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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끊이지 않는 학교 폭력

사과 없이 한국 떠나는 쌍둥이, 태극마크도 ‘영원히 안녕’ [오!쎈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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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흥국생명 시절 이다영(좌)과 이재영 / OSEN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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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후광 기자] 결국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게 됐다. 진심 어린 사과와 자숙이 아닌 당장의 선수생활 연장을 택한 이재영-이다영 쌍둥이자매. 이들의 국가대표 영구 박탈 징계가 말 그대로 ‘영구’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그리스리그 이적이 임박했다. 그 동안 해외 이적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국제이적동의서(ITC)가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아닌 국제배구연맹(FIVB)의 직권으로 발행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FIVB는 지난 28일 배구협회 측에 쌍둥이의 ITC 승인을 위한 최종 공문을 보냈다. 배구협회가 한국시간으로 29일 오후 7시까지 자매의 그리스 PAOK 구단 이적으로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을 계좌번호를 알려달라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마감시한까지 계좌번호를 전달하지 않을 경우 FIVB 직권으로 자매의 ITC 발급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V리그 여자부 간판스타였던 쌍둥이는 2020-2021시즌이 진행 중이던 지난 2월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옛 동창생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들이 중학교 재학 시절 수차례 폭력을 일삼았다는 폭로가 나왔고, 결국 소속팀 흥국생명의 무기한 출전정지, 대한민국배구협회의 국가대표 영구 박탈 징계를 나란히 받았다. 두 선수는 흥국생명의 2021-22시즌 선수 등록 철회로 국내 무대에 당분간 발을 디딜 수 없게 됐다.

배구판을 쑥대밭으로 만든 쌍둥이의 선택은 사과와 자숙이 아닌 선수생활 연장이었다. 지난 6월 터키 스포츠 에이전시 CAAN을 통해 그리스 빅클럽 PAOK 입단을 타진했고, 대한민국배구협회에서 그리스 이적에 필수적인 ITC 발급을 거부하자 최고권위기관인 FIVB로 경로를 우회해 ITC 직권 승인을 요청했다. 전날 FIVB 측의 최후통첩에 배구협회가 “ITC 발급이 되더라도 이적 수수료는 받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함에 따라 자매의 그리스행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 당초 바람대로 두 선수 모두 공백기 없이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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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시절 이다영(좌)과 이재영 / OSEN DB


그러나 이 같은 결과는 쌍둥이자매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봐도 무방하다. 학교폭력 미투사태의 당연한 후속조치인 피해자를 향한 사과와 합의, 사태 정리가 아닌 이 모든 걸 뒤로하고 한국을 떠나는 길을 택했기 때문이다.

V리그 남자부의 경우 학폭 미투 사태가 터지자 피해자를 향한 직접적인 사과가 우선적으로 이뤄졌다. OK금융그룹 송명근은 사건이 알려진 뒤 수차례 피해자와 피해자 어머니에 진심을 다해 사과했고, 피해자가 마침내 그의 잘못을 용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박상하는 학교폭력 가해자 지목으로 현역 은퇴를 선언했는데 경찰조사를 통해 누명을 벗은 뒤 현대캐피탈에서 새로운 배구인생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쌍둥이는 사건 직후 강제로 쓴 느낌이 짙은 자필 사과문 공개가 전부였다. 피해자를 향한 진심을 담은 사과는 없었고, 오히려 지난 6월말 방송인터뷰를 통해 “잘못을 인정한다”면서도 "(피해자를 향해) 칼을 휘두른 건 사실이 아니다. 손에 들고만 있었다"는 황당한 해명으로 악화된 여론에 기름을 들이 부었다. 만일 한 시즌 정도 자숙을 하고 피해자와 원만한 합의를 봤다면 낯선 그리스로 향하는 일은 없던 일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흥국생명은 무기한 출전정지, 협회는 국가대표 영구 박탈 징계를 내린 상황. V리그도 국가대표도 더 이상 쌍둥이를 향한 자리는 없다. 분명 악화된 여론에도 V리그 및 국가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는 여러 방안이 존재했지만 현역 연장에 눈이 멀어 이 모든 걸 포기했다. 아마 그들 스스로 내린 결정이기에 후회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먼 훗날 후회한다 해도 바뀌는 건 없다. /backligh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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