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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사유화 : 북한 주민들이 개인 재산을 갖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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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통일에 준비돼있는가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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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한의 소유권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됩니다. 국가 소유권과 협동단체 소유권, 개인 소유권입니다. 국가 소유권은 그야말로 국가가 소유권을 갖는 것이고, 협동단체 소유권은 협동단체, 즉 노동자들의 집단적 소유를 말합니다. 개인 소유권은 사적 소유를 말하는 것이나 개인 소비품에 국한됩니다. 북한에서 개인은 토지나 주택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용권만 가지고 있습니다. 텃밭에 대해서도 경작권만 인정됩니다.

사유화란 이런 북한 체제에서 개인 소비품 이외의 것들에 대해 개인 소유를 인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개인에게 보통 실질적인 자산의 의미를 갖는 것은 토지나 주택, 기업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사유화는 현실적으로 토지나 주택, 기업과 같은 주요 자산들을 개인에게 분배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통일 이후 북한 지역 사유화에 대해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토지, 주택, 기업의 사유화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또 해방 이후 북한에서 재산을 몰수당하고 남한으로 내려온 사람들의 재산권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등이 주요 연구 대상이었습니다. (북한 지역 몰수재산에 대해서는 ▶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북한에서 몰수당한 재산 되찾을 수 있을까? ① 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이런 구체적인 사유화 현안들에 대한 논의는 이어지는 글들을 통해 기술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사유화'가 갖는 본질적 의미에 대해 좀 더 짚어보기로 하겠습니다. 통일 이후 새로운 사회에서 사유화를 추진한다는 것이 어떤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으며, 사유화는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공평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입니다.

해방 이후 토지 개혁이 가졌던 사회적 의미



사유화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 전에 해방 이후 토지 개혁에 대해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해방 이후 토지 개혁을 살펴보려는 이유는 해방 이후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어 토지 개혁이 가졌던 의미를 고찰함으로써, 통일 이후의 사회에서 사유화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살펴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해방 당시 우리나라의 토지 소유 상황에 대해 먼저 살펴볼까요. 해방 당시 한반도는 남·북한을 불문하고 소수의 지주가 땅을 과도하게 소유하면서 다수의 농민들은 고율의 소작료에 허덕이며 기초적인 생계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북한 지역의 경우 1943년을 기준으로 보면, 총 농가 호수 100만 4천509호 가운데 완전 자작농은 25%에 불과했고, 반소작농(소작과 자작을 겸하는 농민) 31%, 완전 소작농 43%로 농민의 3/4 가까이가 소작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남한 지역은 사정이 더 좋지 않았는데, 1945년 당시 남한의 총 농가 호수 206만 5천477호 가운데 완전 자작농은 13.8%에 불과했고, 반소작농 34.6%, 완전 소작농 48.9%로 농민의 4/5 이상이 소작에 허덕이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당시 토지 개혁은 단순히 농민들에게 땅을 얼마만큼씩 나눠주는 것을 넘어서, 지주-소작의 봉건적 관계에서 고율의 소작료 때문에 먹고 사는 것조차 곤란했던 농민들의 삶을 안정화시키는 사회 개혁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던 농민들을 자영농으로 유도함으로써 농민들의 토지 소유 열망을 풀어주고 사회를 안정화시켰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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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남한의 토지 개혁은 개혁이 거론되고 실제 실시되기까지 5년 가까이 시간이 미뤄지면서 지주들이 소작인들에게 토지를 사실상 강매하는 등 개혁이 불철저하게 이뤄졌다는 비판이 존재합니다. 영세농이 양산되면서 농촌의 빈곤이 해결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지주-소작이라는 봉건적 소유 관계가 사라지고, 고율의 소작료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 농민들이 고무신 한 켤레라도 살 수 있는 여력을 갖게 됨으로써 경공업 육성의 터전을 마련한 측면도 있습니다. 토지 개혁이 단순히 땅의 분배 관계를 변화시킨다는 차원을 떠나 사회의 안정과 변화에 기여했던 것입니다.

'사유화'는 단순한 개인 소유 인정 이상의 의미가 있다



통일 이후 북한 지역에서 추진될 사유화도 단순히 개인 소유를 인정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북한 지역이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새로 통일한국에 편입된다면 북한 주민들이 개인 자산을 가지고 자본주의에서 살아가야 할 텐데, 자본주의 체제의 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춰주는 것이 바로 사유화입니다.

