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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이슈 로봇이 온다

취임 1주년 정의선, 이순신·거북선 일화 강조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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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정몽구 명예회장의 '뚝심·품질 경영'으로 세계 5위권 완성차 제조업체로 올라섰던 현대차그룹이 정의선 체제를 맞아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밑그림을 그려 가고 있다.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수소경제 등을 4대 신사업을 내세우며 현대차그룹이 '미래형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다.

14일 취임 1주년을 맞이하는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본질적 사명을 '인류의 삶과 행복, 진보와 발전에 대한 기여'로 정의하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첫 대규모 인수·합병(M&A) 대상으로 세계적인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선택했다. 사내 로보틱스랩을 통해 웨어러블,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개발하는 등 로보틱스 산업을 첫 번째 신성장동력으로 꼽았다. 지난해 하반신 마비 환자의 보행을 돕기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멕스(MEX) 개발자들을 만나 "인류에게 꼭 필요한 기술이니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격려했다.

땅에서 하늘로 이동 공간을 확장한 UAM도 정 회장이 추진하는 핵심 사업 중 하나다. 사업부 관계자들에게 "인류가 원하는 곳으로 스트레스 없이 갈 수 있도록 정성스럽게 서비스하는 것이 우리의 소명"이라고 당부한 그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을 그룹의 새로운 지향점으로 삼았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완전 전동화된 UAM, 인접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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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소 전도사를 자처하는 정 회장은 지난달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 나서 2040년을 수소에너지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수소비전 2040'과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 수소모빌리티 등 청사진을 공개했다. 국내 수소산업 저변 확대를 위해 최고경영자(CEO) 협의체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 출범을 주도했다.

정 회장이 2019년 미국 뉴욕을 방문해 자율주행 전문업체 앱티브와 합작 법인 설립을 발표한 자율주행 분야 역시 성과가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를 기반으로 한 로보택시를 독일 뮌헨 IAA 모빌리티에서 처음 공개했는데, 2023년부터 차량공유업체 리프트와 함께 완전 무인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4대 신사업'뿐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 조직문화 혁신,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골자로 한 '2045년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그룹 주요 계열사도 사용 전력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글로벌 캠페인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기존의 현대차그룹 조직문화를 혁신하기 위해 앞장섰다. 그는 수석부회장 재임 시절부터 사내 포럼에 "저부터 바뀔 수 있도록 하겠다.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지 알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 설계 당시 수군을 고객으로 배려했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올해에만 두 차례 타운홀 미팅에 직접 참석해 임직원과 소통했고 유연근무제, 클라우드 방식의 업무 플랫폼 등을 도입했다.

이 밖에도 정 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기대를 뛰어넘는 신차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친환경 브랜드 이미지 구축 등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늘렸고 세계 정상급 모터스포츠 대회인 WRC에서 2년 연속 제조사 우승 타이틀을 거머줬다.

한편 정 회장에게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현대차그룹이 연말까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내부 거래 물량을 크게 줄이거나 오너 일가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10% 가까이 처분해야 한다. 또 국내 10대 그룹 중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지배구조 개편이 시급한 형편이다.

고질적인 노사 갈등도 정 회장이 풀어나가야 할 사안 중 하나다. 올해 현대차와 기아 모두 무분규로 임금협상을 타결하는 데 성공했지만 온라인 판매, 전기차 라인 배정 등을 놓고 파열음이 적지 않았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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