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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령 통과…끝내 뇌·심혈관 질환 포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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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안서 일부 수정된 제정안 국무회의 통과

직업성 질병 확대·점검업무 위탁금지 등 ‘불수용’


한겨레

지난 6월19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중대재해 노동자 합동추모제가 열려 참가자들이 행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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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줄기찬 요구 끝에 지난 1월 어렵사리 국회 문턱을 넘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구체적인 시행 사항을 담은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입법예고안에서 일부 ‘진전’은 있었으나, 직업성 질병의 범위 확대와 사업주의 재해예방 점검 민간위탁 금지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수정을 요구했던 사항들은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시행령에는 ‘중대산업재해’의 판단 기준이 되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 ‘중대시민재해’ 판단의 요건이 되는 ‘공중이용시설’의 범위, 중대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이행 관련 조처 관련 세부사항 등이 담겼다.

입법예고안(▶관련 기사 : 과로사 연관 질병은 빼…중대재해법 시행령 논란)에서는 일부 바뀐 대목도 눈에 띈다. 사업주·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상 유해·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취해야 할 세부조처 가운데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을 갖추기에 적정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따라 집행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하라는 대목이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장비의 구비, 확인된 유해·위험요인의 개선 등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용도에 맞게 집행”하라는 취지로 변경됐다. 법률에 ‘재해예방’이라고 명시돼있음에도 시행령에는 ‘안전 및 보건’으로 축소되는 것이 맞지 않는다는 노동계의 지적이 반영된 것이지만, “2인1조 근무와 과로사 예방을 위한 적정인력 보장”이라는 요구사항은 포함하지 않았다.

“유해위험요인을 확인·점검, 개선할 수 있는 업무처리 절차 만들고 이행사항 점검하라”고 돼 있던 부분은 “유해·위험요인의 확인 개선이 이뤄지는지를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점검주기를 구체화했다.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의 업무를 충실히 지원할 수 있도록, “권한과 예산을 주고, 평가기준을 마련해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할 것”이라는 문구도 입법예고안에서 추가된 대목이다.

하지만 입법예고 기간에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핵심적으로 주장했던 요구들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직업성 질병자’의 범위를 ‘화학적 인자에 의한 급성중독, 반응성 기도과민증후군, 열사병 등 24개의 직업성 질병’으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한 사업장에서 1년 이내에 뇌·심혈관 질환(과로)이나 직업성암 질환자가 3명 이상 발생해도 ‘중대재해’에는 해당하지 않고, 사업주의 책임도 묻지 못하게 됐다. 정부가 “법률에 ‘급성중독 등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이라고 규정돼 있기 때문에,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급성중독에 준하는 질병에 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광주광역시 학동 공사현장에서 철거 중인 건물이 붕괴돼 17명의 사상자가 나온 사고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시민사회에선 “공중이용시설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관련 규정 수정을 요구했지만, 정부 쪽은 “건설 현장을 공중이용시설로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이 요구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울러 사업주의 ‘안전보건 관계법령에 따른 의무이행 점검’을 민간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조항 역시 노동계에서는 “위탁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간에 위탁하는 경우 “그 결과를 지체없이 보고받고, 의무 이행에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는 내용으로 일부 수정되는 데 그쳤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런 문제가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이 애초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법의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내용을 정부가 시행령에 반영하지 못하겠다고 한 주요 원인이 “법률이 시행령에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노총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자와 노동자 시민들이 입법예고 의견서를 제출하고 토론과 공론의 장을 요구했으나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은 열리지 않았다”며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을 요구했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다른 이유에서 법 개정을 요구했다. 경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상 불분명한 경영책임자 개념 및 의무내용 등이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규정돼야 한다고 수차례 건의했지만, 산업계의 우려사항이 충분히 검토·반영되지 않은 채 국무회의를 통과하여 매우 유감”이라며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고, 과잉처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빠른 시일 내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재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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