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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성인피해자도 디지털 성범죄 위장수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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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지난 24일부터 시행된 디지털 성범죄 대상의 경찰 위장수사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법적 근거를 두고 있다. 법률은 위장수사의 개념이나 절차뿐만 아니라 경찰관이 적극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수사관 보호도 함께 규정하고 있다. 형사·민사·행정상 면책 규정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교육 실시 의무 등이다.

경찰관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범인에게 접근하는 수사 방법이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범의가 있는 범인에게 경찰관이 몰래 접근해 범행을 용이하게 한 뒤 검거하는 수사기법은 이른바 '기회제공형 수사'이다. 예전부터 마약이나 아동성착취물을 판매하려는 범인 검거에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수사는 법률에 직접 근거하지 않다보니 법원마다 판단기준이 제각각이었고 경찰관 면책 규정도 없었다. 검거된 피의자들이 경찰관의 꼬임에 넘어가 범행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 해당 경찰관은 오히려 수사대상이 되는 경우도 있어 적극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그러나 이제 위장수사가 법적으로 허용되면서 현장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위장수사가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서만 적용된다는 점이다. 피해자 노출 사진과 신상정보가 유포될 수 있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피해자가 느끼는 성적 수치심과 불안감, 공포감은 성인이든 아동·청소년이든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올해 디지털 성범죄 단속 현황을 살펴보면 디지털 성범죄의 10대 피해자 비율은 48.9%로 집계됐다. 피해자 절반 가량이 10대이지만 성인 피해자가 적다고 할 수도 없다. 20대 피해자 비율은 41.5%로 10대 만큼이나 높았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 성범죄의 모든 피해자를 구출하고 보호하기 위해선 성인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대상으로도 위장수사가 가능하게끔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위장수사가 남용돼 피의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국민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아무 때나 위장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법 절차에 따른 통제장치가 있다. 법에서 정해진 신청 사유가 소명됐다는 점을 신청서에 기재하고 상급 경찰관서 수사부서장의 승인 또는 법원 허가를 받아야만 적법하게 진행할 수 있다.

아울러 경찰은 제도의 올바른 안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해 위장수사 매뉴얼을 마련했다. 자격을 갖춘 위장수사관을 선발해 철저한 교육도 실시했다. 앞으로도 경찰은 점검단을 통해 매뉴얼대로 수행되는지 점검할 예정이다. 법령에 따라 국가경찰위원회와 국회에 정기적으로 관련 사항도 보고하게 된다.

한편 화상을 통해 우리 위장수사관을 직접 교육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본부의 위장수사 담당관은 "아동성착취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 구출·보호"라며 "위장수사 중 공갈·협박으로 위기에 처해있는 피해자를 발견할 경우에는 범인검거를 위한 위장수사를 중단하고 우선 피해자부터 구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공감가는 얘기였다. 범인검거도 중요하겠지만 이제 수사 중심은 피해자 보호·구출이다. 그런 점에서 위장수사는 피해자 구조와 보호에 중점을 두고 운영·집행돼야 한다. 이제 첫발을 내딛은 제도가 무사히 안착되도록 경찰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머니투데이

/사진=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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