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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배터리'도 확고한 한미 동맹…'역사상 최대 투자'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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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포드, 13조원 규모 배터리 생산시설 투자

LG엔솔-GM 등 韓美 완성차·배터리 동맹 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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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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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미국의 완성차 기업과 한국의 배터리 기업이 손잡고 미국 내 사상 최대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의 '배터리 동맹'이 갈수록 공고해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시장을 선점해 글로벌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SK이노베이션과 포드는 미국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 총 114억달러(약 13조1000억원)를 투자해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과 전기차 조립 공장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는 포드의 118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이며, 지금까지 미국에서 이뤄진 배터리 공장 중에서도 최대다. SK이노베이션과 포드가 배터리 합작 공장에 각각 44억5000만달러(약 5조1000억원)씩 투자하며 전기차 조립공장과 R&D센터, 트레이닝센터 등의 건설에는 포드가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를 자체적으로 투입한다. 블룸버그는 "미국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은 43기가와트(GWh)이며, 켄터키 공장은 86GWh 규모로 건설된다. 여기에 기존 미국 조지아주 1공장(9.8GWh)과 2공장(11.7GWh)을 더하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미국에서만 150.5GWh에 달한다. SK는 이번 투자로 미시간주(5GWh)·오하이오주(35GWh)·테네시주(35GWh)·부지 검토중(70GWh) 등 미국 내에서 총 145GWh의 생산설비를 계획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가장 많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투자 규모 발표는 기존 계획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두 회사는 지난 5월 양사의 배터리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를 설립해 총 60G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시설을 건설하기로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 밝힌 생산 시설은 총 129GWh로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배터리 생산 시설에 투입할 금액도 10조2000억원으로, 지난 5월 합의한 규모(6조원)보다 4조원 이상 확대됐다.

이는 내년 초 포드가 출시하는 전기 픽업트럭 'F-150'의 사전계약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내연기관 F-150의 경우 지난해 79만대가 팔리며 미국 시장에서 39년 연속 판매 1위를 달성한 인기 차종이다. 블루오벌SK가 생산하는 배터리 129GWh로는 60킬로와트(KW)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매년 215만대 만들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블루오벌SK가 생산해야 할 배터리가 당초 예상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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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드 자동차의 상업용 전기픽업트럭 F-150 라이트닝 프로. © 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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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K이노베이션과 포드의 역대급 투자는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이후 갈수록 공고해지는 양국의 '완성차(미국)-배터리(한국)' 협력 구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의 GM도 매년 70GWh의 배터리를 합작 생산하기로 추진하는 등 강력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움직임은 앞으로 미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급이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예측되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전환하고, 공공기관 차량 300만대도 모두 전기차로 바꾸는 등 강력한 친환경 전기차 보급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SNE리서치는 올해 110만대인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에는 420만대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만큼 막대한 양의 배터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자국 기업이 없어 해외 기업으로부터 조달해야 한다. 현재 글로벌 10위권 내 배터리 기업은 모두 한·중·일 기업이다. 미국 정부의 입장에선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 기업을 선택할 순 없고, 일본의 유일한 대형 배터리 기업인 파나소닉은 미국 내 외형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다. 결국 앞선 배터리 기술이 있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으면서도 외교적으로도 전통의 우방인 한국이 유일한 대안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동맹이 필수다. 전세계 전기차 3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은 자국 기업의 배터리를 전폭 지원해 경쟁이 어렵고, 유럽도 해외 배터리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역내 생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중국·유럽의 공세에 맞서 글로벌 배터리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선 나머지 세계 3대 시장 중 하나인 미국의 완성차 업체와 협력하는 게 불가피하다.

이번 투자를 시작으로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기업은 현지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을 더욱 늘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5년 7월부터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따라 북미에서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미국 현지 배터리 공장 신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미국 배터리 시장의 선점은 전세계 시장 점유율에서 앞선 중국을 추격하고, 따라오는 유럽을 떨쳐낼 유일한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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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 현황.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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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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