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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세계의 공장…"中 당국, 매일 전력량 감축 다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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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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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조원의 빚을 짊어지고 있는 헝다발 부채 위기에 이어 사상 최악의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중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중국 경제 핵심축인 수출을 담당했던 제조업의 수익성도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각종 악재가 쌓이면서 전 세계 투자은행(IB)들은 최근 잇달아 중국 하반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

28일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공업기업 이익은 6802억8000만위안(약 125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다. 공업기업 이익은 중국 제조업 수익성을 보여주는 대표 지표다.

8월 중국 공업기업 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하기는 했지만 올해 증가율 추이를 살펴보면 제조기업들 상황이 점차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하반기 중국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중국 제조업 이익 증가율이 8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2월 팬데믹 기저효과로 178.9%에 달했던 공업이익 증가율은 3월 92.3%, 4월 57%, 5월 36.4%, 6월 20%, 7월 16.4%로 낮아졌고 8월에는 10%대까지 다시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중국 제조업 수익성이 둔화되는 이유는 올해 들어 코로나19가 중국 곳곳에서 확산되면서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는 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이 고공 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9월에는 사상 최악의 전력난까지 겹치면서 향후 중국 제조업에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력난에 신음하고 있는 중국은 성 단위로 전력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23개 성 중 경제 규모가 가장 큰 광둥성 지방당국은 성 전체 에너지 절약계획을 발표했다. 당국은 성 전역 정부 기관 1~3층에서는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통지했으며 여러 기업에 전력 소비량 대책에 따르지 않으면 전력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다른 일부 지역 전력 공급업체는 오전 7시~오후 11시에 생산을 중단하거나 일주일에 2~3일은 가동을 멈추라는 통지를 기업에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지역은 대부분 수출을 담당하는 공장 등 주요 생산시설이 밀집한 곳이어서 이번 전력난은 중국 제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중국 GDP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장쑤성, 저장성, 광둥성 지역에는 수출을 위한 제조 공장이 많이 몰려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장쑤성 타이싱시 경제개발구가 현지 기업에 생산 중단·억제 요청을 보냈고, 저장성도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회사에 같은 통지를 전달했다.

중국 공장 생산 중단으로 애플과 테슬라 등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공급 지연을 겪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 공급업체인 유니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6일 중국 자회사 3곳이 30일 자정까지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쑤저우시에서 애플 아이폰용 스피커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인 콘크래프트도 30일까지 5일간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대만 폭스콘그룹 계열사도 중국 쿤산 시설에서 10월 1일까지 생산을 중단한다.

루팅 노무라홀딩스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전력난으로 중국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섬유부터 장난감, 기계 부품까지 세계 시장은 공급 부족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주말 상황이 악화돼 정전 범위가 더 확산되고 있다"며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쇼핑시즌 상품 부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 세계 IB들은 중국 전력 부족이 중국 제조업과 전체 GDP 성장률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28일 골드만삭스는 올해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8%로 낮췄다. 전력난과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생산력 감소가 GDP 성장률에 중대한 하방 압력을 가한다는 이유에서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산업활동의 최대 44%가 전력난 영향을 받았다며 3분기에는 GDP 성장률이 1%포인트, 10~12월에는 2%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회사 측은 "헝다 위기 관리에 대한 정부 접근 방식, (탄소 배출 감축 등) 환경 목표 달성 정도, 정책 완화 정도 등과 관련돼 4분기 불확실성이 상당히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도 "공급 측면에서 전력난의 충격이 과소평가됐다"며 GDP 성장률 전망치를 8.2%에서 7.7%로 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미 하향 조정했으나 추가적인 하방 위험도 있다"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도 현재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 4분기 GDP 성장률이 1%포인트 더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당장은 헝다와 전력난이 중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급증하는 재정적자가 중국 경제에서 가장 큰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정부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 재정과학연구원은 중국의 재정적자가 2025년 10조6500억위안(약 1950조원)을 기록해 올해의 2배 이상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수 증가율은 갈수록 둔화하지만 급격한 고령화와 의료비 등 사회보장지출 확대 등으로 지출을 빠르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닛케이는 "내년 가을 3기 집권을 노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증세 등 서민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중국이 재정적자 급증이라는 어려운 숙제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 손일선 특파원 / 서울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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