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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결국 전세대출도 옥죄나…실수요자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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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위원장 전세대출 규제 시사 집 값 상승에 전세대출 급증…갭투자 원인으로도 지목 은행들 전세대출 문턱 높혀…실수요자 구제 방안 주목 [비즈니스워치] 이경남 기자 lkn@bizwatch.co.kr

금융당국이 규제 '성역'이었던 전세자금대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그간 전세자금대출은 실수요자 중심인 만큼 대출 규제에서 예외였지만 최근 가계대출 증가분을 전세대출이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아가 일부 시중은행의 경우 전세자금대출 재갱신 시 한도를 낮춘 것으로 확인되면서 규제 전부터 은행권에서 선제적인 대응 움직임도 포착된다. 그러면서 정부가 향후 실수요자를 구제하면서 전세대출 관리가 가능한 묘수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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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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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전세대출 규제 시사

지난 28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정책금융기관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 가계부채 대책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보고 있고 전세대출은 실수요자 중심이기 때문에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면서도 "전세대출의 금리 조건이 다른 대출에 비해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어 규제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금융당국은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실수요자 중심이라는 판단아래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왔다. 당장 지난해 7월 도입된 은행권 차주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에도 전세자금대출은 제외했다. DSR은 차주의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전세자금대출은 여기에서 제외되면서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고승범 위원장이 이날 전세자금대출 규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금융당국 규제의 칼날이 전세자금대출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고 위원장이 전세자금대출 규제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최근 가계부채 상승을 이끄는 요인 중 하나가 전세자금대출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의원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은행으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48조5732억원 가량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말 이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122조5647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율은 17.9%에 달한다.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급증한 것은 집값 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세 가격 역시 급격히 오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장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3.3㎡당 1억이 넘는 전세매물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으며, 최근 성동구 성수동 소재 '트리마제'는 전용 면적 84.82㎡ 전세가 2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비단 '노른자위 고급 아파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 7월 기준 서울 전세 아파트 가격은 6억2400만원 수준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7.7% 뛴 것으로 집계됐다.

실수요자 위주 전세대출 왜 옥죄나

통상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실수요자 중심으로 취급된다. 당장 규제의 망을 벗어났던 이유도 전세대출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금융당국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승범 위원장이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규제를 시사한 것은 치솟는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첫번째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상 전세자금대출은 보증금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전세가격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대출차주들의 건당 대출규모도 상승하면서 전세자금대출 잔액 역시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허나 최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추가 인상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전세자금대출은 통상 2년 만기에 매달 이자만 갚아나가는 구조가 많은데, 변동금리 대출이 대부분이다. 다시말해 대출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고승범 위원장이 기준금리 인상 등을 이유로 가계의 이자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규모가 크고 변동금리대출 상품인 전세자금대출의 증가세를 마냥 두고볼 수 만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전세자금대출이 갭투자 용도로 사용되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분석 또한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고려하게 만든 요인으로 분석된다. 전세자금대출은 보증금의 최대 80%까지 대출이 가능해 주택 구매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보다는 세입자에게 전세자금대출을 받도록 유도해 더 적은 규모의 현금자산만으로도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

대체로 전세자금대출은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이 보증을 서주는 상품이 대다수 취급되는데, 이러한 보증기관이 있다보니 금리가 낮다는 점 역시 세입자들이 전세자금대출을 적극 받도록 유도한 측면이 있다. 금리가 낮아 전세자금대출 실수요자들에게는 유리했고, 은행의 경우도 보증기관이 있다보니 대출 심사 시 잣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평가다.

은행 관계자는 "6.17 부동산 대책 전세자금대출의 경우도 2주택자는 규제지역에 한해서는 사실상 집주인이 보증을 서줄 수 없게 했지만 집주인이 세를 살면서 추가로 집을 구매한 경우 세를 놓는다면 전세자금대출 보증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며 "이 경우 보증기관에 따라 보증금액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전세자금대출 문턱이 낮아 다양하게 활용하는 차주들이 많고 일부는 갭투자에 사용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서울 지역 주택 구매자들의 자금조달계획서 19만3974건을 분석한 결과 30대 이하(39세 이하) 주택 매수자의 52%는 '임대보증금 승계'를 자금조달방법으로 냈다. 30대 이하 주택구매자 중 절반은 '갭투자'에 나섰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은행, 선제적 대응 나서…핵심은 실수요자 구제

금융당국이 전세자금대출 규제강화를 예고하는 모습이 나오자 은행들 역시 선제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신규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키로 했으며,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말까지 일부 영업점 들을 중심으로 전세자금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 KB국민은행은 오는 29일 부터 전세자금대출의 한도를 대폭 줄이기로 했다. 전세자금대출 연장 시 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이 되던 것을 전세 보증금 인상분까지만으로 적용키로 했다.

일단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출 중단에 나서기는 했지만, 규제가 명문화 될 경우 전세자금대출을 옥죄는 추이가 더욱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은행권의 진단이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전세자금대출의 문턱을 높힌 것은 전세자금대출의 확대로 인해 가계대출 총량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규제가 확실히 정해질 경우 이 규제안에 따라 전세대출을 취급하게 될 텐데 현재보다 문턱이 낮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전세대출 보증기관의 보증금액을 낮추거나 DSR에 전세자금대출 원리금 상환규모를 일부 포함하는 방식으로 전세자금대출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있다. 이 경우 전세자금대출의 한도가 줄어들거나 금리가 올라 전세대출을 받기가 종전보다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부작용은 전세자금대출이 실수요자에게 얼마나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느냐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신혼부부 등 실수요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출상품"이라며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전세자금대출 대상의 폭을 줄이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는데 일률적으로 정할 경우 모든 실수요자들을 보호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금융당국이 소득 7000만원이 넘는 집주인들이 전세자금대출의 보증을 서지 못하게 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실수요자들에게 피해가 크다는 이유로 결국 실현되지 않았고, 그만큼 전세라는 제도가 국내에 보편적인 주거형태이나 보니 그만큼 실수요자가 많다"라며 "실수요자들을 가려내는 구체적인 방안이 함께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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