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파'로 분류되지만 한일관계 개선은 난망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기시다 후미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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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한일 위안부 합의의 주역인 기시다 후미오(64) 자민당 전 정조회장이자 전 외무상이 다음달 4일 일본 총리로 취임한다.
29일 NHK,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집권 자민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도쿄의 한 호텔에서 실시한 차기 총재 선거에서 기시다를 27대 총재로 선출했다.
기시다는 결선 투표에서 429표 중 과반이 넘는 257표를 획득해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170표)을 87표 차이로 꺾고 총재직에 올랐다.
기시다는 이날 1차 투표에서는 국회의원 146표, 당원 및 당우 표 110표를 얻어 256표로 1위에 올랐다. 여론조사 1위를 기록하며 강력한 1위 후보로 꼽혔던 고노 다로 행정개혁 담당상은 당원 표는 169표로 1위였으나, 국회의원 표에서 86표를 얻는 데 그쳐 총 255표로 2위를 기록했다.
1차 투표에서 과반(382표)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 2위를 차지한 기시다와 고노 두 후보는결선 투표로 승부를 가리게 됐다.
이어 1·2위 후보로 압축해 실시된 결선투표에서 기시다의 당선이 확정됐다.
1차 투표는 국회의원과 당원·당우의 비중이 각각 382표로 같지만 결선 투표는 국회의원(382표)와 47개 전국 지부에서 각각 1표씩 총 429표로, 당원보다 의원 표 비중이 높아지기 때문에 파벌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게 되는 구조다.
기시다는 1차 투표 때 국회의원 표를 고노보다 60표 많은 146표 확보해 당선을 예고했다.
안정감을 바탕으로 자민당 주요 파벌의 지지를 확보한 것이 기시다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고노에 대한 당내 견제 심리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고노는 당내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지지를 확대했으나 탈원전을 주장한 이력이나 이번에 아베의 앙숙인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과 공조한 것 때문에 자민당 주요 노장파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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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정권의 실정으로 내각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여론은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 1위로 줄곧 고노를 지목해왔다. 하지만 총재 선거의 독특한 구조로 인해 유권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양상이다.
기시다는 총재를 제외한 자민당 임원의 재임 기간을 연속 3년으로 제한하는 개혁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따라 5년 넘게 자리를 지키며 실세로 군림한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이 교체되는 등 자민당 역학 구도에 다소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시다는 소프트파워를 활용한 외교 정책을 옹호하는 등 보수·우파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에서는 온건파로 분류된다.
역사 문제에서 강경론으로 내달린 아베 정권 시절 약 4년 8개월 동안 외무상으로 재직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한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당사자다.
이같은 이력에 비춰볼 때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 아베·스가 정권의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는 한국과의 안보 협력 등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기도 하며 그가 갈등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가 주목된다.
다만 코로나19 대응 및 중의원 총선거(11월)와 참의원 선거(내년 여름)를 통한 정권 안정이 기시다의 우선 과제인 상황이라서 한일 관계에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편 기시다는 조부인 기시다 마사키(1895∼1961) 전 중의원 의원, 아버지 기시다 후미타케(1926∼1992) 전 중의원 의원에 이은 3대 세습 정치인이며 자민당 파벌인 고치카이(국회의원 46명) 회장이다.
그는 아베 정권에서 방위상을 겸임한 적이 있으며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정조회장)도 지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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