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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1000억 사기' 변호 맡은 김앤장 '재판 지연' 전략에, 재판장 "불성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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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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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관련 1120억원의 사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법정에서 시간을 끌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재판부가 엄중히 경고하고 나섰다. ‘재판 지연’ 전략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돼 향후 재판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재판장은 기록 검토시간이 현실적으로 부족하다는 변호인 측 주장에, “이 사건은 7월 초에 개정됐고, 이 사이 추석명절도 있어 피고인이 충분히 검토할 수 있게 법원은 기일을 여유있게 제정한 것”이라며 “이런 식으로 불성실하게 재판에 임하면 피고인이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가상화폐거래소 ‘빗썸(bithumb)’의 실소유주 이모씨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는 이미 1년이 넘게 진행됐던 것으로, 지난 7월 초 기소된 이후 두달이 훌쩍 지나 첫 재판이 열린 것이다.

통상 공준기일에는 증거인부에 대한 논쟁이 주를 이루지만, 이날 재판의 핵심은 단연 ‘재판 일정’에 관한 것이었다. 공준기일 일주일 전에서야 사건을 수임했다는 김앤장 변호인단은 “사건을 수임한 지 얼마 안돼 40권에 해당하는 증거목록을 다 볼 수 없다”며 공판 기일을 늦춰줄 것을 거듭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법정에 출석한 1120억원 사기 피해자 김모씨 측 변호인뿐만 아니라 검찰 및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인 측의 주장을 재판 지연 전략으로 일축했다.

발언 기회를 얻은 사기 피해자 김씨 측 변호인은 “오늘 공준기일이 두달 전 정해졌는데 피고인은 아무런 의견서를 제출하지 않다가 재판이 임박해서 변호인을 변경하고 노골적으로 재판을 지연하려고 했다”며 공준기일 한 주 전 김앤장 변호인단을 선임한 피고인의 행동을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1년 6개월 불구속으로 수사받으며 (재판의 쟁점과 대처 방식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이고 피고인과 (정식 공판에 출석할) 증인 모두 피고인의 영향력 안에 있다”며 재판부에 “신속한 재판이 진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자신의 경영권을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으로 돌려, 자신의 재산을 빨리 더 은닉시켜서 해외로 도피시키려는 정황이 강해 보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증거목록이 40권에 2만 페이지지만, 변호인 의견서가 반이고 진술증거는 많지 않다”면서 김앤장 변호인단이 주장하듯 기록이 재판을 늦출 정도로 방대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에 재판장은 “40권에서 반 정도가 의견서라면 증거가 많지는 않다.” “통상 진행되는 형사 합의부 사건을 봐도 그건 많은 게 아니”라며 검찰의 의견에 동의했다.

또한 검찰은 “지금 (김앤장) 변호인께서 피해자 변호인으로 선임된 지 얼마 안 됐다고 하지만 사건 수사는 1년이 넘었고 그때부터 현재까지 사임하지 않은 변호인이 있다. 사건 내용도 김앤장 측에서 협의하고 있던 사항”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이 사건의 공소사실을 자백할 여지가 없다. 일주일 전에 갑자기 변경하는 것은 재판 지연 목적이 명백하다”고 했다.

이어 재판장은 다음 공판기일을 11월 8일로 지정했다. 이에 김앤장 변호인단은 거듭 반대 의사를 표했지만, 재판장은 첫 정식 공판은 더 연기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변호인 측이 요청한다면 미진한 부분은 다음 오전 재판으로 속행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첫 공판에는 1120억의 피해자 BK그룹 회장 김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또한 재판장은 피고인 측이 10월 20일까지 증거의견을 제출하도록 명령하고, 같은 달 27일까지 검찰은 증인신청 등에 관한 입증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또한 11월 3일까지 피고인 측이 이에 대한 반대 신문을 기재한 증인신청 계획을 내도록 했다.

2018년 10월 피고인 이씨는 김씨에게 가상화폐거래소 중 하나인 빗썸을 인수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른바 ‘빗썸코인’을 빗썸에 상장시키겠다고 속여 1120억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는다. 김 회장은 이씨에게 속아 빗썸코인을 판매한 대금을 빗썸 지분 매수 자금으로 일부 사용했지만, 빗썸코인은 빗썸에 상장되지 않았고, 빗썸에 대한 인수 계획도 무산됐다.
안동현 기자 pikapika10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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