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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3분차 쌍둥이 감독 “형은 촬영, 동생은 배우와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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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의 김곡·김선 형제, 공동 작업한 작품만 10여 편

“중학교때부터 비디오가게서 살아… 차기작 역시 사회악 다룰 예정”

조선일보

영화 ‘보이스’를 공동 연출한 김선(왼쪽)·김곡 형제 감독. 불과 3분 차이로 태어난 일란성쌍둥이다.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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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극장 흥행 1위인 영화 ‘보이스’를 공동 연출한 김곡·김선(43) 형제 감독은 3분 차이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 이들은 영화 집단 ‘곡사’를 만든 뒤 2000년 애니메이션 ‘이 사람을 보라’로 함께 데뷔했다. 그 뒤에도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와 ‘무서운 이야기’ 시리즈 등 10여 편의 영화를 함께 작업해왔다. 동생 김선 감독은 28일 영상 간담회에서 “쌍둥이 형제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몸처럼 붙어 지냈고 거의 같은 인생을 살아 왔다. 촬영 스태프도 ‘저놈들은 한 놈처럼 움직이는구나’라고 쉽게 직감한다”며 웃었다.

미국에도 코언 형제처럼 협업하는 감독들이 종종 있다. 공동 연출을 할 때 관심사는 역할 분담이다. 김 감독은 “형은 촬영과 미술, 저는 배우와의 소통을 맡는 편”이라며 “형제가 따로 영화를 만든 적도 있지만, 그때도 언제나 상대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내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나 존 카펜터와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공포영화 등 이들 형제는 좋아하는 영화 장르와 감독은 물론, 즐겨 듣는 헤비메탈 밴드까지 같다. 김 감독은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비디오 가게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영화를 빌려 보았던 ‘할리우드 키드(Hollywood kid)들’”이라고 했다. 이들 형제가 극장에서 처음 함께 보았던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의 ‘이티(E.T.)’. 김 감독은 “어머니께서 극장에 데리고 가셨는데 ‘쌍둥이 형제가 입 벌리고 보더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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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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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란성 쌍둥이로 외모도 닮다 보니, 간혹 주변 친구들도 이들 형제를 헷갈려한다. 김 감독은 “신촌에서 다른 대학을 다녔는데 길거리에서 형으로 착각했는지 엉뚱한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는 일도 있었다. 집에 와서 물어보면 형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형은 연세대 철학과, 동생은 서강대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영화 집단 ‘곡사’ 시절부터 이들 형제는 ‘반변증법’ ‘자본당 선언’처럼 제목부터 난해하고 실험적인 작품들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9년작 ‘고갈’로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았다. 상업 영화에 뛰어들면서 조금은 점잖고 얌전해진 셈이다. 김 감독은 “예전 독립영화 시절에는 날것의 주제를 직접적인 방식으로 전달했다면, 지금은 조금 더 많은 관객이 편안하게 접근하고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우리의 정신은 일관적”이라고 했다.

이들 형제의 ‘일관적인 주제’를 묻자 “사회현상과 트렌드에 대한 관심, 사회악(社會惡)에 대한 분노와 응징”이라고 답했다. 보이스피싱(전화 금융 사기)의 해악을 다룬 ‘보이스’ 역시 이런 관심의 연장선에 있다. 김 감독은 “N번방 사건과 몰래 카메라, 데이트 폭력처럼 디지털 세상의 사회악은 일말의 동정심도 보이지 않고 비인간적이며 무자비해지는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이들 형제의 차기작 역시 사회물이라고 귀띔했다. 김 감독은 “사회악에 대한 해부와 장르적 쾌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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