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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카불대 총장 "여학생 등교 금지···이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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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탈레반이 임명···전 교육부 대변인 "고등교육 무너질 것"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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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을 재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임명한 수도 카불대학교의 총장이 여학생의 등교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27일(현지시간) 카불대의 모하마드 아슈라프 가이라트 신임 총장은 여성들이 이제 카불대에서 가르치거나 공부하는 것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가이라트 총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카불대 총장으로서 약속한다”며 “진정한 이슬람 환경이 모든 사람을 위해 제공되지 않는 한, 여성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장에 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슬람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카불대는 1930년 설립된 아프간에서 가장 큰 국영 대학교다. 약 2만 명이 재학 중이며 그중 절반 이상이 여학생이다. 카불대에서 언론학 강사로 활동한 하미드 오바이디 전 교육부 대변인은 “희망이 없다”며 “고등 교육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다”고 통탄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조처가 지난달 탈레반이 권력을 장악한 이후 아프간의 여성 권리에 대한 가장 최근의 침해 사례라고 전했다. 앞서 탈레반은 대학에서 남녀가 구분 지어 수업을 듣게 하도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카불시의 여성 공무원들에게는 최근 출근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1996~2001년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은 극단적인 샤리아(이슬람 율법)에 따른 공포 정치로 악명이 높았다. 당시 탈레반은 여학생 등교와 취업을 금지했고, 공공장소에서는 여성의 부르카(전신을 가리는 복장) 착용을 의무화했다. 지난달 탈레반은 20년간 아프간에 주둔했던 미군이 철수하면서 다시 정권을 잡은 후 ‘정상국가’를 자처하며 과거와 다른 정치를 펼치겠다고 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선 탈레반 과도정부는 여성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공언과 달리 실제로 여성 인권을 탄압하는 조처를 해왔다. 탈레반은 여성부를 폐지하고 1차 집권기에 도덕 경찰로 활동하던 ‘기도·훈도 및 권선징악부’를 부활하는 등 과거의 ‘공포정치’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유하 인턴기자 youh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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