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국방과 무기

한국형 SLBM, 핵잠수함·핵탄두 개발돼야 진정한 '게임 체인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매경 포커스 ◆

매일경제

2016년 4월 북한이 동해상에서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 북극성 1호를 발사(왼쪽 사진)하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사진)이 쌍안경으로 미사일이 날아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9월 15일 우리 해군은 3000t 규모의 장보고(KSS)-3급 배치-Ⅰ형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에서 사거리 500㎞ 현무 4-4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 8번째 SLBM이자, 세계 최초의 독자형 비핵탄두 SLBM의 시험 발사였다. 북한이 2015년에 우리보다 먼저 북극성-1형 개발에 성공했으나, 아직 잠수함에서 시험 발사를 못하고 있는 상황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 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무 4-4형 SLBM을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하고 충분한 '한국형 게임 체인저'라고 평가했다.

SLBM의 전략적 의미란 무엇일까? 일찍이 세계 주요 군사 강대국들은 핵탄두 SLBM을 전략적 게임 체인저(판세 대전환)로 활용하고 있다. 지상용 탄도미사일과 달리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은 적에게 쉽게 노출되지 않은 채 수중으로 이동한다. 적의 선제공격으로부터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또 적이 선제공격을 하면, 바로 제2 타격을 할 수 있어 전략무기로 간주된다. 특히 핵탄두 SLBM은 사거리가 길면 적의 전쟁 도발 의지를 저하시키는 효과를 갖는 전략적 억제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하지만 SLBM 탑재 잠수함이 재래식 잠수함이면 적에게 쉽게 탐지된다. SLBM의 전략적 효율성이 급격히 저하된다는 이야기다. 2~3일 만에 한 번씩 잠망경을 올려 공기를 충전하기 위한 스노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적의 대잠초계기와 구축함에 쉽게 식별되고 이들의 공격에 속수무책이다. 이에 강대국들은 SLBM을 전략적으로 수단으로 운용하기 위해 한번 잠수하면 승조원의 주부식이 허용하는 장기간 동안 수중작전을 하는 핵잠수함을 선호한다. 핵잠수함은 특히 적의 잠수함을 수중에서 은밀히 장기간 추적해 수중에서의 잠수함 대 잠수함 작전에서 유리하기도 하다.

한국 해군이 이번에 안창호함에서 현무 4-4형 SLBM의 시험 발사에 성공한 것은 그동안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결정적인 억제력을 보이지 못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북한에 대한 전략적 억제력을 증명한 최초의 공세적 조치로 평가된다. 북한과의 군사적 대결 국면에 결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국내외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국과 지난 70여 년간 재래식 군비 경쟁에서의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 북극성-1~5형에 이르는 다양한 SLBM을 개발했지만 탑재 잠수함이 미완성돼 제대로 된 시험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번에 한국이 현무 4-4형 SLBM의 완전한 시험에 성공한 것은 기존 육군 참수부대와 공군 F-35 스텔스기와 더불어 북한에 강한 전략적 경고를 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면 SLBM의 기술적 원리는 무엇인가? 재래식 잠수함은 수평형 어뢰 발사관을 이용해 순항잠대지미사일(SLGM)을 탑재하거나 여러 개의 수직발사관을 통해 SLBM을 발사한다. 특히 SLBM은 수직발사관을 탑재해 보통의 재래식 잠수함보다 배수량이 커야 한다. 이번 시험 발사에 성공한 안창호함은 수직발사관 6기를 추가한 3000t 크기로 설계된 것으로 2016년부터 대우조선해양에서 건조돼 지난 8월 30일 취역했다. 우리 해군이 시험한 것은 수직발사관에서 수압과 압축공기를 활용해 미사일을 수중으로 밀어올린 뒤, 수면에서 발사체 엔진이 점화되는 콜드론치 방식이다. 이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잠수함 수직발사관에서 바로 로켓 엔진을 점화하는 핫론치와 달랐다.

한국이 콜드론칭을 채택한 이유는 발사관에서 로켓 엔진 사고가 나면 잠수함 전체에 치명적 영향을 주는 핫론칭보다 안정성이 좋고 수면 위에서 점화될 현무 4-4형 SLBM 로켓 엔진 성능에 대해 자신감을 보인 것이다. 또 수중이 아닌 수면에서 점화해 사거리를 늘릴 수 있었다고 평가해 볼 수 있다.

