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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황동혁 감독 "10년 전엔 '기괴'했던 '오징어 게임' 통하는 지금…서글픈 현실" [N인터뷰](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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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기 얼떨떨해, 심플함이 통했다고 생각해"

호불호 엇갈린 반응·젠더감수성 지적에도 답해

뉴스1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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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10년 전에는 난해하고 기괴하다던 '오징어 게임', 서글프지만 지금은 이 말도 안 되는 살벌한 서바이벌이 통하는 현실이 된 거죠."

엔터테인먼트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의 인기작 '오징어 게임'의 연출자 황동혁 감독은 28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가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는 것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털어놨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의문의 서바이벌(생존) 게임에 참가한 사람들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9회 분량의 드라마다.

지난 17일 공개된 후 한국 넷플릭스 차트에서 1위를 한 것은 물론 한국 시리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오늘의 Top 10' 1위에 오르는 기록을 썼다. 또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의 동남아시아와 카타르, 오만, 에콰도르, 볼리비아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에 대한 인기와 함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게임 챌린지가 SNS와 유튜브를 통해 확산되며 '오징어 게임'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이하 황동혁 감독과의 일문일답.

-'오징어 게임'의 전세계적인 인기에 대한 소감이 궁금하다.

▶이렇게까지 단시간에 전세계적인 열풍이 불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인기비결은 심플함인 것 같다. 놀이가 심플하다. 또 다른 게임 장르물들과 달리 게임을 하는 인물의 서사가 나오니까 감정을 이입한 점이 아닐까 싶다. 배우들도 얼떨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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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 /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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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적 유사성에 대한 지적이 계속 나오는데 황동혁 감독이 생각하는 '오징어 게임'의 독창성은 무엇인가.

▶게임보다는 사람이 보이는 작품이다. 다른 게임 장르물은 게임이 굉장히 어렵고 복잡해서 천재같은 주인공이 나오면서 진행이 되는데 '오징어 게임'은 아이들 게임이고 가장 단순한 것이어서 전세계 남녀노소 누가 봐도 게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감정에 집중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다른 게임물이 영웅을 내세워서 어려운 게임을 이기는데, '오징어 게임'은 기본적으로 루저의 이야기다. 영웅도, 천재도 없다.

-2008년 즈음 기획했던 작품이라고 했는데 어떤 면에서 지금 시기의 시청자들에게 통했다고 생각했나.

▶2008년~2009년에 영화로 만들려고 했을 때 낯설고 난해하고 기괴하다라는 평을 들어서 제작할 수 없었다. 서글프지만 10년 이상 지난 지금 세상이 이 말도 안 되는 살벌한 서바이벌이 어울리는 곳이 된 거다. 지금은 사람들이 오히려 현실감이 있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세상이 바뀐 게 원인인 것 같다. 지금은 아이들까지 다 게임을 하지 않나. 또 코인이나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 등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회다. 그걸 노리는 생존게임이라는 점이 가장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놀이는 어떻게 구성했나.

▶놀이구성은 1번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이다. 쇼킹한 대량학살의 충격이 있고 수백명이 모였을 때 가장 기이한 그림이 '무궁화'라고 생각했다. 군무처럼 보일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 게임은 '오징어 게임'인데 검투사들의 대결처럼 도형을 링처럼 사용한다고 구상했다. 목숨을 걸고 하는 처절함, 아이러니함이 보일 것 같아서 마지막에 넣었다.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게임 중 가장 애정을 갖고 있는 게임은 무엇인지,

▶징검다리 게임은 패자들의 시체 위에 서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패자를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주제와 가장 잘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들이 강할 수 있는 게임을 넣을까 생각도 해봤는데 박진감,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해하기 쉬운 게임들을 넣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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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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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서민을 갖고 노는 게임이라는 부분은 어디서 영감을 받았나.

▶이 장르에서 클리셰처럼 나와있는 것이다. '라이어게임' '카이지' '헝거게임' 같은 만화들을 많이 봤다. 거기 많이 나오는 전제가 빚이 있거나 어려운 사람들이 게임에 참여시키는 설정이었다. 그런 걸 보고 영감을 받은 점이 있다. 다른 작품에도 많이 있는 설정이다.

-이가 빠질만큼 힘들었다고 했는데 어떤 점이 가장 스트레스가 컸나.

▶이 작품의 콘셉트 자체가 너무 실험적이어서 걸작 소리를 듣거나 망작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애들 게임을 목숨걸고 한다는 설정이 우습지는 않을까 긴장감을 놓아본 적이 없다. 매일 촬영하면서도 대본작업을 하고 더 좋은 내용이 없을까 고민했다. 스트레스 지수가 100에 가까웠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커서 힘들었다.

-연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 않나. 게임물이 자칫하면 너무 현실성없는 것이 되고, 그러면 소수의 마니아만 즐기는 이야기가 되어 버린다. 나는 이 작품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싶었다. 판타지와 리얼함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 그걸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어려운 부분이었다.

-극중 성기훈은 쌍용차 해고자를 연상시키는 인물로 나오는데, 어떻게 설정했나.

