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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만에 지지자 앞에 선 이낙연 "민주당, 오만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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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패배' 인정했지만 약했던 '통합' 메시지... 송영길 지도부에 "상처주면 안돼" 불만도

오마이뉴스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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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14일 당내 대선경선 종료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저는 이번에 패배했지만 (지지자)여러분들의 신념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며 "일시적으로 경쟁할 수 있지만 다시 우리는 하나의 강물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대표는 경선 불복을 주장하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두고 "일베와 다를 바 없다"고 발언한 송영길 대표를 겨냥한 듯 "민주당이 오만하면 안 된다"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 캠프 사무실 해단식에서 "(지지자)여러분께선 결코 오늘로 여러분의 꿈을 향한 여정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이 아닌 녹색 넥타이를 매고 해단식에 등장한 이 전 대표는 지지자들 수십 명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감사 표시를 했다. 일부 지지자는 꽃다발을 전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거듭 "여러분들은 결코 낙심하지 말기 바란다"라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모습이었지만, 주목됐던 '통합' 메시지는 약했다. 이 전 대표는 "국민과 당원 앞에 겸손해야 한다. (지지자)여러분뿐만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생각을 달리 했던 분들께도 똑같은 말씀을 드린다"라며 "민주당도, 그 누구도 국민과 당원 앞에 오만하면 안 된다. 하물며 지지해주신 국민을 폄하하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낙연 지지자를 '일베'에 비유한 송영길 대표, 당 공식 논평을 통해 이낙연 캠프를 비판한 민주당 지도부에 반발한 것이다.

이 전 대표는 "요즘 저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벌어져서 제 마음에 좀 맺힌 게 있었다"라면서도 "이 정도로만 표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동지들에게 상처주지 마셔야 한다"라며 "다신 안 볼 사람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 유린하는 것, 그건 인간으로 잔인한 일일 뿐만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경선 불복'을 주장하며 소송까지 불사하는 자신의 지지자들을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최근 당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일부 지지자 "이재명 구속" 외쳐… 실제 화합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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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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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향후 이낙연 전 대표의 '원팀' 행보가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이날 해단식 현장에 있던 일부 지지자는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이 전 대표는 해단식 직후 '이재명 캠프 선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있나', '원팀 회복을 위한 계획이 있나' 등 취재진 질문에는 전혀 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이 전 대표는 이후 정치 행보에 대해 "제가 무슨 말이든 하면 그것이 또 다른 오해를 낳고 이상하게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도 "간간이 저도 (지지자)여러분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그러면서 "저에게 펼쳐지는 불확실한 일들, 목적지도 가는 길도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항해에 기꺼이 나서겠다"고 했다. 정계 은퇴와는 거리를 둔 것이다.

그간 캠프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이재명 공격에 앞장섰던 설훈 의원도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을 향해 "살다 보면 우리가 하는 일이 틀림없이 옳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될 때가 있다"라며 "그러나 낙심하지 말자. 세상 일은 사필귀정"이라고 했다. 설 의원은 "일시적으로 우리의 뜻이 안 받아들여질지라도, 세상일은 항상 바른 쪽으로 간다"라며 "우리가 하고자 했던 일이 민주당과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었다는 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전날 당무위원회에서 이 전 대표 측이 제기한 '무효표' 계산 이의 신청을 최종 기각하자 대선경선 결과가 나온 지 사흘 만에 승복 선언을 한 바 있다. 표면상 갈등은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내홍은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직후인 11~12일 2027명에 조사한 결과, 이낙연 후보 지지자 중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13~14%대에 그친 반면, 윤석열 또는 홍준표 등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30~40%대를 보여 지지자간 융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음은 이날 이 전 대표가 해단식에서 밝힌 발언 전체를 기록한 것이다.

