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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왜 이러지?... 미국 언론들의 고민 [최현정의 웰컴 투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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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정의 웰컴 투 아메리카] 한국인들의 DNA와 '오징어 게임' 현상

[기사 수정 : 15일 오전 10시 25분]
오마이뉴스

▲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 넷플릭스



"Netflix and Chill?"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가 상우에게 건넸던 말, "라면 먹고 갈래?" 영어 의역엔 넷플릭스가 들어간다. 그 넷플릭스가 미 동부시간 10월 12일 18시,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특별 알림을 했다.

"<오징어 게임>은 공식적으로 1억 1100만 가구에서 시청했고 넷플릭스 사상 최대의 흥행작이 되었습니다."

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첫 선을 보인 <오징어 게임>은 미국 포함, 공식 서비스되는 94개국 모두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2억 900만 가입자 중 절반이 시청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한 것.

상영 시작 후 약 3주, 미국 거의 모든 미디어와 주변의 높은 관심 속에 접한 발표였기에 <뉴욕타임스>의 이런 씨니컬한 제목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오징어 게임 못 봤다고? 뭐 새로운 건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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밈, 짤, 인증샷, 패러디...

"어, 난 다 봤어. 너도? 다 봤어? 다 끝냈어?"

10월 13일,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경기 후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며 나눈 대화가 화제다.

"난 결말이 맘에 들지 않더라. 시즌 2를 하는 건 알겠지만...(중략)"

다음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동료와 무대 위에서 나눈 짧은 대화는 현장에 있던 누구도 알 수 있는 주제였다. 경기를 앞둔 르브론도 <오징어 게임>을 9편까지 다 본 것.

이틀에 걸쳐 끝냈다는 빌리 아일리시는 다크서클 짙은 인증샷을 공개했고, NFL 풋볼 중계방송에서는 슈퍼볼 여정에서 '탈락'된 팀은 오징어 게임처럼 죽는다는 비유도 나온다.

10월 11일, CBS <더 토크>(The Talk) 새 앵커 나탈리에는 영화 속 캐릭터로 분장한 채로 시청자에게 첫 인사했다. CSI 연구소에서 시신을 부검하던 나탈리에는 007 제임스 본드와 위험한 자동차 추격전을 벌이다 순식간에 옷을 갈아입고 오징어 게임에 합류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다 오물을 뒤집어쓰고 도망가던 그를 구해준 건 핑크색 제복의 진행 요원, 앞으로 나탈리에를 도와 이 쇼를 함께할 사람이었다.

한 주 전, NBC <투나잇 쇼>(Tonight Show) 호스트 지미 펠론도 초록색 트레이닝복을 입었다. 긴장한 얼굴로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뽑기를 하다 꽝이 된 후, 그는 <오징어 게임> 주인공들의 출연을 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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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Inside Edition은 <오징어 게임> 극중 의상이 인기를 끌면서 할로윈 커스튬으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 CBS Inside Edition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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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 아침 프로인 ABC 방송의 <굿모닝 아메리카>도 <오징어 게임> 열풍을 분석한다.

"모든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제작된 폭력적인 스릴러 서바이벌 게임이 이런 열풍을 모으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볼까요?"
"넵, 이건 현상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로튼 토마토에서 거의 100에 가까운 평점을 얻고 있고 90여 개 나라에서 1위에 등극 중이죠. 한국어로 된 드라마이고 매우 폭력적인 내용이지만 전 세계 수백만의 인기는 잦아들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퀸스 갬빗>(The Queen's Gambit)이 체스판을 동나게 했고, 샌드라 불럭의 <버드 박스>(Bird Box) 스트리밍 땐 눈 가린 짤들이 쏟아졌다. 다큐 <타이거 킹>(Tiger King) 때문에 호피 무늬 레깅스가 유행하긴 했지만 지금의 <오징어 게임>에 비하면 조족지혈이었다 싶다. 한국어를 쓰고 편당 겨우 20억 원의 제작비로 한국 전통 놀이를 소재로 만든 이 9편의 드라마가 왜 인기인지 미국 언론들의 고민도 깊은 모양새다.

