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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농협·국민·하나은행까지… 연말 올수록 돈 빌릴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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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은행에 이어 KB국민·하나은행까지 올해 대출 관리 목표치에 육박하면서 대출 조이기가 확산되고 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은행들의 대출 창구가 ‘셧다운’ 될 가능성도 있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신한·우리은행은 여타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일 단위로 대출 증가세를 모니터링 하는 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28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다음날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 한도를 축소한다. 특히 가장 가파르게 늘고 있는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전셋값(임차 보증금)의 증액 범위 이내로 한도가 책정돼 돈을 빌릴 수 있는 규모가 이전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우선변제보증금 보증 관련 모기지신용보험(MCI)·모기지신용보증(MCG) 가입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대출 한도를 줄인다. MCI·MCG 가입을 제한하면 서울 아파트의 경우 대출금이 5000만원가량 덜 나오게 된다. 하나은행도 다음달 1일부터 국민은행과 같은 방식으로 MCI·MCG 상품의 신규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조선비즈

서울 대형 시중은행의 대출 상담 창구.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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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대출에 대한 한도 제한 조처가 최근 시중은행들에서 잇따르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규제하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5~6%)에 은행들이 바짝 다가섰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기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각각 4.28%, 4.77%로 집계됐다. 지난 8월 말 일찍이 신규 대출을 걸어 잠갔던 농협은행은 7.18%로 이미 기준치를 초과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신용대출 금리·한도 조정에 이어 주택대출 금리 조정·한도 조정 카드까지 모두 꺼내쓰고 있는 모습”이라며 “증가세가 멈추지 않으면 연말까지 아예 대출창구를 닫는 은행들이 속속 나타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미 전조 현상은 감지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대출모집법인 6곳 중 3곳이 전세·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한도 소진으로 10월 말까지 대출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대출모집법인은 은행과 위탁계약을 맺고 대출상담사 등을 통해 은행 영업점이 부족한 지역의 고객들을 유치하는 역할을 한다. 영업점이나 비대면 채널의 한도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은행권에서는 모집인 대출 중단을 전체 대출창구를 닫기 전 첫 단계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뿐만 아니라, 여타 시중은행들에서도 대출모집법인에 배정된 한도가 소진돼 영업을 한시적으로 멈추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나머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가계대출 증가율이 3.61%, 2.43%로 비교적 여유가 있다. 다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에 이어 하나은행과 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까지 한도를 속속 제한하고 나서면서, 나머지 두 은행에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일일로 증가세를 모니터링 하는 등 여신 담당자들이 긴장하며 상황을 살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10월 가계대출 대목을 앞두고 은행들은 더욱 긴장감을 드높이고 있다. 통상 4분기는 결혼과 이사 철 등이 맞물려 연중 가계대출 수요가 많은 기간으로 꼽히는데, 그중에서도 10월에 가장 많다. 곧 전세계약 연장을 앞둔 직장인 이모(31)씨는 “오른 보증금을 빌릴 곳이 없어질까 봐 공포스럽다”라며 “연말에 전세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죄인이 된 기분”이라고 말했다.

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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