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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 노동자 19명 추가 산재신청..."볶고, 굽고, 튀기다 폐암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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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직업성암119, 총 47명 집단산재 신청 발표... "환기시설 전면교체 필요"

오마이뉴스

▲ 28일 중구 민주노총에서 급식실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 및 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사망 노동자를 위한 묵념을 하고 있다. 이날 회견에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직업성ㆍ환경성 암환자찾기119, 강은미 의원실이 참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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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부터 강원도의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A(40대)씨는 올해 폐암 진단을 받았다. 조리실 복도 쪽에 있던 30cm 창문 두 개는 조리실 환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A씨는 올해까지 총 두 곳의 초등학교에서 일했지만, 조리실 환경은 어디나 비슷했다. 급식실 조리실은 좁았고 일주일에 몇 차례씩 튀김과 볶음, 구이 등의 요리를 만들었지만, 환기시설은 부족했다. 폐암 진단후 치료를 받던 A씨는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을 준비하다 지난 23일 사망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서비스연맹 학교비정규직노조, 직업성·환경성 암환자찾기 119 등은 28일 민주노총에서 '급식실 직업성암 집단산재신청·환기시설 전면교체 촉구 기자회견'에 앞서 A씨를 비롯해 직업성암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을 위해 묵념했다.

직업성암 119는 지금까지 직업성암으로 집단산재를 신청한 급식실 노동자가 총 47명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1차 집단산재를 신청한 급식실 노동자는 28명으로 석달여 만에 19명의 추가 환자가 나온 셈이다.

직업성암 119는 "학교 급식실 직업성암 환자 49명 중 폐암이 24명으로 제일 많았다. 그 외 유방암 11명, 갑상선암 6명, 혈액암 4명, 위암 2명 등이다"라면서 "부침, 튀김, 볶음 과정에서 발생한 조리흄(조리할 때 나오는 초미세분진)과 부실한 환기시설이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급식 노동자들이 조리흄을 들이마시지 않도록 정부는 학교 내 급식실의 환기시설을 상방형 후드로 된 표준화된 환기시설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 전체 급식실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직업성 암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특수건강진단을 통해 암 환자를 찾아내 산재 보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조리흄은 폐암을 일으키는 미세먼지,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 아크릴아마드, 폼알데하이드와 같은 발암물질이 포함돼 있다. 국제암연구소는 이 물질 대부분을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급식실 환기시설 바꾸지 않으면...몸에 독성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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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업성암 119는 28일 직업성암으로 집단산재를 신청한 급식실 노동자가 총 47명이라고 밝혔다. ⓒ 신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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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성암 119가 밝힌 급식실 직업성암 사례자들의 평균 연령은 56세로 이들은 최소 5년~최대 27년까지 각 학교 급식실에서 일했다. 1998년 3월부터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일한 B씨(60대)는 "조리노동중 발생하는 연기와 미세먼지, 조리실을 대청소할 때마다 사용한 약물이 이렇게까지 독할 줄은 몰랐다"라면서 "23년 급식실에서 일한 결과 급성폐암말기 환자가 됐다"고 밝혔다.

이태의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급식실 노동자들은 강력한 화학약품으로 급식실을 매일 청소한다. 여기서 독한 증기가 발생하는데 환기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고스란히 노동자의 몸에 독성이 쌓인다"라고 지적했다.

19년차 급식노동자이기도 한 양선희 경기지부 노동안전위원장(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은 "위생을 위해 독한 약품을 사용해 매일 청소했지만, 이 화학제품들이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알려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면서 "급식실 노동자들은 폐암과 백혈병 등 각종 직업성암의 공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미쳐 알려지지 않는 급식실 노동자의 직업성암 사례들이 더 많을 거라고 내다봤다.

이윤근 직업성암119 노동환경건강연구소장은 "폐암의 원인이 되는 조리흄(조리할 때 나오는 초미세분진)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건 음식을 볶고, 굽고, 튀길때다. 모두 급식실에서 하는 일들"이라면서 "지금은 급식실 노동자의 직업성암 찾기에 집중하고 있지만 볶고 튀기는 일을 많이 하는 중식당의 노동자 중에서도 직업성암 환자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루 빨리 직업성암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찾아내야 한다"라면서 "방법은 건강진단밖에 없다. 좀 더 암에 특화된 환자를 찾기위한 검진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직업성암119는 "조리흄은 조리 발법에 따라 발생량에 많은 차이가 있다. 감자튀김과 같이 녹말을 120도 이상의 고온에서 요리하면 아크릴아미드라는 발암물질 발생량이 많아진다"라면서 "조리흄 발생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라도 급식실의 조리 온도나 가열 시간을 관리해야 한다. 맛 뿐이 아니라 급식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고려한 조리방법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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