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90세도 우주여행 가능” 입증한 원조 스타트렉 선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블루오리진, 두번째 유인 준궤도비행 성공

윌리엄 샤트너 “이 느낌 오래 간직하고파”


한겨레

90세의 영화배우 윌리엄 샤트너가 준궤도 우주여행 출발에 앞서, 자신이 쓴 엽서를 보여주고 있다. 블루오리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이 90세로 올라갔다.

1960년대 미국의 인기 텔레비전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에서 우주함대 USS엔터프라이즈호의 제임스 커크 선장 역할을 맡았던 영화배우 윌리엄 샤트너가 새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번엔 드라마 세트장 속의 우주가 아닌 실제 우주를 날았다.

샤트너는 13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우주개발업체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 로켓과 캡슐을 타고 준궤도 우주여행을 마쳤다. 준궤도 여행이란 우주 경계선으로 불리는 ‘카르만 라인’(100km)까지 올라가 무중력 체험을 한 뒤 내려오는 것을 말한다.

베이조스는 어린 시절 ‘스타트렉’ 시리즈를 보며 우주의 꿈을 키웠다. 자신에게 꿈을 심어준 주인공에게 반세기가 지나 자신이 설립한 우주업체의 우주여행을 선물한 셈이다.

한겨레

블루오리진의 뉴셰퍼드가 이륙 후 고도를 높이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_______

음속 3배 속도로 상승…고도 106km까지 올라


샤트너와 일행 3명을 태운 뉴셰퍼드는 이날 오전 9시49분(미 중부시각 기준, 한국시각 오후 11시49분) 서부텍사스 소도시 반혼 인근의 블루오리진 전용 발사장 ‘런치 사이트 원’에서 이륙했다. 로켓과 캡슐은 고도 75km 상공에서 분리됐으며, 이후 캡슐은 최대 고도 106km에 다다른 뒤 낙하를 시작해, 낙하산을 펼치고 인근 사막지대에 착륙했다. 상승시 최대 속도는 음속의 3배에 이르렀으며, 이륙에서 착륙까지 걸린 시간은 10여분이었다. 캡슐과 분리된 로켓은 이륙 7분여 뒤 발사장에서 3km 떨어진 착륙장에 수직 착륙했다.

한겨레

낙하산을 펼치고 하강하는 뉴셰퍼드 캡슐. 웹방송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_______

“우주의 광대함과 지구의 놀라운 기적”


이날 여행은 지난 7월에 이은 블루오리진의 두번째 유인 준궤도 여행이다. 샤트너는 7월 첫 여행에서 창업자인 베이조스와 함께 참가한 월리 펑크(82)가 세웠던 최고령 우주비행 기록을 석달만에 갈아치웠다.

이달 말 국제우주정거장 원정대에 참여하는 유럽우주국의 마티아스 마우러 우주비행사는 ‘시비에스’ 인터뷰에서 “이번 비행은 그와 같은 나이의 누군가가 실제로 우주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샤트너는 출발 전 ‘엔비시(NBC) 투데이쇼’에 출연해 “우주의 광대함과 우리 지구의 놀라운 기적, 그리고 우주에서 작용하는 힘에 비해 지구가 얼마나 연약한지 보게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명한 바 있다.

한겨레

큰 먼지를 일으키며 착륙한 뉴셰퍼드 캡슐. 웹방송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_______

우주비행 훈련 하루…무중력 체험 3분


이날 샤트너 일행이 체험한 무중력 비행 시간은 약 3분이었으며, 비행의 모든 과정은 조종사 없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비행에 앞서 하룻동안 우주비행 훈련을 받았다. 블루오리진의 수석비행책임자 닉 패트릭은 훈련 내용은 안전 시스템에 대한 교육, 소음이나 가속 등에 대한 대비, 무중력 체험 요령 세 가지라고 밝혔다.

이날 비행에는 샤트너 외에도 미 항공우주국(NASA) 엔지니어 출신 크리스 보슈이즌, 의료 분야 소프트웨어 기업인 글렌 더프리스, 블루 오리진 부사장 오드리 파워스가 함께했다.

한겨레

베이조스가 자체 제작한 블루오리진 우주비행사 배지를 샤트너에게 달아주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_______

베이조스 “우주여행 매출 1억달러”


캡슐에서 내린 샤트너는 마중 나온 베이조스와 만나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이것을 해야 한다”며 “심오한 경험이었고, 지금 이 느낌을 잃지 않고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베이조스는 탑승객들에게 블루오리진이 자체 제작한 우주 비행사 배지를 달아줬다.

탑승객 4명 중 샤트너와 블루오리진 부사장을 제외한 2명은 유료 승객이나 얼마를 지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베이조스는 현재까지 우주관광 매출이 1억달러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첫 탑승권은 경매를 통해 2800만달러에 팔린 바 있다. 준궤도 관광 경쟁업체인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은 7월 첫 유인 관광에 성공한 이후 탑승권을 판매를 재개하면서 요금을 25만달러에서 45만달러로 올렸다.

한겨레

무중력을 체험하며 지구를 조망하고 있는 샤트너. 블루오리진 트위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_______

직원들 안전성 문제 제기에 “역대 가장 안전”


이날 비행은 블루오리진의 18번째 시험비행이다. 이 가운데 로켓은 첫 시험비행때 한 차례 착륙에 실패했지만 캡슐은 18차례 모두 착륙에 성공했다.

이번 비행은 최근 전·현 직원 21명이 내부고발 사이트를 통해 성차별과 로켓 안전성 등의 문제를 제기해 여론이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졌다. 이들은 베이조스를 비롯한 경영진이 다른 우주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로켓 품질 관리와 안전 문제를 무시하고 속도와 비용 절감을 우선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

샤트너가 생애 처음으로 우주에서 지구를 조망한 뒤 동료들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웹방송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블루오리진은 모든 종류의 차별과 괴롭힘을 용납하지 않고 있으며, 뉴셰퍼드는 지금까지 설계·제작된 우주선 가운데 가장 안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모든 안전 문제 의혹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폭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