[전문] 이낙연 "낙심하지 마시라… 저도 함께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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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 이낙연 전 대표가 14일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이낙연 필연캠프 해단식을 마친뒤 꽃다발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꽃다발과 함께 받은 메모에는 "승리를 향한 우리의 길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혀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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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미안합니다. 힘들게 뛰도록 해서 미안합니다. 그리고 이런 해단식을 만들어서 미안합니다. 여러분은 저에게 과분한 사랑을 줬다. 제가 여러분 같이 좋은 동지들을 만날 처지가 못 된다. 이번에 한분 한분이 참으로 대단하신 분들이었다. 제가 그분들의 사랑을, 나 같은 주제에 어떻게 받을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여러분은 제 상상을 뛰어넘을 만큼 민주당의 영혼,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신념을 확고하게 가지신 분들이었다. 그 신념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저를 선택해주셨다고 믿는다. 저는 이번에 패배했다. 그러나 여러분의 그러한 신념은 실패한 것이 아니다. 여러분은 강물이 돼서 여러분의 그러한 신념을 바다에까지 끌고 가실 거다. 강물은 굽이굽이 흐르다가 돌을 만나면 뛰어넘고 바위에 부닥치면 돌아가고 물이 얼면 얼음장 밑으로 흘러서 기어이 바다에 간다. 여러분의 신념 또한 그렇게 하리라고 믿는다. 그런 점에서 여러분은 결코 낙심하지 말기 바란다.

길이 끝나야 새로운 길이 열린다. 여러분이 바다로 가는 그 길도 몇 번의 끝남과 새로운 시작이 있을 거다. 오늘이 그런 매듭의 하나일지 모르겠다. 여러분께서 결코 오늘로 여러분의 꿈을 향한 여정이 끝났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바란다.

저는 제가 어른 된 뒤로 처음으로 이정표 없는 여행을 떠나게 됐다. 이제까지는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제 이력서는 공백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실업자 노릇을 해본 적이 없다. 이번에 처음으로 그런 신세가 됐다. 그러나 그것 또한 피할 수 없는 일이라면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과 함께 했기 때문에 저에게 펼쳐지는 불확실한 일들, 목적지도 가는 길도 정해지지 않은 새로운 항해를 기꺼이 나서겠다. 여러분은 민주당을 사랑하시는 분들이다. 민주당의 가치, 민주당의 정신, 여러분이 지켜주셔야 한다. 그 가치 그 정신이란 끊임없이 도전을 받게 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이 중심을 잡고 그걸 지켜주시면 민주당은 영속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분께 몇 가지 부탁을 드리고자 한다. 국민과 당원 앞에 겸손해 주십시오. 여러분뿐만 아니라 경선 과정에서 생각을 달리 했던 분들께도 똑같은 말씀을 드린다. 겸손해야 한다. 국민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의 여러 비위 가운데 가장 예민하게 발견하는 건 정치하는 사람들의 오만이다. 오만기를 느끼는 그 순간 국민이 먼저 그걸 갈취하고 알아보고 실망한다. 민주당도 그 누구도 국민과 당원 앞에 오만하면 안 된다. 하물며 지지해주신 국민을 폄하하면 절대로 안 된다. 그분들한테 한없이 낮아지고 한없이 감사해야 한다.

요즘 '저건 아닌데' 싶은 일들이 벌어져서 제 마음에 좀 맺힌 게 있었다. 그것을 이 정도로만 표현하겠다. 동지들에게 상처주지 마셔야 한다. 일시적으로 경쟁할 수 있지만 우리는 하나의 강물이 돼야 한다. 다시 안 볼 사람처럼 모멸하고 인격을 짓밟고 없는 사실까지 끄집어내서 유린하는 것, 그건 인간으로서 잔인한 일일 뿐만 아니라 정치할 자격이 없는 짓이다.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마시기 바란다. 여러분 가운데는 그런 분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앞으로 닥칠 승부에서 이번에는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승부에서 이기고 지는 것 못지 않게, 설령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하더라도 '우리가 비굴해지지 않았다', 이건 가지고 가야 한다.

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어제 글에 다 썼다. 더 보탤 말씀은 없고요. 제가 무슨 말이든 하면 또 그것이 또 다른 오해를 낳고 이상하게 해석될 가능성 높다. 정치나 언론에는 다르게 받아들이는 사람보다 이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조금 더 많은 것 같다. 그분들 참 부질없는 짓이다. 그렇게 해서 뭘 얻겠나.

여러분 한분 한분에 고맙다. 저는 늘 그랬듯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여러분께서도 그렇게 해주시고, 앞으로도 어디서든 계속 만나고 의견 나누시고 그렇게 해주시기 바란다. 간간이 저도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될 것이다. 네 고맙습니다."


[관련 기사]
이낙연 "결과 수용, 단합, 기필코 대선 승리" http://omn.kr/1vjrf
이낙연 지지층 "이재명 투표" 14.2%, "윤석열 투표" 40.3% http://omn.kr/1vjr3

김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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