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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美, 반도체 기밀요구 안되는 3가지 이유"… 산업계 문제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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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객사 노출로 계약 파기 가능성
2. 재고 현황공개, 시장가격 혼란
3. 영업전략 노출로 경쟁력 하락
업계 "美 반도체 패권 시도 무리수"
11월 8일까지 대응 수위조절 나서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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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에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요구하면서 업계의 고민이 깊어졌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정보공개는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는 입장이지만 오는 11월8일까지 데드라인을 적시하면서 사실상 강요에 가까운 요구를 하고있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에선 △고객 계약 파기 △시장가격 혼란 △미국 정부의 영업기밀 노출 우려 등 크게 3가지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고객과 계약정보 파기 우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 기술평가국은 '반도체 공급망 위기에 대한 공개 의견 요청 알림'이라는 글을 관보에 게재하고, 공급망 전반에 걸친 기업들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등 일부 품목에서 공급망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반도체 시장의 전반적인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시장의 컨트롤타워가 돼 헤게모니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재 설문 대상은 백악관 영상회에 참석했던 삼성전자를 비롯 SK하이닉스, TSMC, 인텔, 애플 등 '제조-공급-유통'을 망라하는 반도체 업체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해당 회사가 제조 가능한 반도체 유형부터 제품별 월 매출 등도 요구하고 있다. 매출 상위에 있는 주력 제품과 관련한 고객사 명단, 고객별 해당 제품 예상 매출 및 비중, 현재 확보중인 일별 재고 수준까지 공개하라고 압박했다. 제조사가 공급량이 부족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 영업 전략도 써내야 한다.

미 상무부는 기업들의 자발적 제출임을 강조했으나 상황에 따라선 강제력이 동원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미국 내 동정을 살피면서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특히 고객과의 계약정보를 3자에게 알려줄 수 없다는 법률적인 문제가 가장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정보는 칩 제조사는 물론 고객사의 전략까지 노출시킬 수 있는 기밀인데 이런 정보를 파기하고 노출시키게 되면 고객선이 아예 끊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美 기업 퍼주기, 뻔한 의도"

또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 업계의 특성상 재고와 생산능력 정보 등이 외부에 알려지면 고객사와 가격 협상에 차질을 빚게 되고, 경쟁사에 핵심 전략이 유출되면서 시장 전체의 칩 가격이 요동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재고 현황을 상대방에서 파악하면 시장 가격을 마음대로 조율할 수 있다"면서 "패를 까고 카드게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게임의 법칙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제출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으나 우리 정부에게도 못주는 영업기밀을 미국 정부에 덜컥 내줄 수는 없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일들이 미국 정부의 주도 아래 버젓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파이를 떼서 미국 기업에게 나눠주겠다는 의도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일단 국내 반도체 업체들은 설문시한인 11월 8일 전까지 한 달 이상 남은 만큼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기업들이 개별로 미국 정부의 조치를 무시하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며 "남은 기간 각국 정부와 산업계 차원에서 다각도의 이해관계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의 타깃이 차량용 반도체인 점을 감안하면 차량용 반도체 비중이 미미한 한국 업체의 피해는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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