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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4대은행 한도도 소진되면…사상 초유 대출계엄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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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4.66%

연말까지 대출여력 2조2841억원

대출 제한 수위 높이는 은행권

취약계층 밀어내는 풍성효과 우려

당장 실수요 대출 대란 올수도

헤럴드경제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대출을 받고 싶습니다."(10일), "생애최초주택구입꿈 물거품 .집단대출막혀 웁니다."(17일),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 막아놓으면 실수요자 죽어야 하나요?"(27일).



이달 들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대출 규제와 관련한 ‘청원 제목’들이다. 주요 은행들의 가계대출 한도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은행권 ‘대출 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관리 목표를 준수하기 위해 대출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 대출 수요가 2금융권으로 옮겨지며 기존 2금융권 대출 고객들을 밀어내는 연쇄작용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27일 기준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01조37775억원으로 작년 말(6701539억원)보다 4.66% 증가했다.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7.32%로 가장 높았고, 하나은행(4.96%)과 국민은행(4.50%)를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각각 3.84%, 2.74%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대출 한도는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목표 하단인 증가율 5%를 기준으로 5대 은행에 연말까지 남은 대출 여력은 2조2841억원 정도다. 남은 석 달(10~12월) 월별 증가액을 7000억원 수준으로 막아야 금융당국 목표에 맞출 수 있다.

목표 증가율을 6%를 적용하면 연말까지 5대 은행의 대출 여력은 8조9857억원이다. 올해 1~8월 월 평균 가계대출 증가액이 약 3조5000억원 수준이란 점을 감안하면 역시 빠듯하다.

금융당국의 총량 관리 목표를 넘어설 경우 금융감독원 특별검사를 받거나 다른 페널티(벌칙)를 부과받을 가능성이 크다. 어떤 식으로든 돈줄을 조일 방안을 짜내 대출 증가세를 억제해야 한다.

지난달 말 농협은행의 신규대출 한시 중단을 시작으로 은행권 전반으로 대출제한 조치가 번지고 있다. 최근 하나은행은 대출모집법인 6곳 중 3곳이 할당받은 대출한도를 넘겨 일시적으로 대출 취급을 중단했다. 은행권에선 모집인 대출 중단을 대출 문을 본격적으로 걸어 잠그는 신호탁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 중”이라면서도 “일부 은행의 강도 높은 대출 제한이 풍선효과로 인해 다른 은행에 상당한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은행별로 대출 제한 수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5대 은행이 가계대출 증가율을 억제하기 위해 대출제한 수위를 높일수록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이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에서 대출이 막힌 고소득자 등 우량 고객들이 2금융권 대출로 몰리면서다. 생계형 자금대출이 대부분인 저소득, 저신용자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수순인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은행과 비은행을 합친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1232조2769억원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은 전체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풍선효과로 인해 주요 은행 대출이 막히면 기존 2금융권 대출 고객들이 금리가 더 비싼 곳으로 밀려나는 연쇄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생계형 대출이 대부분인 저신용, 저소득자의 금융접근성이 더욱 나빠지는 결과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대출 중단이라는 극단적인 조치가 이뤄질 경우 당장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 대출고객을 중심으로 상당한 사회 혼란이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은행 대출을 전제로 청약, 분양 계약을 진행 중인 실수요자들이 당장 돈 줄이 막힐 경우 금융권 풍선효과는 걷잡을 수 없게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총량을 기계적으로 규제하면 실수요자들 입장에서는 위험한 돈이라도 쓸 수밖에 없는 쪽으로 몰리기 때문에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금리를 좀 더 부담하더라도 대출을 쓸 수 있게 해야지 아예 막아버리는 것은 타격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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