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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050 탄소중립] 산업계 직면한 '절대 과제'...반도체도 예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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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각국은 탄소 순배출량을 ‘제로’로 낮추겠다는 탄소중립을 약속하고 있다.

한국 역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한 뒤 정부와 기업 등 민관이 협업해 각종 계획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내 산업계는 탄소배출이 많은 것으로 인식되는 에너지, 철강,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업종별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제어를 비롯한 친환경 공정 기술·소재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기업도 계열사별로 사업에 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RE100’ 또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나서는 등 친환경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계 일각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가 지나치게 도전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제조업 기반의 경제구조와 이에 따른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국내 산업계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글로벌 기업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환경 친화적인 세계를 만들자는 목표는 너무나도 좋은 이야기”라면서도 “그러나 탄소중립을 비롯한 친환경 경영에 필요한 기술개발 비용, 원가 상승 등은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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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경기도 평택 3공장 건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글로벌 반도체 업계 최초로 모든 사업장에 대해 영국 카본트러스트의 ‘탄소, 물, 폐기물 저감’ 인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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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도 탄소중립 ‘잰걸음’...“정부 지원 필요”

산업계는 탄소중립의 방향성에 공감하고 노력을 보태면서도 동시에 비용 상승 등 압력에 큰 부담을 느끼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의 상황에 놓였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혁신기술 개발, 환경산업 발전과 이를 위한 정부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한 게 산업계의 시선을 대변한다.

최 회장은 “‘2050 탄소중립’ 관련해 기업들의 부담감이 크다”면서도 “탄소 감축은 회피하고 늦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긍정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탄소중립에 앞장서 대응한다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올라서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탄소중립 혁신기술 개발과 환경산업 육성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오히려 탄소배출량과 전기사용량이 많은 반도체 산업은 다른 산업군보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업계는 제조 공정에서 사용되는 불소 기반의 가스를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하는 것을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대체물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R&D)을 지원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R&D는 사업성이 전혀 없다”며 “사업성이 없는 R&D를 기업 스스로 하는 것은 쉽지 않아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줄이는 데도 노력과 비용이 필요한데 이에 더해 탈탄소 정책에 의해 전기요금까지 오르면 원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한 반도체 업계의 시각은 지난달 28일 출범한 ‘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날 반도체산업협회장 자격으로 행사에 참석한 이정배 삼성전자 사장은 “기업은 탄소배출 최소화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기업은 연구계와 함께 저탄소배출 소재·공정을 연구·개발하고 정부는 법·제도적 장치를 잘 만들어서 지원해줘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업계와 학계, 그리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반도체 업계가 지금까지 탄소배출과 관련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업계는 미세화·적층 기술 등을 도입해 제품의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이를 통해 제품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탄소 저감에 기여했다.

삼성전자 온양캠퍼스의 경우 폐기물로 분류되던 웨이퍼 운반 용기 ‘웨이퍼 박스’와 제품 운반 용기 ‘IC-트레이’를 대상으로 순환자원 품질표지 인증을 지난해 10월 획득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폐기물 절감 효과는 매년 160t가량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는 2만4000그루 규모의 소나무 숲을 매년 조성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SK하이닉스도 2013년 ‘에너지 절감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중장기적인 과제로서 에너지 소모량 절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에너지경영시스템인 ISO 50001 인증·유지에 힘쓰고 전사적인 차원에서 친환경 활동에 앞장서도록 독려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지난 3월 디스플레이 업계와 함께 탄소중립위원회를 구성, 탄소 감축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당시 위원회를 구성한 업계 관계자들은 “탄소중립 관련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면 성장동력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중국이 따라올 수 없는 새로운 경쟁력을 가질 계기로 삼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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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경기도 이천 M16 공장 준공식에서 최태원 SK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첨단 공해 저감 시설 등을 장착한 M16이 경제적 가치 창출에 더해 ESG 경영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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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적인 목표에도 업계는 “해내겠다”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반도체의 경우 국내에서의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절대적인 탄소배출량도 이에 비례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의 영업 활동은 더욱 확대되는데, 이 활동에 비례해서 늘어나는 탄소배출은 줄여야 하는 도전적인 목표를 받아든 셈이다.

이런 상황에도 반도체 업계에는 “못 하겠다”는 말 대신 “해내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안기현 한국반도체협회 전무는 지난 8월 개최된 산업발전포럼 겸 온라인 세미나 당시 “반도체 업계는 1997년부터 세계반도체협의회(WSC)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따라 탄소배출 감축 설비와 장비를 도입해 왔다”며 “추가적인 감축 잠재량은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업계의 대규모 투자를 고려해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8년보다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안 전무는 “2030년 탄소 감축목표는 그대로 두더라도 기술개발 기간을 고려해 연도별 감축목표는 완만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어떻게든 목표를 달성하겠으니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요청으로 해석된다. 반도체 업계가 현실적인 제약들을 뛰어넘어 국가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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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기 기자 mkmk@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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