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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대장동 의혹' 검경 뒷북수사, 권력 충성경쟁 벌이나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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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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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을 둘러싼 특혜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수사팀을 꾸리기로 했다고 한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경제범죄형사부(유경필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검사 3∼4명을 파견받아 이르면 29일 10명 안팎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일단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다수의 고발장이 들어온 만큼 이들 사건을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대장동 의혹의 '키맨'으로 불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등 여러명을 출국금지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에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에서 고문으로 활동한 권순일 전 대법관이 사후수뢰 등 혐의로 고발된 사건,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 아들의 퇴직금 50억원과 관련해 고발된 사건 등이 배당돼있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도 함께 고발돼 있다.

검찰이 뒤늦게 수사팀을 확대해 본격 수사에 나선 것은 이재명 경기지사 측근으로 알려진 유동규 전 사장 직무대리가 입건조차 되지 않고 천화동인 4호 대표인 남욱 변호사등 일부 핵심 관련자들이 해외로 출국하면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은 사건 발생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를 벌이지 않다가 여론에 밀려 29일에야 뒷북압수수색에 나섰다.

경찰도 올 4월 금융정보분석원(FIU)로부터 화천대유측의 횡령 및 배임이 의심되는 현금거래내역을 통보받고도 묵살하다가 최근에야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와 이성문 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늑장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 용산경찰서가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고발사건 모두를 경기남부경찰청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이번 의혹의 핵심은 대장동 사업의 사업자 선정과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 또 사업 추진과정에서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다.

특히 머니투데이 부국장출신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이 현금화한 회사자금 수십억원의 사용처가 무엇보다 규명돼야 할 대상이다.

일각에선 곽상도 의원 아들의 50억 퇴직금 의혹이나 박영수 특검 딸의 아파트분양 의혹을 이번 사건의 본질인양 내세우지만, 이것은 6000억대의 배당·분양수익 돈방석에 비하면 그야말로 곁가지일 뿐이다.

이같은 거액의 자금을 둘러싼 커넥션을 밝히려면 회사의 대표· 임원들이 회사 자금을 인허가 대가나 로비자금으로 건넸는지, 일부 자금을 사익 목적으로 횡령했는지에 대한 정밀한 자금추적과 함께 전방위 압수수색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검경이 그동안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수사를 미적거리는 사이 핵심 관련자들은 도피하거나 잠적해 서로 말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했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미국에서 '저승사자'로 불렸던 프릿 바바라 전 뉴욕남부지검장은 저서 '정의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에서 "어떤 증거는 햇볕아래 놓인 물웅덩이처럼 증발하기 때문에 빠른 수사 속도가 약이 된다"며 "기억력은 약해지고 목격자는 지나가버리고 문서는 소실되기 때문에 수사관들은 재빨리 온갖 귀중한 정보를 손에 넣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검경이 사건의 본질을 신속히 규명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일각에선 "지난해 옵티머스 수사처럼 용두사미격으로 수사가 끝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어제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검경의 대장동 수사는 훗날 검증대상이 될 것"이라고 날을 세운 것도 그만큼 부실하고 엉터리 수사가 이뤄졌다는 증표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려면 이제라도 특별검사제를 도입해야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대장동 개발의 설계자이자 최종 책임자 였던 만큼 사건의 실체 규명을 위해 보다 책임감 있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의당 여영국 대표가 "대장동 주택개발은 공영개발이 아니라 공공이 참여한 민간개발로, 사업 최종 의사결정권자는 이재명 경기지사였다"고 지적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교수 또한 28일 이 지사를 향해 "정말 결백하다면 특검도 수용하고 한동훈 검사장을 불러다가 수사를 시키라"고 압박했다.

한 검사장은 윤석열 전 총장과 하께 '조국 사태'를 수사했던 장본인이다.

이 지사로선 당시 성남시장을 지냈다는 이유로 온갖 의혹이 쏟아지는데 대해 내심 억울한 심정이 말할 수 조차 없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은 이번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거친 발언을 연일 쏟아내는 것은 지도자답지 않은 처사다.

중국에서 역대 최고 성군으로 꼽히는 당 태종은 '정관정요'에서 "구리를 거울로 삼으면 의관을 바로 잡을 수 있고, 역사를 거울로 삼으면 천하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일의 득실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국가 지도자는 자신의 밑에 사람을 잘못 쓴 것도 큰 허울이 되는 법이다.

이 지사가 이번 의혹에서 벗어나 하루라도 빨리 결백을 입증하려면 특검 수용 결단을 과감하게 내려야 한다.

시간은 결코 이 지사 편이 아니다.

[박정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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