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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남양유업 매각 철회 막전막후…‘쌍방 합의’ 무슨 내용? 법정서 드러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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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이 다시금 재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기로 했던 계획을 철회하면서다. 상대방인 한앤컴퍼니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사건은 법정 공방으로 비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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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한앤컴퍼니에 회사 매각을 추진하다 최근 철회했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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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유업에 무슨 일이

▷불가리스 사태로 경영권 매각 공론화

홍원식 회장의 남양유업 매각 결심을 굳힌 계기는 불가리스 속 물질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한다는 내부 연구소 결과물을 대내외에 널리 알린 홍보 행사였다. 이전 대리점 갑질 사건 등으로 기업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차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시점, 불가리스가 마치 코로나19 치료제라도 되는 양 섣부른 발표로 인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후 과학적으로 검증이 더 필요함에도 홍보를 위해 서둘러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는 엄청난 비난에 직면했다. 식약처발(發) 반박 자료와 해명 요구가 이어지면서 신뢰도에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남양유업이 육아휴직 후 복귀한 직원을 괴롭혔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남양유업 사태는 끝을 알 수 없게 됐다. 결국 홍원식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끝에 경영권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모든 것이 급박하게 진행됐다. 경영권을 내놓겠다고 한 지 얼마 안 돼 홍원식 회장 일가 지분을 모두 한앤컴퍼니에 넘기겠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 지난 5월 남양유업은 오너 일가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53.08%)을 한앤컴퍼니에 3107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9월 1일. 반전이 벌어졌다. 홍 회장이 한앤컴퍼니에 매각 철회를 통보한 것이다.

홍 회장은 입장문에서 “M&A 거래에서는 이례적일 만큼 저는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도 한 푼 받지 않았고 계약의 내용 또한 매수인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평등한 계약이었다. … 매수인은 저의 곤궁한 상황을 기회로, 거래 종결 이전부터 남양유업 주인 행세를 하며 부당하게 경영에 간섭하기도 하고 저와 사전에 했던 약속마저 지키지 않은 채 서둘러 거래를 종결하려 했다”고 밝혔다.

당연히 한앤컴퍼니는 즉각 반발했다. 곧바로 홍 회장을 상대로 주식매매계약 의무를 촉구하는 거래 종결 이행 소송을 제기했다. 홍 회장 일가를 상대로 전자등록주식 처분금지 가처분 신청도 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홍 회장 일가는 당장은 다른 곳에 남양유업 매각을 추진할 수 없게 된 상태다. 홍 회장 측은 310억원 상당의 위약벌, 한상원 대표 등을 상대로 불법 행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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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매각 틀어졌나

▷경영권 매각 발표 후 주가 급등

“매수자 측과 계약 체결 이전부터 쌍방 합의가 됐던 사항에 한해서만 이행을 요청했다. 그러나 매수자 측은 계약 체결 후 태도를 바꿔 사전합의 사항에 대한 이행을 거부했다.”

홍 회장의 주장이다.

모종의 ‘쌍방 합의’가 있었는데 지켜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매수자나 매도자 모두 그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 매각 불발 논란은 온갖 추측을 낳으며 계속 입길에 오르내리는 상황이다.

당장은 ‘수천억원이 오가는 계약인데 계약금을 왜 안 걸었을까?’부터 논란이다. 홍 회장은 ‘이례적’인 계약이라고 했다. 하지만 IB(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대부분 경영 참여형 사모펀드는 투자금을 미리 받아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 종결일 며칠 전에 거래 종결을 해도 되는지 확인 후 투자자 입금을 받으므로 계약금을 낼 수 없는 사례가 더 많다. 계약금을 거는 경우라면 매수인이 돈을 못 구하거나 변심할까 봐 매도인 측에서 계약금을 걸 게 하는 정도다. 이번 사례는 애초 매도인(남양유업)이 계약금을 요구하지 않았고 또 매도인이 변심한 상황이라 계약금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른 쟁점은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매각 가격 인식 차’를 극복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린다. 홍 회장의 대국민 사과 전후 남양유업 주가는 크게 달라졌다. 경영권을 넘기겠다고 발표한 이후 주가가 급등한 것. 5월 36만원대였던 주가가 7월 한때 80만원도 넘겼다.

상황이 급변하면서 홍 회장이 ‘3000억원대 매각 금액이 너무 싸다. 조정하자’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을 수 있다. 하지만 한앤컴퍼니가 반대하자 홍 회장 측에서 매각 철회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추정이다. 결국 ‘쌍방 합의’라고 한 것이 한쪽에서는 가격을 재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고, 매수자 입장에서는 물러설 수 없다고 봤을 수 있다. 이 같은 시각차가 이번 논란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기업가치 설정과 관련해서도 홍 회장 일가 내부에서 이견이 많았다는 전언이다. 이를테면 남양유업 본사 등을 포함해 남양유업의 전국 부동산 가치만 해도 3000억원을 훌쩍 넘기는데 매각 대금이 너무 헐값이라는 논리다. 실제 올해 3월 말 기준 남양유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57배였다. PBR은 시가총액을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인데 1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남양유업은 유형 자산 장부 가격은 3600억원대, 현금, 현금성 자산은 936억원에 달한다. 경영권을 팔지 않으면 고스란히 자산 보유 효과를 누리게 되는데 3000억원대 현금을 받고 회사를 나가는 것이 과연 옳은 결정인가를 두고 가족 내부에서는 논란이 거셌다는 후문이다.

이에 더해 최근 프리미엄 카페 아이스크림 체인으로 뜨고 있는 ‘백미당’ 가치도 간과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에 약 100여개 지점을 두고 있는 백미당은 브랜드 가치는 물론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혹자는 백미당만 따로 떼어내 상장시켜도 한앤컴퍼니와 논의되던 몸값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전한다.

반면 한앤컴퍼니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매각 논의가 일어날 당시만 해도 남양유업 주가는 40만원대였다. 주당 매매 가격을 82만원 정도로 책정해 경영권 프리미엄만 약 80% 이상 얹어줬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후 주가가 오르자 갑자기 태도를 달리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주장이다. 한앤컴퍼니 측은 “법원 판단에 따를 것이며 경영권 인수 과정은 진행형”이라고 밝혔다.

▶변수는

▷홍원식 회장 국감 증인 채택

한편 홍원식 회장은 매각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협상만 계속 이어가면서 경영권을 유지하는 전략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가운데 불똥은 고스란히 임직원, 소비자,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튀고 있다.

한 개인투자자는 “오너 리스크로 남양유업이 이 지경이 됐는데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계속 꼼수를 부린다면 주식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홍 회장의 이번 매각 번복 결정이 순탄하게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홍 회장이 증인 명단에 포함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회 정무위는 매각 번복, 대리점 갑질 등으로 주주에게 피해를 입힌 점, 환노위는 육아휴직 후 해직 논란 등을 따져 묻겠다는 입장이다.

[박수호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27호 (2021.09.29~2021.10.0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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