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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아파트 가치 올릴래요"…리모델링에 부는 '고급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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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쓰자' 보다 '가치 올리자'…특화설계에 브랜드 경쟁까지

골조 그대로 써 평면·고급화 한계…재건축 선회 가능성도

뉴스1

수직증축 리모델링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2단지 아파트에서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16.8.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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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재건축 대안으로 리모델링 사업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고쳐 쓰자'는 목적으로 추진했던 리모델링이지만, 최근에는 부동산 상승장과 맞물려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존 골조를 남기고 짓는 리모델링의 특성상 가치 상승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전국에서 리모델링조합설립을 마친 아파트는 85개 단지(6만4340가구)다. 2020년 12월 54개 단지(4만551가구)와 비교하면 8개월 만에 60% 이상 늘었다. 추진위원회 설립 후 사업을 추진 중인 단지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리모델링은 재건축보다 사업 기간도 짧고 개발이익 환수나 기부채납 등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이점이 있어서다. 1990년대 전후로 지어진 용적률 200%대 중층 아파트에서도 사업 추진 논의가 활발하다.

예전에는 주차장 지하화나 구조 변경 같은 주거 환경 개선이 리모델링 목적으로 꼽혔지만, 요즘엔 리모델링을 통한 가치 제고가 더 큰 관심사라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가 노후되면 관리 비용이 늘뿐만 아니라 신축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주민들이 고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부동산 상승장까지 겹치면서 아파트 가치를 올리는 것이 리모델링 주목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사이에선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강남 같은 서울 주요 단지에선 돈을 더 들이더라도 신축 아파트 수준으로 고급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업계도 리모델링 수주를 위해 다양한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GS건설이 지난 2018년 수주한 강남구 청담건영 아파트는 고급화 전략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첫 리모델링 단지로 거론된다. 최상층 스카이브리지 특화설계, 고급 커뮤니티 시설 등 다양한 고급화 방안이 적용됐다.

건설사들은 사업 수주를 위해 최신 주거 트렌드를 반영한 고급화 전략을 내걸었다. 마감재 고급화는 물론이고 커뮤니티 시설 확충, 최첨단 기술을 접목한 시스템 적용, 내·외부 디자인 특화 등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주차장을 지하화하면 활용 공간이 넓어져 리모델링이라도 외관이나 조경에 힘을 실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대형 건설사들이 리모델링 시장에 하나둘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브랜드 경쟁까지 추가됐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 현대맨션은 리모델링 사업 최초로 하이엔드 브랜드 '르엘'(롯데건설)을 적용했다. 현대건설도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리모델링에 '디에이치'를 제안했다. 이외 건설사들도 브랜드 경쟁에 가세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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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이촌 현대맨션. (자료사진)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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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존 골조를 남겨둔 채 건축해야 하는 리모델링의 특성상 가치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존 구조물을 활용해 평면을 구성하기 때문에 선호 평면과 달라질 수 있고, 천장 높이도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새로 부수고 짓는 만큼 선택의 폭이 큰 재건축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C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신축 아파트 층고는 2.5미터가량 되는데, 당초 높이가 2.2미터 정도인 구축 아파트에서 리모델링을 진행하면 스프링클러 설치 등으로 더 낮아지게 된다"며 "대형 평수가 아니면 앞뒤로 면적을 붙이는 과정에서 평면이 찌그러지기도 하고, 내력벽 철거가 어려워 한계도 있다"고 말했다.

리모델링이 재건축 대안으로 급부상한 만큼 향후 재건축 규제가 풀리면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 리모델링 사업이 유행했지만, 완공된 곳은 20곳도 되지 않는다"며 "고육지책으로 리모델링을 택했던 단지들은 선회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유의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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