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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한미연합훈련 영구중단 없인 종전선언 없다'…미사일로 답한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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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선언 좋은 제안' 김여정 담화 사흘만에 미사일 발사

유엔총회 연설 통해 '이중기준 철회' 메시지 날려

정부, 유관국들과 긴밀한 협의하에 대응한다지만…'이견' 조짐도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북한이 종전선언,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며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지 사흘 만에 다시 미사일을 쐈다. 올해만 여섯 번, 이달 들어 세 번째 미사일 발사다. 조건없는 대화 복구를 촉구하는 한미에 이른바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대화 테이블에 나올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이 말하는 적대시 정책은 주한미군 주둔과 한미연합훈련 등이다. 쉽사리 답할 수 없는 난제에 우리 정부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사일 발사 후 전 세계에 ‘이중기준 철회’ 요구한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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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이며 당중앙위원회 비서인 박정천이 철도기동미사일연대의 검열사격훈련을 지도했다고 16일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철도기동미사일연대는 9월 15일 새벽 중부산악지대로 기동해 800km 계선의 표적지역을 타격할 데 대한 임무를 받고 훈련에 참가했으며 동해상 수역에 설정된 표적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보도했다(사진=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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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 40분경 북한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무렵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는 김성 주유엔 대사 연설이 예정돼 있었다. 북한 대표로서 국제사회 앞에서 대내외 메시지를 전하는 자리다. 이윽고 본회의장에 선 김 대사는 “미국이 진정으로 평화와 화해를 바란다면 조선반도(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합동군사연습과 전략무기 투입을 영구 중지하는 것으로부터 대조선 적대정책 포기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적대적 의도가 없다”며 조건없는 대화를 촉구하는 미국에 대해 “말이 아니라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못 박은 셈이다.

김 대사는 “미국은 조선전쟁이 70년이나 종결되지 않은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항시적 긴장과 대립의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라며 “(미국이) 조선에 대한 이중 기준을 철회하는 용단을 보이면 기꺼이 화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면서도 “지독한 적대시 정책, 불공평한 이중기준부터 먼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 일맥상통하다. 북한의 자위권 행동은 위협적인 도발로 매도되고 한국과 미국의 군비증강은 ‘대북 억제력확보’로 포장하는 것은 비논리적이라는 것이다.

김 대사는 북한에는 외국 군대가 없지만 한국에는 3만여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으며 언제든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는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미국 주변에서 단 한 차례도 훈련한 기록이 없지만 미국은 매년 한반도 주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사는 이날 특파원들과 만나 미사일과 자신의 연설메시지는 “(연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김 대사의 연설은 계획된 일정 속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김 대사는 지난해 미국 대선을 앞두고 열린 유엔 총회 연설에서도 북한 대표로 참석했으나 한국 또는 미국을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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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북한 대표부 김성 대사가 2019년 9월 30일 제 74차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afp제공]


北냉온탕 전략에 정부 “신중히 대응…유관국과 협의”

사실상 북한이 ‘조건없는 대화’에 대한 제안에 ‘노’(No)를 외치면서 남북·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공은 다시금 한미에 넘어갔다. 그러나 주한미군 주둔을 문제 삼고 한미 연합훈련·전략무기 도입 영구 중지하라는 북한의 요구는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이 절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북·북미 관계 경색 책임을 떠넘겨 자신들의 무력 증강을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의도를 예단하지 않고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한반도 정세 안정이 매우 긴요한 시기 이뤄진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며 북한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가운데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당장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유선협의를 하고 30일 인도네시아에서 대면협의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통일부 역시 김 부부장 담화에 대한 긍정 평가를 유지하면도 북한의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상호 신뢰 존중 등이 축적되는 등 남북관계가 발전되는 과정에서 함께 풀어나가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임기 말 한반도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려는 문재인 정부와 주변국과의 온도 차도 엿보인다. 마크 램버트 미국 국무부 한일 담당 부차관보는 27일(현지시간) 미국 민간단체 한미연구소(ICAS)가 주최한 대담에서 “한국과 미국은 비핵화라는 목표는 같으나 접근법에서 이견이 있다며 “미국의 우려는 어떤 형태로든 주한미군이나 한미 동맹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거짓이야기’를 북한에 해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기 위한 한미연합훈련 축소 및 연기 등을 제안하는 한국과 이에 반대하는 미국 사이에 ‘이견’이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이날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의견도 엇갈렸다. 우리 군 당국은 탄도미사일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채 “현재 포착된 제원의 특성을 고려해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가능성이 있는 발사체를 발사했다고 밝혔으며, 미 국무부 역시 “이번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위반하고 북한의 이웃 국가와 국제사회에 위협이 된다”며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미 국무부가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을 언급한 것은 이날 쏜 미사일이 안보리 결의안에서 금지한 탄도미사일로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이날 헌법상 최고 주권기관이자 남측의 국회 격에 해당하는 최고인민대회 제14기 제5차 회의를 평양에서 개최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내부 법령에 대한 수정·보충과 조직문제를 다루겠다고 언급한 만큼, 대외관계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해 시정연설 형태로 남북 관계와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입장을 밝힌 사례가 있는 만큼, 가능성을 열어 놓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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