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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거래 재개하자 상한가 행진”…상폐 위기에서 ‘저세상 주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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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상장폐지 위기에서 벗어난 종목들의 주가는 고공행진하고 있다. 감사 의견 부적절 등으로 상폐 사유가 발생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1년 넘게 매매가 중단된 종목들이 거래 재개가 되는 동시에 상한가로 직행하는 모습이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우글로벌(013000)은 전날보다 70원(1.09%) 오른 64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은 회사가 6개월간 매매 정지 끝에 거래가 재개된 둘째날이었다. 세우글로벌은 2020년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폐 사유가 발생해 지난 3월부터 매매가 중단됐다. 전날 세우글로벌은 시초가보다 1480원(29.96%) 오른 상한가인 6420원을 기록했다.

조선비즈

코스피가 약세로 출발한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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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우글로벌 외에도 거래 재개 후 상한가를 기록한 종목은 많다. 흥아해운(003280)은 상장 유지가 결정된 이튿날인 15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약 270% 수준이다. 흥아해운은 지난해 3월 27일 2019년 사업연도 감사보고서에 대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1년 6개월 동안 매매가 중단됐다.

이달 초 거래가 재개된 내츄럴엔도텍(168330) 역시 사흘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내츄럴엔도텍은 올해 2월 14일 4년 연속 적자 기록 등으로 거래가 정지돼 상폐 위기에 몰렸다. 내츄럴엔도텍은 여성 갱년기에 좋다는 백수오 제품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제품 원료가 가짜라는 논란에 휩싸이며 실적이 악화됐다.

상한가 행진을 이어간 이들 종목과 달리 코스피지수는 박스권에 갇힌 상태다. 미국 등 주요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비롯해 피크아웃(고점 통과), 반도체 업황 우려로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달 말까지 10% 넘게 상승했지만, 이달에는 2% 넘게 하락하고 있다. 중국 헝다그룹 리스크는 불안한 투자심리를 한층 더 위축시켰다.

개인투자자 사이에선 거래가 재개된 종목은 급등한다는 기대감이 생겨난 분위기다. 전날 기관과 외국인은 세우글로벌 주식을 각각 3억원, 4억원어치 팔아치웠지만, 개인 홀로 5억원 가까이 사들였다. 세우글로벌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는 ‘제2의 흥아해운?’ ‘수목금 연속 상상상 가즈아’ 등 반응이 쏟아졌다.

흥아해운의 경우 개인은 거래 재개 첫날과 이튿날까지 순매도에 나섰다가 상한가 행진이 이어지자 순매수로 돌아섰다. 개인은 17일부터 27일까지 5거래일 연속 흥아해운 주식을 사들였고, 그 규모는 150억원을 웃돌았다. 내츄럴엔도텍 역시 개인은 거래 재개 후 사흘째인 8일부터 10일까지 3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

증권가에서는 상폐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이 거래 재개 후 주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단기간에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미 일부 종목들은 거래소로부터 투자유의 또는 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어떤 사유로 매매가 중지됐고, 그 사유가 충분히 해소됐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거래소 심사를 통해 상장 유지가 결정됐다고 해서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박스권 증시와 대선이 맞물리며 투기 수요가 커진 것이 주가 급등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흥아해운에 대해 “이번 주가 급등은 수급에 따른 불균형이었고 실적이나 업황과는 무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흥아해운이 하는 사업은 컨테이너가 아닌 케미컬 탱커인데 최근 해상 운임 쪽에서 유일하게 업황이 좋지 않은 부분이 탱커 쪽”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거래소는 지난 24일 흥아해운을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했다. 주가가 일정기간 급등하는 등 투자 유의가 필요한 종목은 주의, 경고, 위험 단계로 시장경보 종목이 된다. 투자경고 및 위험 단계에서는 추가 상승시 매매가 정지될 수 있다. 내츄럴엔도텍도 9일 하루 동안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됐고, 투자경고종목 지정 가능성이 예고됐다.

권유정 기자(y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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