부품 국산화율은 자랑거리지만 향후 개선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동안 현무 4-4형 SLBM을 개발하기 위한 국방과학연구소(ADD), 주요 민간 방위산업체 그리고 약 20개 하도급업체 간 공동 노력에 의해 국산 부품 공급률이 거의 8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SLBM 탄두를 핵탄두로 교체하고 사거리를 확장해야 할 필요성이 시급히 제기된다. 전략적 억지력을 갖추려면 핵탄두 또는 고위력 탄두로 교체해야 '진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문재인정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한미 미사일지침 협정을 폐기하는 데 성공해 사거리는 무제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당장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향후 탄두를 핵 또는 고위력탄두로 개선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이를 방증하듯 2022년 국방 예산 중 연구개발(R&D) 항목에 고위력 정밀타격 미사일 분야가 포함돼 있다.

다음으로 핵잠수함 건조다. 호주 해군이 2016년 프랑스 Naval Group(옛 DCNS) 조선소와의 차세대 어택급 재래식 잠수함 건조 계약을 전격 취소하고, 미국 해군 기술적 지원하에 핵추진잠수함으로 바꾼 사례에서 보듯 핵잠수함은 재래식 디젤 잠수함과는 또 한 차원 다른 게임 체인저다. 이미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호주 해군과 같이 미국과 협의해 장보고-3급 배치-Ⅲ형 잠수함을 핵추진잠수함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술 정보 공유와 실전 배치 시기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SLBM은 오차 1m 내외의 정밀타격이 요구되는 바, 수중작전 중에 수시로 미국 해군과 협력해 표적 정보를 업그레이드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은 안창호함의 SLBM 시험 발사 성공을 '게임 체인저'라고 자축한다. 그러나 향후 북한이 지난 11일 북한 자위-2021 국방발전전람회에서 모형으로 공개한 미니 SLBM이 현무 4-4형 SLBM보다 우세할 경우 한국 해군은 일시에 무력화될 수 있다. 방심하다간 다 이긴 게임에서 한 번에 판이 뒤집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사거리 1500㎞ 순항미사일 개발땐 中위협도 견제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6년 4월 25일 북한의 북극성-1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수중 바지에서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이를 탑재할 신포급 또는 고래급 잠수함도 신포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다.

이처럼 SLBM 개발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빨랐다. 북한은 2015년 북극성-1형에 이어 3·4·5형의 개량형을 각종 군사열병식에서 선보이고 지난 11일 북한 자위-2021 국방발전전람회에서 미니 SLBM 모형까지 공개했다. 만약 북한이 북극성-5형 SLBM 2~3발을 신포급 잠수함에 탑재해 동해 수중에 전개되면 이는 한국에 매우 심각한 위협이다.

그러나 우리 해군은 지난 9월 15일에 사거리 약 500㎞의 SLBM을 안창호잠수함에 탑재함으로써 한 번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우선 비교하자면 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우리 안창호함이 소음이 적고, 수중작전 기간이 길어 작전 효율성 면에서 유리하다. 북한 신포급 잠수함은 구형 로미오급 또는 중국과 옛 소련의 SLBM 시험용 골프급 잠수함을 개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소음이 많고 수중작전 기간이 짧은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사거리 면에서도 우리는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22일 한미 미사일지침 협정 폐기로 현무 4-4형 SLBM 사거리 연장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1년부터 개발한 500㎞의 현무-2B형 SLBM을 1500㎞까지 확장하면 북한뿐만 아니라 향후 중국의 군사 위협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위협은 상존한다. 북한이 지난 9월 28일과 29일 발사한 신형 화성-8형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을 순항잠대지미사일(SLGM)로 개량하면 남북한 간 군사적 균형을 깨는 게임 체인저가 된다.

북한과의 군사력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방과학연구소가 현무-3C형 순항 미사일을 사거리 1500㎞짜리 SLGM으로 개량하면 현무 4-4형의 800㎞ SLBM 제한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매일경제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연구위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