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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검찰, 판사 앞에서 김만배 로비자금 말바꿔… 내부서도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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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게이트] 구속영장 졸속 청구… 부실수사 비판 쏟아져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이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의 ‘졸속 수사’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진 성남시청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해 ‘봐주기 수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김만배씨 영장 기각을 계기로 허술한 수사 상황이 알려지면서 15일 일선 검사들 사이에선 “부끄럽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조선일보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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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은 수사 착수 22일이 경과한 이날에서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대장동 사업 인허가 업무를 담당하던 문화도시사업단과 대장동 건축 인허가를 담당한 도시주택국, 정보통신과, 교육문화체육국 등이 대상이었다. 오전 9시쯤 시작된 압수수색에는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이 투입됐다.

이를 두고 “증거인멸의 시간을 벌어준 ‘뒷북 압수수색’”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성남시장실과 비서실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왜 빠졌는지 의문”이라고 하기도 했다. 더구나 지난달 29일 수사팀이 화천대유 본사,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하기에 앞서 성남시청도 대상에 포함했다가 ‘윗선’의 지시로 뺐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수뇌부의 석연치 않은 수사 지휘는 ‘특정인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했고 그에 대한 불만이 수사팀 내부에 쌓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지난 13일에서야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검찰은 그 전날 성남시 등에 ‘1163억원 플러스알파’의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 등으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법조인은 “수사의 선후가 잘못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녹취록에만 의존한 수사” “김씨 영장 기각은 ‘예고된 참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김씨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전담 판사가 ‘계좌 추적은 했느냐’고 묻자 수사팀 검사는 “아직 추적하고 있다”는 식으로 답했다고 한다. 한 개인으로는 역대 최고라는 750억원대 뇌물 공여, 최소 1100억원의 배임, 55억원 횡령 등의 혐의가 있다고 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자금 추적 결과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한 특수통 검사는 “그처럼 어마어마한 혐의를 적용했으면서 증거 능력 다툼이 예상되는 녹취록과 한쪽의 진술만 들고 가서 구속해 달라고 하면 어떤 판사가 오케이 하겠느냐”고 했다.

김만배씨가 유동규(구속)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이 판단한 ‘5억원’의 내용도 달라졌다고 한다. 검찰은 당초 현금 1억원과 수표 4억원이 김씨에게서 나왔다고 했으나 이번 실질심사에는 ‘현금 5억원’으로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일각에서는 “4억원 수표가 유입된 천화동인 4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의 사무실 압수수색에서 수사팀이 혐의 내용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반대 증거가 나온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중앙지검 지휘부와 수사팀 일부 검사들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는 ‘내분설’도 검찰 내부에서 확산하고 있다. 수사팀에 소속된 A부부장 검사는 최근 대장동 전담수사팀에서 빠져 경제범죄형사부로 원대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배경을 두고 검찰 관계자는 “A 부부장은 수사팀 중에서도 근성 있고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로 꼽혔는데 성남시청 압수수색 등 수사 방향을 놓고 지휘부와 의견이 달랐던 걸로 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은 검찰의 의도적인 부실 수사가 드러났다며 특검 도입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대장동 이재명 게이트 사건에서도 검찰이 봐주기 수사 쇼를 하면서 뭉개고 법원이 이에 장단 맞추는 아수라판이 돼 버렸다”며 “민주당은 특검을 즉각 수용하라”고 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홍준표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 등 야당 대선 주자들도 일제히 ‘대장동 수사’를 비판하며 특검 도입 주장에 힘을 실었다.

[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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