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대형 화산 폭발이 유발한 기후변화가 '공룡시대' 열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억3천만년 전 CO₂배출 늘고 고온다습해지며 공룡 종 분화

'화산 폭발로 공룡 멸종 초래했다'는 종전 연구와 정반대

연합뉴스

화산활동으로 변화한 생태계에 적응한 공룡 상상도
[Pixabay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공룡 대멸종의 원인이 소행성 충돌로 가닥을 잡기 전 유력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던 것이 잇단 대형 화산 폭발이었다.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가 쏟아져 나오면서 기후변화가 초래돼 공룡이 멸종했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화산 폭발이 정반대로 공룡 시대를 여는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버밍엄대학교와 외신에 따르면 이 대학 지질학과 고식물학 교수 제이슨 힐튼 박사 등이 참여한 국제 연구팀은 약 2억3천만 년 전 잇단 화산활동으로 인한 생태 환경의 변화와 공룡의 번성 시기가 일치한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중국 북부 지위안 유역의 호수에서 발굴된 퇴적물과 식물화석 기록을 분석해 대형 화산 활동이 약 2억3천400만~2억3천200만 년 전에 '대형 장마'(mega monsoon)를 부르는 등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 점을 확인했다.

트라이아스기 말기의 이 시기는 '카르니아 플루비얼 에피소드'(Carnian Pluvial Episode·CPE)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잇단 화산 폭발이 지구를 덥고 습하며 많은 비를 뿌리게 했다면서 이로 인한 생태환경 변화로 많은 해양생물이 사라지고 침엽수가 등장했으며, 공룡은 종의 분화가 시작되며 먹이사슬의 최상위 자리에 올라서게 된 것으로 분석했다. 공룡은 이후 6천600만 년 전 소행성 충돌로 멸종할 때까지 약 1억5천만 년 이상 지구의 지배자가 됐다.

힐튼 교수는 "약 200만 년 사이에 해양에서는 많은 종이 선택적으로 멸종하고 지상에서는 동식물종이 다양화하면서 큰 변화를 겪는다"면서 "이런 사건들은 CPE로 알려진 강력한 강우 기간과 일치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화산 활동 뒤 기후 및 환경변화가 기록된 꽃가루와 포자, 조류 화석
[Peixin Zhan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화산활동 지표인 수은 함량을 활용해 이 기간을 화산 활동이 특히 강한 4개 시기로 나눌 수 있었는데, 시기마다 많은 양의 탄소가 대기로 배출되면서 지구 기온을 더 높이고 강한 비를 촉발한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 중부와 그린란드 동부, 모로코, 북미, 아르헨티나 등지의 지질 자료들도 이 시기에 내륙에서 습지나 호수 등 배수유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기간에 덥고 습하게 바뀐 기후에 적응하지 못한 동물과 식물 종은 멸종하고, "이런 변화는 공룡처럼 적응한 종에는 번성할 수 있는 생태적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침엽수 이외에 양치식물과 악어, 거북, 곤충, 원시 포유류 등이 이 시기에 등장한 것으로 파악돼 있다.

연구팀은 공룡이 어떤 점에서 더 유리해 번성하게 됐는지까지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기후변화로 바뀐 생태계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공룡과 같은 사지동물의 종 분화 전문가인 버밍엄대학 고생물학자 엠마 듄 박사는 "상대적으로 긴 기간에 걸쳐 진행된 화산 활동과 환경 변화는 지상 동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룡은 이때 종의 분화가 시작됐으며, 이 사건이 없었다면 이후 1억5천만 년간 이어진 생태계 지배 지위에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지적됐다.

논문 공동저자인 버밍엄대학의 고기후학자 사라 그린은 뉴욕타임스와 회견에서 "당시 화산폭발 규모는 인류 역사에서 목격한 어떤 화산폭발보다도 컸지만 이를 통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배출하는 것에 비하면 작은 규모"라고 지적했다.

듄 박사도 "200만년은 지질학적 견지에서는 눈 깜작할 시간으로, 인간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지구를 바꾸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좀 무섭다"고 했다.

eomns@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