대박... 한국어 사용자 급증

"큰 병원의 유일한 한국인 직원인데... 다들 <오징어 게임> 봤어? 한국말 좀 해줘. 이젠 지겨울 정도예요.ㅎ"
"아들이 K드라마를 잘 모르는데 직장 동료들이 자꾸 물어봐서 주말에 몰아 봤대요. 다음 시즌은 언제 나오냐고 하네요."
"아시안 드문 미국 남부에 사는 학부모인데 여기 거의 모든 고등학교들에 케이팝 클럽이 있어요."


미국 한인 주부모임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케이팝, K-영화, K-드라마에 대한 호감이 몇 년 사이 급격히 높아진 걸 느낀다. 한글에 대한 관심도 비례한다.

<로이터>는 랭귀지 앱 '두오링고'(Duolingo)의 이용자 수 변화를 분석했다. <오징어 게임>이 처음 방송된 9월 말부터 2주 동안 한국어 신규 사용자는 영국에서 76%, 미국에서 40% 증가했다. 현재 이 앱엔 790만 명의 한국어 사용자가 있는데 이는 힌디어 다음의 빠른 성장세라고 한다. 한국 정부가 운영 중인 세종학당엔 7만6000명의 학생이 등록되어 있고, K 컬처의 영향으로 전 세계 약 7700만 명이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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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Inside Edition에 소개된 <오징어 게임> 열기 ⓒ CBS Inside Edi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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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팬을 자임한 마블 영화감독 타이카 와이티티(Taika Waititi)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드라마를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영어 더빙이 아닌 원어 시청을 권했다.

"영어로 더빙된 <오징어 게임>은 보지 마세요."
"난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의 사운드를 좋아하는데 넷플릭스가 첫 번째 옵션으로 영어를 제시해 놀랐어요."


영화 <기생충>을 본 미국 친구는 이해되지 않는 자막을 내게 묻기도 했었는데 너무 아쉬워해 열심히 부연설명을 해줘야 했다.

한국어 수강자 증가를 보도한 로이터 기사는 한국을 아시아의 경제대국이라며 BTS와 <기생충>, <미나리> 같은 깊이 있는 내용의 영화를 포함한 활기찬 대중문화로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와중에 옥스퍼드 영어사전 최신판엔 오빠, 대박, 먹방, K-드라마, 스킨십, 파이팅 등 26개의 한국어 단어가 새로 등재됐다는 기사가 뜬다.

한국인들의 DNA
<넷플릭스 주식을 사상 최고치로 끌어올린 '오징어 게임'> - 하이프비스트 1/10/2021
<오징어 게임의 부채는 양날의 칼; 타인에 대한 우리의 의무에 대해 놀랄 만큼 부드러운 성찰을 하게 하는 쇼> - 더 아틀란틱 1/10/2021
<K-Pop에서 오징어 게임까지, 한국 소프트 파워와 경제를 끌어올리다> - 블룸버그 6/10/2021
<오징어 게임의 아포칼립스는 바로 지금> - 버추어 8/10/2021

전 지구적 '현상'이 된 <오징어 게임>에 관해 수많은 기사와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공중파나 영화 관련 사이트뿐 아니라 각종 전문지와 경제지도 활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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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BC 나이틀리 뉴스의 간판 앵커 레스터 홀트가 <오징어 게임> 열풍을 소개하고 있다. ⓒ N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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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id Game'(오징어 게임)이란 단어는 팬데믹으로 심화된 양극화 현실을 설명하는 텍스트가 됐다. 정치와 경제, 노동 정책 분야에서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매체들은 한국의 역사와 사회에 대한 설명도 곁들인다. 독재와 재벌이 결합된 경제 성장,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 얘기한다. 한국이 자본주의 아포칼립스를 뛰어나게 묘사하는 이유라는 것.

그러나 외국에 사는 한국인이 보기엔 충분치 않다. 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선 일제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알아야 하고 높은 교육열은 필수다. 남을 위한 희생정신이 뜨거운 민주화 운동과 민주 정부를 만들어냈고 촛불과 탄핵으로 대변되는 시민 참여는 한국인의 자신감과 자부심이 되었다. 연이은 문화의 메가 결과물 뒤엔 근성과 창조적 아이디어, 비판적 사회의식과 뜨거운 에너지가 녹아 있다.

이렇게 외국 친구들에게 해줄 얘기가 좀 많다. 문화로 선진국이 된다는 것, 그 DNA를 가진 한국인으로서 매일 좀 뿌듯한 요즘이다.

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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