▶쌍용차 사태가 레퍼런스(참고)가 된 것은 맞다. 그 당시 뉴스를 많이 접했고 그 후에 많은 일이 벌어진 것을 알고 있었다. 기훈의 평범했던 인생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됐는지 만들어 보려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어느 순간에 기훈같은 입장이 될 수 있다. (성기훈이) 그런 상황을 대표하는 인물을 그려보고 싶었다. 하나의 창작자로서 사회문제를 몸에 지니고 있는 인물을 만드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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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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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을 두고 최근 정치권에서도 언급이 많아지고 사회적으로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 부담되지는 않나.

▶작품이 공개되면 내 손을 떠난 거다. 그 다음은 수용자의 것이다. (정치권에서) '오징어 게임'에 자신을 빗대어서 말하는 걸, 내가 코멘트하는 건 적절하지가 않다.

-한미녀(김주령 분)가 성을 재화로 삼는 설정을 두고 젠더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고, 보디 프린팅한 여성이 등장한 장면은 '여성의 도구화'라는 지적도 있었다.

▶한미녀가 (육체를 재화로) 삼는 게 아니고 극한상황에 놓인 사람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여성을 비하 하거나 혐오하거나 그런 건 없다. 인간이 가장 최악의 상황에 놓였을 때 하는 행위라고 봤다. 여성의 도구화가 아니고 VIP로 대변되는 권력층이 사람을 어디까지 경시하는지, 사람을 사물화하는 것을 말하기 위함이다. 보면 전부 여자가 아니고 남자도 있다. 인간을 도구화한 설정을 묘사한 거다.

-공개 초반 국내에서는 호불호가 엇갈린 반면, 해외에서는 호평이 쏟아졌다. 이 온도 차이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

▶최대한 반응을 안 보고 있었는데 주변에서 불호 반응이 꽤 있다고 알려주더라. 내 개인적으로는 남녀노소를 구별하지 않고 모두가 좋아할만한 작품을 만들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불호 반응이 있다길래 '역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구나' 싶었다. 후에 외국에서는 좋은 반응이 많다고 해서 이 의도가 잘 통하는 부분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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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스틸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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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에 전화번호가 노출돼 논란이 불거졌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없는 번호이고 안전한 번호라고 해서 (사용했는데) 010이 자동으로 걸린다는 것은 제작진이 예측을 하지 못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죄송하게 생각하고 자세하게 체크를 하지 못해서 죄송하다. 제작진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분들께 죄송하다.

-세트와 의상, 미술 구성은 어떻게 했나.

▶섬은 레퍼런스가 없는 공간이기에 상상을 많이 했다. 미술회의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를 정도다. 처음에는 인더스트리얼 이미지도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가장 좋아할 느낌으로 콘셉트를 잡고 구성했다.

-출연자들이 지내는 공간 벽에 모든 게임이 다 스포돼 있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됐는데, 이렇게 만드신 의도는 무엇인가.

▶벽 그림을 뭘로 할지 (미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하다가 게임에 대한 비밀을 숨겨놓자고 했다. 경쟁을 하면 서로만 보기 바빠서 옆을 못 본다. 협업하고 주변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인데 못 본 것 아닌가. 사람들이 다 죽고 이 벽이 드러나면 그제야 비밀이 있는 걸 느끼고 오싹해질 것 같더라.

-넷플릭스와의 협업은 어땠나.

▶넷플릭스가 없었으면 불가능한 작품이다. 이걸 어디 가서 이런 예산으로 이렇게 수위가 높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겠나. 케이블에서도 영화에서도 맞지 않다. 이런 이야기를 형식, 분량, 수위에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곳은 넷플릭스 밖에 없었다. 처음에 아이 디어를 듣고 나서 계속 밀어줬고, 만드는 내내 믿고 지원해줬다. 감사한 마음이다.

- 외신에서도 K 콘텐츠가 할리우드를 위협할 정도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한국 콘텐츠의 저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은 참 다이나믹한 나라다. 유일한 분단국가이고 짧은 시간에 성장했고 경쟁도 심하고 역동성도 있다. 그 경쟁이 앞서 나갈 수 있는 트렌디한 동력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이 작은 나라에서 문화적으로 가장 앞서 나갈 수 있는 것이 생산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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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캐릭터 스틸 컷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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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 제작 계획이 있는지.

▶이걸 만들면서 너무 힘들었다. 쓰고 제작하고 연출하는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시즌2를) 바로 할 수는 없다고 이야기하고는 했다. 너무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셔서 안한다고 하면 난리가 날 것 같기도 하고, 머리 속에 떠오른 그림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먼저 생각했던 영화가 있어서 그걸 먼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넷플릭스하고도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시즌1을 하면서 이가 6개가 빠져서 임플란트를 했다. 시즌2를 하면 틀니를 하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스럽다. (웃음)

-시즌2를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죄송하지만 시즌2는 노코멘트하겠다.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 스토리에 대해 말씀드리기는 이르다. 여러가지 방향이 열려 있도록 마무리를 해서 더 고민해야 한다.

-힘든 과정을 거쳐서 좋은 결과를 냈다. '오징어 게임'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의 작품인가.

▶상상할 수 없는 성공인데, 평생의 훈장이자 꼬리표가 될 것 같다. 뭘 하든 '오징어게임'과 비교가 될 거다. 내게는 부담이자 영광이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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