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미쓰비시 자산 매각 명령에 日 “매우 유감”… 주일 한국대사관 공사 초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일보

지난달 11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이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인륜적 전쟁범죄에 대한 소멸시효를 배제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광주=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 법원이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외면해 온 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해 상표권과 특허권 등 압류 자산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린 데 대해 일본 정부가 강력히 반발했다. 미쓰비시중공업도 즉시 항고할 방침이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장관은 28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전날 대전지법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며,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모테기 장관은 “(자산) 현금화는 한일 양국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반복해서 지적해 왔다”고 강조한 뒤, “한국 측이 국제법 위반 상황을 시정하는 것을 포함해 해결책을 제시하도록 강하게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3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같은 입장을 한국에 전달했다며 “오늘 아침에는 주일 한국대사관 차석 공사(정무공사)를 초치해 즉시 적절한 대응을 강구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소송 중 기업 자산 매각 명령 나온 것은 처음


앞서 대전지법 민사28단독 김용찬 부장판사는 전날 일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92)·김성주(92) 할머니 등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상표권·특허권 특별현금화(매각) 명령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들은 2012년 10월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미쓰비시중공업이 피해자 1명당 1억~1억5,0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피해자들은 위자료 지급을 미루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2019년 3월 대전지법을 통해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절차를 밟고, 매각 명령도 신청했다. 일제 징용 배상 소송 가운데 승소 확정 판결이 나온 사안에서 피고 기업의 자산에 대한 매각명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미우리 "일본 정부, 현금화 이뤄질 경우 대응조치 불사할 태세"


하지만 일본 정부는 그동안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1965년 한일 협정으로 모두 완료됐으며, 2018년 대법원 판결은 국제법 위반이므로 한국 정부가 해결하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미쓰비시 등 관련 기업도 일본 정부 입장에 동조해 피해자 배상을 외면해 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실제 매각 등이 이뤄져 미쓰비시중공업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일본 정부는 대응 조치도 불사할 태세”라고 보도했다. 물론 앞으로 미쓰비시 측의 항고와 재항고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실제 자산 매각이 이뤄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그때까지 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실제로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한일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신문은 한국 정부 관계자가 “앞으로 남북관계, 북미 비핵화 협상을 추진함에 있어 일본의 협력이 매우 중요한 시기에, 이번 (대전지법의) 명령은 악재”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곤혹스럽다”며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시기에 나온 것도 우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외교부 "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 日 주장 사실과 달라"


한편 외교부는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정부 주장을 반박했다. 외교부는 "정부로서는 피해자 권리실현 및 한일관계 등을 고려해 모든 당사자가 동의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을 위해 조속히 한일 양국 간 협의를 진행하기를 기대한다"면서 "우리 법원의 강제동원 피해자 판결이 소위 ‘국제법 위반’이라는 일본 측 주장은 전혀 사실과 맞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범위에 대한 법적 해석에 있어 다툼이 있기 때문에 일본이 국제법 위반이라 주장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외교부는 또 "우리는 일본 측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필요성을 일관되게 촉구하고 있다"며 "한국이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일본이 언급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근원적 해법 모색을 위해 일본 측이 성실하게 대화에 응하고 성의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pariscom@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