 없다. 중국 세관 자료를 찾아보니 지난해 1월 이후 중국이 북한에 쌀을 수출한 기록도 없다. 중국의 대답을 읽으면서 의문점이 더 늘어났다. 패널도 그랬던 모양이다.

고산호는 올해 4월 5일 상하이 앞바다에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었다. 북한 관련 배 총 26척이 중국에서도 가장 혼잡하다는 해역에 모여들었다. 패널은 “북한산 석탄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시 중국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중국 정부는 이에 대해 “10척은 4월 5일 전후 중국 항구에 입항하지 않았고, 16척은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패널은 당시 중국 해경이 북한 배 주변을 순찰하는 장면이 담긴 위성사진까지 주며 관련 정보를 요청했다. 중국은 “법 집행 기관의 활동은 국가 안보 사항”이라며 거부했다. 패널이 중국 관련 선박 1척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중국 항구에 입항한 위성사진을 제시하자 중국은 “조사·확인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는 정보가 없다”고 또 잡아뗐다.

중국 정부 기록엔 2017년 이후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적이 없다. 하지만 보고서엔 회원국 추계를 근거로 2020년 북한산 석탄 480만t이 총 636회에 걸쳐 중국으로 불법 수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수치가 나와 있다. 중국이 의지만 있다면 대북 제재의 ‘구멍’을 찾아서 막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보고서에 적힌 답변을 보니, 그런 의지가 없어 보인다.

조선일보

지난달 발표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 중간 보고서에 삽입된 중국 저우산 앞바다의 북한 관련 선박들. 올 4월 모습이다. 패널은 이 배들이 유엔 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을 중국에 밀수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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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박수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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