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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北, 9월에만 3번 도발-3번 담화… 강온 양면전술로 ‘한미 흔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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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언급 3일만에 미사일 도발

동아일보

28일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이달에만 미사일 발사와 한미를 겨냥한 담화 발표를 3차례씩 집중하며 한반도 정세를 뒤흔들고 있다. 무력시위에 나서는 동시에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주면서 ‘강온 양면 전술’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 향후 대화 재개를 둘러싸고 남북미 간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때 자신들이 판의 주도권을 쥐고 흔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번 발사를 종전 선언과 남북 정상회담을 원하는 한국이 자신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부르는지 떠보기 위한 계산된 전략으로 봤다. 한국은 “도발” 표현을 피했지만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위반”이라며 불법으로 규정하고 “규탄”해 온도 차를 보였다.

○ “도발로 부르지 말라” 뒤 미사일 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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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올해 6차례 발사한 미사일 중 절반이 이달에 집중됐다. 11∼12일, 15일 이후 13일 만인 28일 단거리미사일을 쏘아 올렸다. 그런 가운데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달에만 3차례 입장을 내며 종전 선언과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남북 정상회담의 조건으로 “우리를 향해 ‘도발’이라는 막돼먹은 평을 하지 말라”며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불과 사흘 뒤 미사일을 발사해 한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시험대에 올린 것.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2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유엔총회 연설에서 “한반도에 전개된 전략자산 철수와 한미 훈련의 영구 중단”을 종전 선언 조건으로 내걸며 허들을 높였다. 김성은 “미국이 우리에 대한 위협을 그만둔다면 조미(북-미) 관계와 북남(남북) 관계에서 밝은 전망이 열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 단계에서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실지로 포기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했다. 김성은 특히 “(북한에는) 외국 군대가 없다. 남조선(한국)엔 3만 명의 미군이 수많은 군사기지에 주둔하며 언제든지 우리에 반대하는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항시적 전쟁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주한미군 철수 요구도 내비친 것이다.

○ 韓 ‘도발’ 표현 자제, 美는 “결의 위반 규탄”

북한이 ‘조건부 남북 관계 복원’ 제안 사흘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건 결국 한미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는 ‘떠보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가 저자세로 나오면 그 자체로 이득이고, 반대로 강경하게 나오면 향후 추가 미사일 도발 등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며 “북한 입장에선 잃을 게 없는 ‘꽃놀이패’”라고 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미사일 시험 자체보다 한국이 (도발로 부르지 말라는) 이중 기준 철회 요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한미가 반응 수위를 조절해주면 이를 명분 삼아 북한이 대화 국면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미사일 발사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고 ‘유감’만 표명했다. 외교부, 통일부도 같은 입장을 되풀이했다. 국방부는 미사일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인 탄도미사일인지 밝히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만 했다. 미 국무부는 대화를 언급하면서도 미사일 발사가 “안보리 결의 위반이고 위협”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저자세로 나갈수록 북한이 남북 관계를 쥐고 흔들려고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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