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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탈모 걱정하던 20대의 반전…논문 뒤져 만든 '샴푸볼'로 유럽 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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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스타트UP스토리]심연정 와이제이에스 대표 "환경문제 해결, 소외계층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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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정 와이제이에스 대표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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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원형탈모가 왔다. 풍성하고 윤기 흐르던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빠지는 걸 보는 건 충격 그 자체였다. 유전적인 게 아니였기에 처음에는 질병이라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각종 검사를 받았지만 별다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원인은 업무 스트레스와 샴푸의 화학성분 때문이었다.

심연정 와이제이에스 대표(34·사진)가 2018년 천연 화장품 및 샴푸 회사를 창업한 것은 이 같은 개인적 경험이 계기가 됐다. 심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20대에 원형탈모를 겪고 일찍이 건강한 삶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샴푸 대용품을 직접 만들어 쓰기 시작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고 제품화를 결심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심 대표는 평소 천연 화장품을 만들어 쓰는 취미가 있었지만 탈모가 처음 왔을 때는 탈모 커뮤니티에서 전해지는 각종 방법들을 이용했다. 린스와 트리트먼트를 일체 쓰지 않고 천연비누로만 감았다. 하지만 불편하기만 하고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두피에 좋다는 성분들을 찾아내 직접 샴푸 제조에 나섰다.

그는 "당시 탈모 샴푸에도 실리콘, 방부제 등이 들어있는 등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 중에는 마땅한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며 "원하는 성분만 넣은 천연제품을 쓰고 싶어서 두피에 좋다는 어성초 등의 추출물을 논문에서 찾아 '어성초그린'을 만들었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발 초기에는 원료를 반죽해도 잘 뭉쳐지지 않아서 걸쭉한 액체 형태로 썼는데 사용이 불편했고, 부패를 막기 위해선 방부제가 필요했다"며 "오래 쓰려면 비누처럼 고체로 만들어야겠다고 판단해 적절한 배합비율을 찾아 천연 고체샴푸볼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어성초그린을 사용한 2~3주 후 원형탈모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한다. 지금도 머리는 물론 온몸에 사용한다.


크라우드펀딩서 목표액의 1813% 모금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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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대표는 어성초그린이 탈모로 고민하는 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자 사업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 올렸다. 예상외로 140여명이 몰리며 목표 모금액의 1813%를 달성했다.

수요를 확인한 심 대표는 '에리제론'이라는 브랜드로 다양한 제품 개발에 나섰다. 샴푸를 대체할 수 있는 샴푸볼과 세안까지 가능한 뷰티볼 등 총 7종이다. 샴푸볼은 두피 상태에 따라 △트러블과 두피케어에 효과적인 '어성초그린' △민감두피에 좋은 '핑크 클레이' △건성에 좋은 '스노우 오트밀' △지성에 좋은 '블랙 차콜' 등으로 내놨다.

심 대표는 "에리제론은 국화꽃, 감초, 창포뿌리, 당귀, 고삼, 녹차, 로즈마리, 애엽 등 자연유래 성분의 재료를 손으로 빚어 만들기 때문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비건제품"이라며 "특히 방부제, 정제수, 인공향료·색소를 비롯해 계면활성제, 실리콘 등 피부에 유해한 합성성분을 일절 첨가하지 않아 누구나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에리제론 제품은 피부 pH밸런스를 유지시켜주는 약산성(pH5.5) 제품으로 한국화학융합시험에서도 피부 반응도가 0.00으로 나오며 무자극을 인정받았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제품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에리제론은 편리한 플라스틱 대신 자작나무 케이스와 종이로 감싸는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했다. 와이제이에스는 샴푸볼과 함게 이 디자인에 대한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심 대표는 "전세계가 기존 샴푸 대신 에리제론의 고체샴푸볼을 이용한다면 240억개의 플라스틱 샴푸통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수출 성공…상품성 국내외서 입증

에리제론 제품은 이미 국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 5차례 걸쳐 실시한 와디즈 펀딩에서는 회당 최대 7100만원을 웃도는 자금이 몰리며 총 2억5600만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는 넥스트 K뷰티에 선정되며 국내 세포라에 입점했고, 미국 세포라 뷰티스토어에도 입점을 논의중이다. 지난 7월엔 노르웨이 수출에 성공했으며 네덜란드 진출도 추진중이다.

강남구청년창업지원센터의 창업 지원을 받은 와이제이에스는 국내외 판매가 본격화되자 센터 내에 연구소 전담부서를 만들었다. 이곳에선 품질 유지 및 신제품 개발 등을 연구한다. 아울러 경력단절 여성 위주로 제조인력을 확보하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공장에서 연간 70만개까지 생산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다. 연내 공급망 관리(SCM) 시스템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심 대표는 "제품 개발로 환경문제 해결에 일조하는 것은 물론 장애인 홍보대사 협업으로 소외계층 일자리 마련에도 기여하며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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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 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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