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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6800억원 들어간 핵기술 '파이로프로세싱' 종결? 지속?…올해 말 결론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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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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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해서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개발하는 실험 시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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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인 폐연료봉, 즉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할 새로운 방법인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SFR)’를 계속 연구할지에 대한 결론이 올해 말쯤 날 것으로 보인다. 20여년간 약 6800억원이 들어간 이 연구의 효용성을 둘러싸고 최근 탈원전 찬반 진영의 대립각이 가팔라지고 있어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논란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즉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 연구개발 사업에 대한 전문가 검토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검토는 2017년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해당 기술의 연구개발사업이 기술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국회 지적에 따라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한 과기정통부는 일단 사업을 진행하되 2021년 다시 논의한다는 방침을 정했고, 이에 따라 이번에 재검토위원회를 다시 가동하게 된 것이다. 재검토위원회는 경제와 원자력 분야 전문가를 포함한 9명으로 구성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을 돌리고 나면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물질을 분리하는 기술이다. 이렇게 뽑아낸 핵물질은 개발 중인 소듐냉각고속로의 연료로 쓸 계획이다. 마치 연탄재를 특수한 기술로 부활시켜 타기 전의 까만 연탄처럼 만든 뒤 다시 불을 지피는 것 같은 효과다. 원자력 과학계에선 파이로프로세싱으로 사용후핵연료의 방사능이 자연계의 우라늄 광석 수준으로 줄어드는 기간을 지금의 1000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원전에서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저장소에 묻는 게 최선이지만, 원자력 과학계의 주장대로라면 이 기술은 방사능 위험도 줄이면서 원전을 돌릴 연료도 제공하는 셈이다. 한국은 1997년부터 지금까지 약 6800억원을 투입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 미래 대표는 “미국 과학계에선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이 ‘핵확산’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한국에서 추진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국내 원자력 과학계에선 파이로프로세싱 기술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뽑아낼 수 없기 때문에 핵확산에 대한 우려도 없다고 하지만, 미국에선 기술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시선이 있다는 얘기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 대표는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중 폐연료봉을 깨야 하는데, 이때 방사능이 나오게 된다”며 “대기로 퍼지지 않도록 완벽하게 포집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파이로프로세싱을 실행하는 시설 주변의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재검토위원회는 앞으로 2~3개월간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며 “연말쯤 이 연구에 예산을 계속 투입할지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검토위원회는 한·미 핵연료주기 공동연구 10년 보고서와 국내 연구개발 내용 등을 종합 검토할 계획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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