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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과실에도 사업주만 잡는 중대재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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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 옥죄는 중대재해법 ① ◆

정부가 28일 국무회의를 열어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중대법) 시행령 제정안'을 의결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경영자 책임 범위, 원·하도급 관계 책임 소재 등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포함되지 않아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작업 중 발생하는 열사병도 중대재해에 해당되고 대형 지하상가 등에서 화재 등으로 사망자가 발생해도 사업주가 처벌받게 된다. 해당 법을 지켜야 하는 기업 안전 책임자들은 "실효성 없는 깜깜이 살얼음판 같은 법"이라고 입을 모았다.

재계는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이 입법예고된 지난 7월 이후 경영책임자의 범위, 직업성 질병의 중증도 기준, 중대산업재해의 안전·보건 관계 법령 범위 등 기준을 명확히 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재계의 이 같은 요구는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고, 일부 문구만 수정되는 수준에 그쳤다.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건설안전실무자협의회 관계자 31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5%가 '중대법은 산재 감소에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다.

재계에서는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와 관련해서는 '종사자의 과실이 명백할 경우 경영책임자의 책임 면제 규정'을 신설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이날 확정된 제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다. 아울러 직업성 질병 범위의 경우도 기존 방안에서 '일시적으로 다량의 노출'이란 표현과 한기, 두통, 현기증 등 경미한 증상을 삭제했을 뿐 따로 중증도 기준을 마련하진 않았다. 직업성 질병 항목에 포함된 열사병에 대해 '고열 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 체온 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으로 구체화했지만 표현만 수정됐을 뿐 중대재해로 판단하는 건 똑같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예산도 기존 '적정한 예산'에서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예산' 등으로 문구를 수정하는 시늉만 냈을 뿐 예산을 어디에 얼마를 편성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깜깜이' 상태로 뒀다.

중대법은 위반 사항이 드러날 경우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해지는 등 처벌 강도가 높은 반면 경영책임자 등이 따라야 할 '안전·보건 관계 법령'의 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문제점도 그대로 남아 있다. 재계는 건설안전법, 소방안전법, 광산안전법 등 30가지가 넘는 관계 법령의 범위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경영책임자는 무엇을 어떻게 지켜야 할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매우 엄한 형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희래 기자]

근로자 안전의무 준수 조항도 없어…사고 못막는 '재해법'

안전벨트 안매 사망사고 나도
근로자 과실 인정하지 않아
안전수칙 위반 과태료 5만원뿐
해외선 안전수칙 어기면 해고

정부 산단 안전관리도 허술
직원 1명이 3600개 기업 관리

매일경제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10명 중 4명이 추락사로 세상을 떠나는 등 사고가 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 중구에 있는 건설 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일하고 있다.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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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에 있는 한 사업장에서는 짐을 운반 중이던 지게차가 주변 화물차 데크에 걸려 넘어지면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운전자는 운전석 밖으로 튀어나와 지게차에 깔려 사망했는데, 안전벨트만 착용했어도 차 밖으로 튀어나와 사망에 이르는 비극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근로자의 안전 부주의는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한국 산업재해는 근로자의 과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사업주의 투자와 노력도 중요하지만 작업장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근로자들의 의식 개선도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사람이 하루 2만번의 행위를 하면서 2번 이상의 중대한 오류를 범하고, 이러한 인적 오류에 기인한 사고가 전체 산업재해의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내년 1월 27일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법)과 관련해 매일경제가 건설안전실무자협의회 관계자 31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7.5%가 '중대법은 산재 감소에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60.1%가 '안전수칙을 준수하지 않는 종사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19.3%는 '모호하고 광범위한 의무 규정으로 현장에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중대법 시행의 가장 큰 부정적 영향으로 '사업주, 경영책임자의 구속으로 인한 경영 공백과 폐업'(51.1%)을 꼽았다.

한국은 근로자의 안전수칙 준수 의무 규정이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근로자 의무 조항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용되지 않고 있다. 위반 시 과태료 5만원 부과 수준이다. 근로자가 반복적으로 안전수칙 준수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마땅히 제재가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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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 건설중공업회사 안전관리 담당 중역 A씨는 "하도 사고가 잦아 회사에서 마음먹고 건설 현장 출근자를 상대로 음주 단속을 했는데 수십 명이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정지 수준으로 나와 집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건설 현장에선 "근로자 안전을 위해 앞으로 수시로 음주 검사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접었다. 해당 현장의 건설노조 소속 근로자들이 "인권위에 제소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설문에서 건설안전 실무자들은 '안전수칙을 위반한 종사자에 대한 제재 조항'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96.4%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안전문화의 대명사로 꼽히는 세계적 기업 듀폰의 경우 근로자가 스스로 지켜야 할 10가지 항목을 생명보호규칙(Life Saving Rules)으로 정해 해당할 경우 해고 대상으로 검토할 정도다. 10가지 항목은 운전 시 안전벨트 미착용 행위, 안전 위반을 의도적으로 묵인, 유해물질 취급 시 안전장비 미착용, 고소 작업 시 안전벨트 미착용, 밀폐 공간 출입 위반 행위 등이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주요국에서는 처벌에 중점을 두기보다 기업들에는 안전에 투자하면 인센티브를 주고 근로자 스스로 안전의식을 높이는 쪽으로 유도한다"고 말했다. 영국 안전보건청(HSE)은 매년 9월부터 12월까지 '사다리 추락 재해 예방' 캠페인을 벌인다.

한국의 경우 기업에만 안전 투자를 강조하면서 정작 정부는 산업단지공단(산단공) 입주 기업 안전관리에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산단공으로부터 제출받은 '관할 산단 사고 현황' 및 '권역별 산단안전센터 운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산단공 관할 산단에서 최근 5년간 발생한 119건의 중대 사고로 사망 88명, 재산 피해는 574억원이 발생했다. 그러나 산단 안전관리 전담 직원은 14개 권역별 각각 1명에 불과해 사실상 담당 입주 기업만 평균 3676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서동철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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