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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View & Review] 은행 대출 막았더니…고신용자들 2금융권에 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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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리볼빙 이월 잔액과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의 신규 대출 취급액이 함께 늘고 있다. 은행 대출규제 강화 속에 규제 강도가 상대적으로 느슨한 2금융권 전반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8일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8개 전업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은 5조8157억으로 나타났다. 2017년 말(4조8790억원)보다 19% 증가했다. 리볼빙 이월 잔액 보유 회원 수도 2017년 말 222만7200명에서 올 6월 말 252만4600명으로 13%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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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빙 이월잔액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일부 결제 금액 이월 약정’이라고 불리는 리볼빙 서비스는 카드 대금을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액수는 이월해주는 서비스다. 당장의 연체 위기는 넘길 수 있지만 결제를 제때 다 하지 않고 미루는 임시방편이라 연평균 17%가 넘는 고금리가 붙고 신용도에도 악영향을 준다.

연령별로는 40대의 이월 잔액(2조610억)이 가장 많았고 30대(1조6163억원)가 뒤를 이었다. 30·40대 리볼빙 합산액수(3조6773억원)는 전체 리볼빙 이월 잔액의 63%를 차지했다. 뒤이어 50대 1조1713억원, 60대 이상 4879억원, 20대 이하 4792억원 순이었다. 은행 대출 규제 강화로 신용대출 등을 받기 어려워진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 의원은 “당장의 채무부담을 미루기 위해 리볼빙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이후 이자까지 붙은 대금 때문에 더 큰 어려움에 빠질 수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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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리볼빙 이월잔액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상호금융 신규 대출도 증가세다. 1금융권에 비해 규제가 느슨한 상호금융으로 차주들이 몰린 결과다. 시중은행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40% 이하로 맞춰야 한다. 차주의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부담이 소득의 40%를 넘길 수 없다. 반면 상호금융에 적용되는 DSR은 160%로 규제가 느슨하다.

규제 문턱이 낮다 보니 돈을 빌리려는 이들이 몰리며 올해 6월 기준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 여신 총액은 329조436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보다 20조7358억원 늘었다.

상호금융 이용자 중 고신용자 비중이 높아진 것도 눈에 띈다. 27일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각 상호금융중앙회를 통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수협·신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에서 올 상반기 신용등급 1~2등급 차주의 가계 대출 규모는 17조5499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이들 금융사의 가계대출 신규취급액이 37조7165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올 상반기 상호금융에서 일으킨 대출의 47%가 우량고객에게 나갔다는 얘기다. 이처럼 상호금융에서 우량등급의 대출금액이 늘어나는 동안 신용등급 7등급 이하 고객의 대출금액이 신규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에서 올해 상반기 11%로 떨어졌다.

민 의원은 “은행권 대출 규제로 고신용자들이 제2금융권으로 밀리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며 “고소득자의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대출규제 목표달성이 실패하고 오히려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하는 계층이 자금을 조달할 곳이 사라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도 상호금융 등 2금융권 가계 부채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가계부채 관리 추가 대책으로 “제2금융권의 느슨한 DSR 규제 수준이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하면 보완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2금융권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정작 2금융권의 주력 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이 소외될 수 있다. 특히 소득 증빙 등이 쉽지 않아 기존에도 대출받기 어려웠던 농·어업인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홍지유·안효성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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