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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야구 경기 이상의 가치, SSG는 추신수와 긴 동행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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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SSG 추신수가 지난달 23일 문학 롯데전에서 역전 홈런을 터뜨린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문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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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기대했던 게임체인저는 아니었다. 빅리그 전성기 시절 모습을 한국에서 펼쳐 보이기를 기대했으나 특급 활약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소속팀은 그와 인연을 이어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추신수(39)가 야구 경기 이상의 가치를 SSG와 KBO리그에 전파하고 있다.

정복자가 되지는 못했다. 추신수는 지난 12일까지 12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9에 20홈런 24도루 63타점 74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844를 올렸다. 지난 5일 잠실 LG전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KBO리그 역대 최고령 20홈런·20도루 달성자가 됐고 팀내 OPS 3위에 자리하고 있지만 당초 눈높이는 그 이상이었다. 2019년 빅리그 텍사스에서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24홈런을 터뜨리고 OPS 0.826을 찍을 것을 생각하면 30홈런 돌파도 무난하다는 전망이었다. 더불어 추신수의 극적인 합류로 SSG 또한 대권도전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추신수와 SSG 모두 기대 이하다. 외야 포지션에서 많은 이들이 추신수보다 앞에 서 있다. 소속팀 SSG 또한 토종 선발투수 박종훈과 문승원, 그리고 외국인투수 아티 르위키의 부상 이탈로 마운드가 급격히 낮아졌다. 6월초까지는 1위에 자리했으나 이후 마운드가 한계점과 마주하며 5위 경쟁 중이다. 시즌 종료까지 약 10경기 남았는데 포스트시즌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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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가운데)가 지난 5일 잠실 LG전에서 시즌 20홈런으로 20-20을 달성한 후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았다. | SSG 랜더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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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추신수는 일 년 만에 참 많은 일을 해냈다. 가장 굵직한 일은 3월말 잠실 시범경기 후 인터뷰였다. 이 자리에서 추신수는 잠실구장의 열악한 원정 라커룸 문제를 꼬집었다. “KBO리그는 한국에서 메이저리그다. 한국에 있는 모든 유소년 선수들이 이 잠실구장에서 뛰는 장면을 꿈꾼다. 그런데 직접 느낀 잠실구장 시설은 너무 실망스럽다. 우리 선수들이 이러한 환경에서도 국제대회에 나가고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신수 이전에도 많은 야구인이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 개선을 주장했다. 그런데 추신수의 한 마디는 그 누구보다 강하게 울려 퍼졌다. 허구연 해설위원을 비롯한 야구인들이 추신수와 함께 목소리를 냈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서울시에 공식적으로 시설 개선을 요구했다. 그 결과 오는 겨울 잠실구장 원정 라커룸 보수 공사가 확정됐다.

잠실구장 관리팀 관계자는 “세부적인 설계안이 10월 내로 결정된다. 12월 전까지 시공사가 확정되고 공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전에도 서울시에 원정 라커룸 개선을 요청했으나 신구장이 만들어 질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런데 신구장이 아무리 빨리 생겨도 앞으로 5년은 지금 잠실구장을 사용해야 한다. 추신수 선수를 시작으로 여론이 형성됐고 서울시도 전향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서 원정 라커룸 개선이 확정됐다”고 밝혔다.

원정 라커룸 개선은 잠실구장 가운데 공간을 활용할 확률이 높다. 중앙 복도부터 기존 원정 라커룸까지 공간을 확장한다. 큰 규모의 개선이 이뤄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전보다 관물대가 커지고 없었던 샤워부스도 설치될 예정이다. 적어도 복도에서 선수들이 옷을 갈아입고 가방과 장비가 늘어져 있는 모습은 사라질 예정이다.

추신수를 시작으로 등번호를 받으면 답례품을 전하는 문화도 자리잡았다. 추신수는 SSG에 입단하면서 이태양으로부터 17번을 받았다. 이에 추신수는 이태양에게 고급 시계를 선물했다. 서건창 또한 7월말 트레이드를 통해 키움에서 LG로 이적하면서 신민재에게 14번을 받았다. LG 이적 당시 서건창은 “추신수 선배님이 좋은 문화를 만들어주신 것 같다. 민재가 고맙게도 흔쾌히 번호를 양보해줬는데 나도 추신수 선배님처럼 민재에게 답례품을 줄 것이다. 고급 시계는 힘들지만 그래도 내가 가능한 선에서 선물을 생각했다”고 말한 바 있다.

누구보다 추신수 효과를 체감하는 이들은 SSG 선수들이다. 추신수는 시즌 내내 후배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스폰서로부터 받은 장비와 건강 식품을 전달하는 것은 물론 빅리그에서 체득한 루틴을 전파한다. SSG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 출근 시간이 부쩍 빨라졌다. 홈경기 기준으로 보통 점심 시간에 출근했는데 이제는 점심시간 한참 전에 와서 개인 훈련을 하거나 웨이트 트레이닝에 임한다. 시간을 보다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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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추신수가 지난달 23일 문학 롯데전에서 기습번트 안타를 기록한 후 미소짓고 있다.문학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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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그동안 우리 팀에 투수진 리더는 있었지만 야수진에는 확실한 리더가 없었다. 김광현 선수가 투수진을 잘 이끌었는데 투수진에 비해 야수진은 응집력이 조금 떨어졌다. 하지만 추신수 선수가 오면서 야수진에도 확실한 기둥이 생겼다”며 “추신수 선수를 컬처 체인저라고 말하고 싶다. 추신수 선수가 오면서 정말 많은 부분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추신수 선수 주장으로 우리 구장 원정 라커룸도 보수했다. 내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다. 우리가 먼저 베풀어야 나중에 우리도 받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마음 같아서는 추신수 선수와 몇 년 더 함께 하고 싶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2, 3년 더 함께 해준다면 그만큼 우리 팀이 더 단단해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추신수와의 동행을 바랐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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