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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사설]세금 잘 걷혀도 쌓이는 적자, 나라 살림 씀씀이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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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 는 세금 풍년에도 불구하고 나라 곳간은 텅 비어 적자가 쌓이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그제 발표한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1~8월 국세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조 7000억원이나 늘었다. 국세수입 증가율이 28.9%로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경상성장률(6%대)의 네 배를 넘는다. 그럼에도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올 1~8월 사이에만 70조 2000억원 적자를 냈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는 927조 2000억원(8월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금이 잘 걷히고 있음에도 적자가 쌓이고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의 씀씀이가 지나치게 헤프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세금 풍년이 끝나가고 있다. 8월 한달만 놓고 보면 국세수입 증가액이 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 들어 6월까지 월평균 8조원씩 늘었고 7월에도 6조3000억원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코로나19 피해 기업과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납부 유예 등의 세정지원에 따른 기저효과가 사라졌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더 이상은 세금특수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세계 주요국들은 재정지출을 대폭 늘렸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수직 하락하는 상황에서 재정이 완충 역할을 떠맡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대부분의 나라들은 재정지출을 줄여 균형재정 복귀를 서두르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만 확장재정의 함정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씀씀이는 한번 커지면 줄이기 어려운 속성을 안고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재정지출 증가율을 8.3%(예산안 기준)로 높게 설정해 재정팽창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가채무가 내년에는 10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문재인 정부의 재정 운영과 관련해 “역대 정부 재정 운영상 5년 동안 이렇게 재정지출 증가율이 높았던 적이 없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우려만 하고 개선을 위한 실천에 나서지 않는다면 아무 의미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이라도 씀씀이를 줄이는 노력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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