북한 체제가 70년 이상 지속돼왔고 북한 주민들이 기여(사회주의 체제에 기여했다는 의미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나라의 물적 생산에 기여했다는 의미)해온 부분이 있는 만큼, 북한 주민들은 북한이라는 나라의 자산을 적절히 분배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동독의 체제 전환 과정에서도 동독의 국유재산을 동독 주민들에게 분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산을 분배하는 것이 적절할까요? 국가의 모든 자산을 국민들에게 분배할 수는 없는 만큼 적절한 수준의 자산이 분배되어야 하며 분배는 비교적 공평하게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원칙적으로 사유재산이 인정되지 않았던 체제인 만큼 특별히 기득권을 인정해줘야 할 계층이 없습니다. 또, 해방 이후 독립운동가가 우선적인 대우를 받아야 했듯이(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지만) 통일 이후 북한 지역에서 우선권을 인정받아야 할 계층도 없습니다. 북한도 많이 시장화된 만큼 장사 등을 통해 큰 돈을 번 사람들도 있으나, 권력과 결탁해 큰 돈을 번 사람들의 기득권을 통일 정부가 인정해줘야 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적절한 수준의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북한 주민들이 자본주의라는 경로의 출발선에 서 있다고 본다면, 스스로 경주를 펼칠 수 있을 정도의 자생력을 갖춰주는 것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인이 성실하게 노력을 한다면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기초자산'을 비교적 공평하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기초자산이라는 토대 위에 북한 주민들이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면 사유화는 자본주의 시스템 정착을 위한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자산 분배의 공평성 어떻게 담보할 것인가



기초자산 개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여기서 기초자산 개념을 제기하는 이유는 완벽하게 공평하지는 않더라도 북한 주민들이 대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사유화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사유화가 현실적으로 불공평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기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해방 이후 귀속재산 불하 과정에서의 불공평 논란에 대해서는 앞선 글(▶ [안정식 기자와 평양 함께 걷기] 투기 의혹과 불공정…공정한 北 '사유화'는?)에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국가가 소유하던 북한 기업들을 민간에 넘긴다고 할 때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기존 지배인이나 종업원처럼 해당 기업을 잘 아는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기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이 경우 이들은 이러한 기회를 바탕으로 통일한국에서 주요한 자산가로 성장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 같은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이게 과연 공평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 사유화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주택 점유자에게 소유권을 인정한다고 할 경우, 평양의 크고 좋은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북한 지역 개발과 함께 막대한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시골의 허름한 집에서 살던 사람들은 재산 가치의 별다른 상승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북한 지역이 자본주의화되면 부동산이 재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데, 사유화 과정에서 생기는 이러한 불평등을 용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토지의 경우에도 어느 지역의 토지를 분배받느냐에 따라 재산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공평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이 비교적 공평한 수준의 자산을 분배받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도의 '기초자산' 수준을 정하고, 이에 미달하는 사람에게는 추가적인 보상을, 이를 초과하는 사람에게는 세금이나 다른 형태로 자산이나 수익을 환원받는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자산 수준에 따라 추가 보상이나 수익 환원 조치가 이뤄지려면 먼저 전반적인 사유화 과정이 마무리돼야 합니다. 토지, 주택, 기업에 대한 전반적인 사유화 과정이 마무리되어야 자산 평가를 통해 보상을 할지 수익을 환원받을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초자산에 미달하는 사람에게 보상을 한다고 할 때, 개별 가구의 자산을 일일이 원 단위까지 평가해 작업하는 것은 쉽지 않은 만큼, 자산 수준을 크게 몇 가지 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별로 보상 수준을 정하는 것이 현실적일 것입니다. 기초자산을 초과하는 사람들에 대한 수익 환원조치는 사유화 이후 일정 시간이 지난 시점에 자산 가치를 평가해 세금이나 사회기여금 형태로 추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같은 보상과 초과이득 환수가 이뤄진다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비교적 공평한 수준의 사유화가 이뤄지고, 자산 차이에서 오는 북한 주민들의 불만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안정식 기자(cs7922@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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