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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노르웨이 이어 독일도…'중도좌파' 바람 부는 유럽,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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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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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프 숄츠 독일 사회민주당(SPD) 총리 후보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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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중도좌파' 집권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독일 총선에서 중도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SPD)이 기존 여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을 16년 만에 꺾고 승리했다. 이보다 앞서 북유럽 5국에서도 중도좌파 정부가 연이어 들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과 사회적 약자들의 소외, 불평등 등에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와 난민위기 때 지지를 받았던 중도우파 진영의 국정운영에 대한 불신도 바탕이 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독일 연방의회 총선에서는 사민당이 25.7%의 득표율로 24.1%를 기록한 기민·기사당 연합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사민당은 2005년 이후 16년 만에 정권 교체 발판을 마련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앞세워 장기 집권해 온 기민·기사당 연합은 1949년 독일연방공화국 설립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유럽 금융위기와 난민 위기 등을 거치며 경제적 자유주의와 난민 규제 등을 비교적 강하게 밀어온 중도우파가 인기를 유지하던 상황이 바뀌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위기는 앞서 북유럽 5국(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에 중도좌파 진영이 정권을 잡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앞서 13일 노르웨이 선거에서는 노동당이 이끄는 중도좌파 진영이 압승을 거뒀다. 2013년부터 8년간 이어온 중도우파 정권이 막을 내렸다.

노르웨이 선거 결과로 1959년 이후 처음으로 북유럽 5개국 모두에서 중도좌파 정부가 들어섰다. 2014년 10월 스웨덴 총선에서 중도좌파 사민당 대표가 집권한 것으로 시작으로, 2019년 핀란드와 덴마크 총선에서도 잇따라 사민당이 승리했다. 아이슬란드에서도 좌파녹색당이 집권했다.


"살기 팍팍하다"…16년 집권당 몰아낸 독일, '공공복지'에 답한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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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가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내용의 독일 베를린 시내 벽화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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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사민당의 선전은 기민당의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과 시민 대다수가 불평등함을 느끼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실망감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80% 이상의 시민이 임대주택에 사는 수도 베를린에서는 임대료 상승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 도이치벨레(DW)에 따르면 베를린 임대주택 임대료는 2016년 초부터 최근 5년간 42%나 치솟았다.

이에 시민단체는 3000채 이상을 가진 부동산기업의 보유 임대주택들을 몰수해 공공임대로 돌리는 방안 관련해 주민투표를 성사시켰고, 56.4%가 찬성표를 던졌다. 지방정부는 해당 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총선 기간 동안에도 중도좌파 진영은 주거 불평등 해소를 적극 주장했다. 사민당은 임대료 상한제를 전국적으로 실시하고 물가상승률 범위를 넘지 못하게 하는 정책을 내세웠고, 녹색당은 임대료를 2.5%까지만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런 분위기는 사민당에 대한 지지를 높였다. 또 올라프 숄츠 사민당 총리 후보는 메르켈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일하면서 팬데믹에 대처할 재정정책을 잘 꾸려 지지를 받았다. 독일 도이치벨레(DW), 영국 BBC 등은 숄츠가 "위기의 고통에도 사회주의 뿌리를 통해 국가 복지를 관리하고 사회 결속을 위해 싸우는 등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노르웨이 노동당의 선거 승리에서도 '사회적 불평등' 이슈가 큰 작용을 했다. 노르웨이 노동당 선거 슬로건은 "이제 서민의 차례다"였다. 고용 관련 노동자들의 권리와 노조 가입 시스템을 강화하고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을 인상하겠다는 노동당 공약에 유권자가 답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코로나19로 인해 '공공 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존중과 존엄이라는 새로운 용어와 '평범한' 직업과 삶에 초점을 맞춘 건 소득뿐만 아니라 '지위의 재분배'에 초점을 맞춘, 포스트코로나 진보 정치를 정의한다"고 해석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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